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살기 그림일기] 어반 스케쳐스 대전 정모

사라지는 동네들

by 소형

대전 어반 스케치 정기모임 날이라서 소제동에 갔다. 코로나가 심해서 실내 모임은 안 하고 각자 멀찍이 눈인사만 하고 야외에서 그렸다. 그렇게 추운 날씨는 아니었는데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으니 점점 몸속까지 한기로 차올랐다.

소제동은 대전역 뒤편에 있는데 곧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동네이다. 예전 일제 강점기에는 이곳에 철도 공무원들이 많이 살아 거리가 북적북적했다고 한다. 이제는 철거 예정이라 현지인들은 대부분 나가고 외지인들이 오래된 집을 샀다고 한다. 몇몇 건물들은 시에서 개인에게 팔았는데 옛 건축의 구조를 살린 레트로 한 느낌의 카페나 음식점들이 들어서고 있어 젊은이들도 꽤 찾아오게 되었다.

이 정보는 역시 현지인. 오랜 시간 이 동네에서 세탁소를 하신 아저씨께 들었다.

볕 잘드는 세탁소

세탁소 앞에서 그리다가 아저씨가 추운데 왜 밖에서 그리고 있냐고 들어오라 하셔서 세탁소 안으로 추위 피신을 했다.

다림질을 너무 잘하셔서 걸어둔 옷이 새 옷 같았다. 우와!! 다림질 너무 잘하세요! 하니까 "쉬워 보여도 다 순서가 있어. 순서대로 다리지 않으면 다시 도로 구겨져 버리지. 순서대로 다리면 다시 구겨지지 않아."라고 하셨다. 굉장한 포스를 느끼며 종종 순서를 무시하고 겅충 뛰어넘고 싶은 욕구가 드는 나를 살포시 반성했다.

창밖에 그림 그리는 나

눈이 아릴 듯 선명한 세탁이라는 글씨.. 이 동네는 오래된 동네이다. 올 때마다 늙었다 생각하지만 다음 해에 가면 부쩍 거리가 수척해져 있다. 이제 사라질 동네 돌보는 사람도 무언가를 새로 칠하고 바꾸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저씨 가계의 세탁이라는 빨간 글씨는 떨어지고 갈라진 곳 없이 새 거다. 볕 잘 드는 창인데도 반듯한 걸 보면 시트지를 새로 하셨나 보다. 점포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다음에 또 그리러 왔을 때도 정정하시기를 따듯한 공간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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