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y Ally

9번째 편지

by 미니숲

!!! 트리거(Trigger) 주의 !!!

본 글에는 과거 아동 학대와

신체적·심리적 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련 트라우마가 있거나 현재 마음 상태가

취약하신 분들은 읽으실 때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고통의 전시가 아닌,

스스로를 구원해 나가는

치유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9번째 편지


지난 마지막 진료 때 선생님의 염려처럼,

저는 지금 집안에서 고립된

은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평일엔 계속 집안에 있고

주말에는 신랑과 함께 외출을 하는데,

'그래도 주말에 밖에 나가니까

나는 히키코모리는 아니야'라고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어제는 종일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렸는데

<그라운딩 기법>으로 잘 진정이 되지 않아서,

좀 더 신체에 직접적인 감각을 주는

<포유류 잠수 반사>를 사용했습니다.

확실히 찬물에 얼굴을 담그니

온몸의 신경이 바짝 리셋되는 것 같았지만,

그 또한 효과가 오래가지 않아서

그저 아침부터 찾아온 불편한 손님과

하루 종일 내내 같이 있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글을 쓰면 학대 생각이 난다는 핑계로

요즘 노트북도 안 열어보고 있는데,

자꾸 저를 채찍질하다가도

'지금은 쉬면서 회복하는 게 우선이야' 라고

제 마음을 달래고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집에만 있다 보니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흐릅니다.

수요일쯤 된 것 같은데 벌써 금요일이고,

월요일이 어제인 것 같았는데 벌써 토요일입니다.

오늘은 힘들어도 글을 써보자고 마음먹은 건,

유난히 이번 주가 너무 빠르게

흐른 것처럼 느껴져서 입니다.


사실 지금 길을 잃은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기 이 순간에 멈춰서

침낭을 펴고 모닥불을 피우려고합니다.

빛나는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내일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조금 고민하다가,

부디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어야겠습니다.





<포유류 잠수 반사>

가장 강력한 생물학적 스위치 중 하나입니다.

우리 몸은 얼굴(특히 눈 주위)이 차가운 물에 닿으면

심박수를 즉각적으로 떨어뜨리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방법:

세면대에 아주 차가운 물을 담고

얼굴을 15~30초간 담그세요.

효과:

뇌에 "지금은 흥분할 때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아껴야 해"라는

강한 신호를 보내 심박수를 강제로 낮춥니다.

(찬물 세수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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