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편지
본 글에는 과거 아동 학대와
신체적·심리적 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련 트라우마가 있거나 현재 마음 상태가
취약하신 분들은 읽으실 때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고통의 전시가 아닌,
스스로를 구원해 나가는
치유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잠들기 전 ‘좋은 기억으로 나쁜 기억을 덮을 거야’라고
다짐하는 제 모습을 옆에서 보던 남편이,
다음날 뮤지컬을 보러 가자고 해서
주말에 <위키드>를 보고 왔습니다.
1막의 마지막 넘버 Defying gravity를 듣고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만큼 공연에 푹 빠져 있었는데,
인터미션 때 바로 앞자리에서 시야를 가리는 문제로
큰 싸움이 나서 조금 놀랐습니다.
뮤지컬을 보고 난 후 유명한 갈비집에 가서
갈비를 맛있게 먹고 냉면을 한입 먹었는데,
그때 공황발작이 시작되었습니다.
웅성거리는 소리, 뜨거운 숯불,
남편과 저를 계속 힐끔거리는 옆 테이블의 시선이
자극의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요즘 효과를 보고 있는 <그라운딩 기법>으로
빠르게 안정되었고, 무사히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학대자 A와 함께한 저녁 식사 시간은
매일 한 번씩 정기적으로 당하는 고문이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주로 머리를 많이 맞았는데,
중학생이 되어 제 키가 학대자 A만큼 자라자
직접 때리기보다는 악랄한 감시와 지독한 통제로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밥을 빨리 먹으면 돼지처럼 처먹는다고 소리 지르고,
밥을 천천히 먹으면 밥상 앞에서
뭐 하는 짓이냐고 소리 질렀습니다.
저는 혼나지 않을 적절한 속도를 찾으려고
학대자 A의 속도에 맞춰 먹었더니,
"너는 왜 밥 먹을 때 눈치를 보는데 ?
그게 얼마나 나쁜 건지 아나?"라고 했습니다.
눈치 보는 게 나쁜 거라니요? 그게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소리인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저는 항상 배가 고팠습니다.
하지만 집에는 중학생인 저와 초등학생인 동생이
먹을 간식이 없었고,
냉장고에 있는 음식은 허락 없이 먹으면
학대자 A가 히스테릭하게
발작했기에 먹을 수 없었습니다.
저녁 식사 때 저는 밥을 반 공기 정도만
먹을 수 있었습니다.
가끔 학대자 A의 기분이 좋을 때는
저에게 밥을 더 떠다 먹으라고 했지만,
제가 마치 동냥하듯 음식을 시혜하는 학대자 A를
보면 구역질이 났습니다.
그래서 배가 고파도 식사를 끝내고
서둘러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학대자 A는 본인이 식사하지 않더라도
제가 밥을 먹고 있으면 바로 앞에 앉아서,
밥 먹는 모습을 하나하나 관찰하듯 뜯어보았습니다.
학대자 A는 뭐라도 꼬투리를 잡으려고
'너는 왜 네가 좋아하는 반찬만 먹는데?',
'국은 왜 안 먹는데?', '왜 반찬을 먼저 먹는데?'
'밥 먹으면서 물은 왜 마시는데?',
라며 끝없는 질문을 쏟아부었습니다.
하루이틀이 아니라 매일 이러니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밥도 안 먹으면서 식탁에 왜 앉아 있느냐고
물어보니 학대자 A는 "내 마음이다"라고 했습니다.
이토록 괴로운 상황에서도 배고픔을 느끼는
제 자신이 너무나 혐오스러웠습니다.
저는 수치감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매번 수치스럽다면
밥을 먹고 싶어 하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왜 나는 자꾸 뭔가를 먹고 싶은 거지?
아.........!
나는 진짜 먹는 것만 밝히는 식충이, 돼지새끼구나.'
주변 환경에 집중하여 뇌의 주의를
공포에서 현실로 돌리는 유명한 방법입니다.
• 5가지 보이는 것 (시각)
주변에 보이는 물건 5개의 이름을 속으로 말합니다.
예) 시계, 화분, 파란색 책 등
• 4가지 만져지는 것 (촉각)
몸에 닿는 감각 4가지를 느껴봅니다.
예) 발바닥이 닿은 바닥, 옷감의 촉감, 손바닥의 온도 등
• 3가지 들리는 것 (청각)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들리는 소리 3가지에 집중합니다.
예) 자동차 소리, 시계 초침 소리, 내 숨소리 등
• 2가지 냄새 (후각)
주변의 냄새 2가지를 맡아봅니다.
예) 커피 향, 종이 냄새, 혹은 내 옷의 세제 냄새 등
• 1가지 맛 (미각)
입안의 맛을 느끼거나
가장 좋아하는 맛 하나를 떠올립니다.
예) 사탕의 달콤한 맛, 오렌지의 새콤한 맛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