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우 Apr 30. 2023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내 뒷모습이 보였어

며칠 전 일이다. 부지런한 걸음으로 출근해 건물 1층 로비 엘리베이터 줄을 서고 보니 바로 앞에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너무 긴 줄에 당황을 했는지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 진짜 왜 이렇게 줄이 길어!! 엘리베이터를 언제 타라는 거야??”

그러면서 주변을 자꾸 둘러보았다.  

화가 것 같았다.

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얼굴 표정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뒷모습을 통해 불쾌한 감정이 전해졌다. 별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고 자꾸 쳐다보게 되면서 문득 어느 날엔가 지금의 나처럼 나의 불편함을 뒤에서 전해받았을 그 누군가를(뒤돌아보지 않아 누구였을지는 모르겠지만) 떠올리니 괜스레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저렇게 화를 낸 날이 있었던 것만 같았다.

그러는 중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줄이 줄어들었지만 그녀 바로 앞에서 만원 불이 들어왔고 문이 닫혀 그다음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머피의 법칙처럼 투덜거리며 부정적인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니 계속 일이 꼬여가는 것처럼 보였다. 저런 마음으로 아침을 시작하면 하루가 제대로 잘 풀리지 않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녀가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내가 처음 이 건물로 출근을 하던 날이 떠올랐다. 모두 4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으며 어느 줄에 서야 하는지도 몰라 우왕좌왕하며 늦을까 봐 긴장해서는 땀을 삐질삐질 흘렸던 모습이.

새로 출근하는 직원에게 그런 사소한 내용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을 리 없으니 모두 생소할 수밖에 없다. 16층 건물에 총 4대의 엘리베이터가 운행되고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사무실로 오를 수 있는 사람들로 1층 로비가 북새통을 이뤘다.

회사마다 출근 시간을 조금씩 다르게 정해놓았다 하더라도 층마다 근무하는 사람들은 최소 30~50명 정도라고 가정하면 오전 출근시간 몰려드는 사람들로 난리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그리고 총 4대의 엘리베이터는 두 대가 전층을 운행했고, 한 대는 10층이상만, 마지막 한 대는 9층까지만 운행했다.


하루 이틀사이에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시간을 계산해 집에서 출발을 조금만 서두르면 너무 복잡하지 않은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겠다 생각한 후부터 나만의 엘리베이터 사용요령이 생겼다. 아마 그 젊은 여자분도 지금쯤은 출근요령이 생겼겠지 싶다.

여유 있게 사무실에 도착하기 위해 집에서부터 지하철역까지 그저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고 지하철역 계단은 ‘다다다닥 다다다닥~’ 하며 박자감 있게 뛰어내려 간다. 가볍게 운동한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걷지 않는다. 빠른 걸음은 건강에도 좋으니까 말이다.



기다린다고 해야 5~10분 정도의 차이가 날 뿐인 시간을 불편해하면서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그 시간을 조절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은 간단해 보이지만 오히려 간단하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마주하는 마음가짐과도 연결되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선택할 수 있는 일 앞에서라면 충분히 적극적으로 자신의 선택을 결정해서 움직이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순리대로 그냥 따르며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생각이 들었던 그날 아침. 타인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보여 머쓱하기도 했고, 첫 출근길에 만난 생경한 모습이 얼마나 낯설었을까 하는 이해의 마음과 매 순간 기분대로 살아가지 말아야겠다는 다짐 같은 것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한 순간 스치듯 보여진 누군가의 뒷모습을 통해 나의 뒷모습을 볼 줄 알게 되었고 그것을 통해 삶의 지혜로 다시 한번 이렇게 되새기는 시간은 내가 성장하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멈추지 않고 걷고 또 걷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