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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민 May 09. 2017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고 나서

누구의 엄마이기 이전에,  엄마도 꿈이 있는 소녀였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영화의 그것과는 같은 스토리 플롯을 가지고 있지만, 

시작이 다르다. 

영화에서는 엄마가 죽고나서, 그녀의 숨겨진 일기를 자식들의 시선으로 읽어나가는 것과 달리,

뮤지컬에서는 처음부터 자식들의 시선에 앞서 엄마, 프란체스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그래서 주제의식인 엄마도 한 명의 여자였고,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나로써 존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한다. 

그래서 본인은 뮤지컬의 넘버들보다 연출력이 기억에 남는다.




By 트위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계정


아름다운 도시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나폴리, 

그 속에 나폴리를 탈출하고 싶은 한 순박한 소녀인 프란체스카의 이야기다. 


그 소녀는 미군을 따라 미국의 한적한 마을인 아이오와주 농가에 시집을 오게 되는 데, 

탈출의 기회라 생각했던 파랑새는 

실은 그녀에게 채워진 쇠사슬이었던 것이다.


뮤지컬은 섣불리 어린 그녀를 조명하지 않고, 엄마인 그녀를 먼저 조명한다. 

그녀의 지쳐가는 일상, 피곤한 일상을 보여준다. 


By 트위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계정


가족이 모두 그녀를 두고 여행을 떠난 짧은 며칠, 

그녀는  작은 시골마을에 다리 사진을 찍으러온 

내셔널지오그래피 사진작가 로버트를 만나게된다. 


그리고 알 수 없게, 

그리고 급하지 않게, 서로에게 반해간다. 


본인 역시 스토리 플롯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한국 드라마 때문일까? 

진부하다 또는 불륜에 대한 미화에 불과하다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계속 바라보았다. 


하지만 자칫 '잔잔하게 느껴져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녀가 로버트와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쉽게 로맨스라고 칭해버릴 수도 없는 그들을 

이해할 수 밖에 없게 설명해준다. 

그래서인지 인터미션동안 '너무 잔잔하다'라는 말이 많이 들렸다. 


로버트의 나폴리 사진들을 통해서, 

그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본다. 

그리고 잊고 있던 나 자신을 만난다. 


By 트위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계정


하지만 현실은 현실. 

영화와 같게도 그들의 사랑은 쉽게 이루어질 수 만은 없는 것. 

관객들이 잔잔하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리라. 


우리는 이미 너무 자극적인 것에 익숙하다. 

불륜이라고 하면, 

누군가가 총을 쏘거나, 

가방에서 김치 한 포기라도 꺼내서 뺨을 날려야할 것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매디슨카운티에서는 그렇지 않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의 격정적인 사랑은 상상 속에 남기고, 

덤덤하게 현실을 살아나간다. 


상상 속에 남기고, 그들의 삶을 지켜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연출이 인상깊었다. 

이 부분은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스스로가 공연을 통해 확인하기를. 



넘버도, 

플롯도 모두 잔잔하다. 

심지어 노래마저도 기억에 남는 것은 

티켓오픈 이전에 공개되었던 아래의 뮤비뿐이다. 


하지만 엄마이기 이전의 여자로써의 엄마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깊었다. 

이러한 주제의식 때문일까, 

덤덤한 남자관객들의 반응과는 달리, 

수많은 여성들이 얼굴이 눈물 범벅이 되어서 나가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5zaoXtj36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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