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주의 수집
#01 - 김영하 에세이 <여행의 이유> 中
작가는 우렁찬 목소리보다는 작은 속삭임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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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는 마냥 읽기 좋아 세 번 읽었다. 같은 책을 두 번, 세 번 읽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이야기의 중심을 따라가느라 놓쳤던 소중한 문장들이, 세 번 읽을 때면 비로소 보인다. 저 문장이 나에게는 소중한 발견이다. 강자의 목소리보다는 약자의 속삭임에 주목하며 살아가고 싶다. 언젠가는 약자들-, 평범한 사람들과 연대를 이루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으면 좋겠다.
#02 - 김소연 시 <경배> 中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는데
모든 것에 익숙해져버렸지
익숙해져버린 나를 적응하지 못한 채 절절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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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내 모습이 낯설다. 아무렇지 않은 듯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그런 방식의 삶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주는지, 나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26살- 인턴을 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제 나는 대학생이 아니다. 사회 생활에도 충분히 적응했다. 그런데, 이런 내 모습이 낯설다. 이런 삶, 나에게 괜찮은 걸까. 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나는 다시 똑같은 내일을 준비한다.
#03 -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中
이런 기분, 나도 잘 압니다. 모두를 즐겁게 해주려고 해봐도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오히려 나 자신이 별 의미도 없이 소모될 뿐입니다. 그러느니 모른 척하고 내가 가장 즐길 수 있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만일 평판이 좋지 않더라도, 책이 별로 팔리지 않더라도, '뭐, 어때, 최소한 나 자신이라도 즐거웠으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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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닮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이면서, 동시에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마음가짐이다. 다섯 글자로 줄이면 'IDGAF'! 남들이 뭐라 하든, 내가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해보는 삶. 몇 달 전 어떤 유튜브의 영상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을 접한 기억이 난다. 그 분은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은 당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 없이 그런 말을 뱉는 것이니, 다 무시하고 그냥 하고 싶은 것 다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짧은 인생, 남들 눈치만 보다가 후회로 가득한 과거를 만들기엔 좀 아쉽다.
#04 - 이유미 책 <문장 수집 생활> 中
뭔가 다르게 쓰고 싶다면 먼저 다르게 바라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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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면서 참 곤란한 것이 바로 '카피 쓰기'다. 긴 글쓰기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생각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데, 카피는 다른 차원의 노동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한 줄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쉽지 않는 일이다. 남들이 쓰는 뻔한 카피와는 다르게 쓰고 싶다면, 먼저 다르게 보는 연습부터 하라는 선배 카피라이터의 말부터 실천해보아야겠다.
#05 - 존 버거 소설 <A가 X에게> 中
하지만 완벽한 건 그다지 매력이 없잖아. 우리가 사랑하는 건 결점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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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가장 좋았던 문장을 들고와본다. 서로가 서로의 결점을 사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혐오 대신 연대로 나아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