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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형 Dec 03. 2023

[혼자 살기 그림일기] 충남대병원 어반스케치 특강

처음 세상을 보는 아이 같은 신선한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단풍잎을 아주 자세하게 관찰해 보며 그리기를 했는데 뜻깊었다.

무언가를 20여분 넘게 뚫어져라 바라보는 일은 흔치 않다. 이렇게 많은 생명과 사물들 속에서 수십 년의 시간을 살면서도 그런 경험은 거의 없다. 김점선작가님이 나팔꽃이 펼쳐지는 과정을 보고 싶어서 아침에 나팔꽃을 보다가 그 시간을 참지 못하고 자꾸 딴생각에 빠지는 자신에게 실망감을 표현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만큼 무언가에 시선을 고정하고 자세하게 보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보면 아주 오래 자세히 볼 수 있다. 시선이 가는 곳에 연필이 가고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도 잊고 잘하고 못하고 맞고 틀리고도 잊고 이 온 우주 안에 나와 내가 보는 사물 둘만 있는 것처럼 그림을 그려 나갈 때 고요한 물아일체의 느낌과 함께 흐린 두려움이 공존한다. 시간과 장소도 잊고 무언가와 독대하는 것은 그만큼 두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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