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돌보기
올해 시민대학 수업까지 듣겠다는 생각은 욕심이었나… 월요일수업인데 월요일마다 꼭 일이 생겼다. 아니 내가 일을 벌였다고 하는 게 맞겠다. 월요일마다 일을 벌였다. 매달 마지막 월요일은 그림일기모임, (카카오톡 오픈톡 독립된 주체들의 모임‘그림일기’) 매달 첫 번째 일요일은 언니랑 영화관 가기를 했다.
올해 초에 그림일기 모임을 만들었는데 열심히 쓰는 분들은 매일매일 쓰시고 나포함 대부분 듬성듬성 쓴다. 그런데 역시 일기는 매일 쓰는 게 오히려 더 신선한 기분이 들게 한다. 매일 반복해도 새로운 이유는 일기에 그림이 들어가서 인 거 같다. 그릴 것을 찾다 보면 소제가 한정되니까… 매일이 아닌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만 일기를 쓰면 아무것도 없는 거 같은 일상에서 특별한 일을 발견하는 감각이 약해진다. 아니 특별한 일이 없어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감각이 약해진다. 그래서 더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고 특별한 이벤트를 발생시키곤 한다. 월요일의 나처럼 말이다.
하루는 강에 물이 흐르듯 비슷해 보여도 전혀 새로운 시간이 흐르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어제의 시간은 흘러가고 새로운 시간이 주어진다.
오늘 빨간 머리 앤을 보는데(넷플릭스) 다이애나의 대사가 인상적이라 적어뒀다.
인생이 이렇게 중대해질지 누가 알았겠어 아침은 평소처럼 시작한다 해도 해 질 녘까지 영원한 변화를 가져올 일이 벌어지곤 하잖아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는 하루는 방어를 조금 풀고 가능성을 열어두는 데서 시작한다. 나라는 존재를 어딘가에 노출해 두는 것도 방법이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도 방법이다. 문을 활짝 열든 안전한 게 좋아서 창문만 조금 열든 심지어 모든 틈틈 다 막아도 어디선가 벌레가 들어오는 것처럼 새로운 일은 항상 있다. 그것을 무시하거나 차단해 버리고 잡아 내보내지 않는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