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 일상들이지만 하루하루 알찼던 나날들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 성인이 된 후 제주도에 간 게 코로나가 터졌을 때 성인 된 후 처음으로 간 제주도였다.
그 이후 2번 정도 더 제주도를 짧고 굵게 다녀왔었고, 제주도는 내 여행지에 크게 없던 곳 중 한 곳이었는데 7월 좋은 기회가 있어서 뜻하지 않게 제주에서 일주일 살기를 하고 왔다.
사촌 언니가 7월 제주 한 달 살기를 하는데 나에게 시간이 있으면 놀러 오라고 하는 거였다.
초대해 주신 거는 너무 감사했으나, 괜히 내가 가면 신경 쓰이게 하는 게 아닐까 여러 번 연락드려 진짜 가도 되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고민도 했지만,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내가 사촌 언니와 함께 지내볼 수 있을까 어쩌면 기회일 수 있겠다 싶어 또 급으로 처음로 편도행 비행기만 예매하고 제주도로 향했다.
가서 반나절 또는 하루만 있다가 불편하면 올 수도 있고 괜찮으면 좀 지내다 올 수도 있고 최대 일주일은 넘지 말자라고 마음속 가드라인을 세워두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2년 만의 제주 그리고 2년 만의 여름 제주
피부가 예민하기도 하고 몇 년 전부터는 햇빛 알레르기도 생기고 작년에 피부 때문에 너무 고생했었기에 그리고 원래도 여름에는 돌아다니기 보내 실내에 있는 걸 선호하기에 휴가나 여행은 가을에 많이 갔는데 그리고 완전히 여름 성수기는 일단 피했으니...
제주에 오면 거의 동쪽 아니면 서귀포 쪽에 머무르면서 그 근처를 여행했었는데 이번에는 제주에서도 처음 가 보는 지역...
바다나 시내 쪽과는 동떨어져 있는 산 중턱에 있는 제주국제학교 내 위치해 있는 숙소
덕분에 매체를 통해서만 듣지도 국제 학교들을 근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제주는 뚜벅이가 여행하기에 버스 배차 간격이 커서 렌트해 가는 게 베스트이지만 이번에는 뭔가 시간에 쫓겨 찍고 찍고 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냥 계획 없이 그날그날 발길 닿는 대로 또는 쉬고 싶으면 쉬고 싶은 대로 관광객 모드가 아니라 살아 보자라는 의미의 여행이었기에 뚜벅이로 다니기로
숙소 가는 버스 시간표를 알아보고 온 건 아니었지만 제주 도착 후 얼마 안 돼서 숙소행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숙소 근처 버스 정류장에 내리니 사촌언니가 마중을 나와 주셨다.
사촌언니랑은 나이차가 꽤 있기에 그리고 자주 연락하고 보던 언니가 아니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었는데, 이번 여행은 둘 단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싶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아무런 생각 없이 와서 그런지 숙소가 더없이 좋았고 그전에 제주에 왔을 때는 호텔에서만 지냈었는데 여기는 아파트다 보니 진짜 사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녁 비행기라서 저녁 못 먹고 갔었는데 사촌언니가 정성스레 준비해 주신 볶음밥을 먹고 첫째 날 마무리.
제주 가서 하고 싶었던 거는 그냥 러닝 또는 운동하고 싶었고, 책도 읽을 수 있으니 책도 가져가고 했는데 뭘 꼭 해야겠다 하는 계획은 없었지만 사촌 언니도 하루에 오전, 오후 산책을 하신다고 해서 나도 다음날 같이 산책을 나가보기로 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새벽 5시 30분 기상 후 옷만 갈아입고 언니가 산책하시는 산책로를 따라 2시가 정도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하고 오니 벌써 만보기엔 만 오천보가 기록되어 있었고, 그 이후로는 계획이 없었기에 샤워 후 나왔는데 언니가 여기 근처 바다는 없지만 제주 왔으니 바다는 봐야 하지 않겠냐고 하셔서 난 뭐든 좋았기에 근처 제일 가까운 바다를 검색해 보니 협재가 나왔다.
여름이라 해가 뜨겁기에 되도록 아침 일찍 움직이며 해가 완전히 쨍한 낮에는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협재는 제주 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오는 곳 중에 하나인데 언제 와도 항상 좋다.
협재 해수욕장 휘리릭 둘러보고 이른 아점을 먹으로 이곳 역시도 매번 협재에 오면 들리는 협재 칼국수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나오니 해가 쨍쨍...
카페에 가서 잠시 해를 피해 언니랑 수다를 떨다가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근처 갈 때 있는 곳을 찾아보다가 땅굴이 있다고 해서 땅굴은 시원할 테니 가보자 해서 땅굴과 식물원까지 갔다.
식물원 구경을 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여우비를 만났다. 해가 이렇게 쩅쨍한데 비가 온다고?! 하지만 비가 온 후 습기가 더해져서 걷는 게 쉽지는 않았다.
신화월드까지 산책을 마치고 집에 와서 시원하게 샤워한 후 오겹살에 이슬 톡톡 한잔 하며 마무리.
둘째 날 걸음을 보니 삼만 이천보를 걸었는데, 걷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해서 그런지 힘들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제주도도 섬인지만 섬 안에 또 섬이 있는 건 우도, 마라도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제주에 섬이 많아서 신기했다.
언니도 비양도는 안 가보셨다고 해서 비양도 가는 걸로 하고 표를 발권하는데 비양도 보면 2시간이면 다 본다고 직원분께서 말씀해 주셨는데 우리는 4시간 후 돌아오는 배를 예약했다.
뭔가 관광객처럼 겉만 훅 훑어보듯이 보고 오고 싶지는 않았다.
비양도 도착하자마자 이름도 비양도와 찰떡인 강아지 시양이가 맞아 주었고 일단 둘레길부터 돌아보기로 한다.
제주도와는 또 다른 매력의 비양도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식사를 하러 가야 하는데 가다가 내키는 식당에 들어갔는데 웬걸 맛집이잖아!! 맛있게 식사 후 사장님께서 전망대 올라갔다 왔냐며 배 시간 있으니 전망대 갔다 오라고 하셔서 덥기도 하고 막걸리도 한잔 했기에 솔직히 내키진 않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볼 수 있는 거 다 보고 가 보기로 한다.
전망대에 오르고 나서야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이유가 있었구나 느끼며 온전한 비양도를 맘껏 느끼고 돌아가는 배에 올랐다.
넷째 날은 에코랜드에 가 보기로 했다. 에코랜드도 처음 들어 봤었는데, 수국을 보고 싶다고 하니 언니가 카멜리아 힐보다는 에코랜드가 나을 거 같다며 추천해 주셨는데 신기하게 우리가 있는 대정읍 쪽에는 해가 쨍쨍했었는데 제주시에 오니깐 날씨가 흐리고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원래 비 오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여행은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매력이 있으니 이 또한 즐기기로 했다.
에코랜드는 갤러리도 있고 카페도 있고 액티비티, 숙박, 자연친화 숲길 등등 볼거리가 너무 많았다.
다음에는 에코랜드 안 호텔에서 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을 만큼 좋았던 곳 중 하나이다.
이날 비가 와서 그런지 식사를 뭔가 칼칼하고 국물 있는 걸 먹고 싶었는데, 제주 오면 내가 가는 곳 중에 하나가 동태찌개 맛집인 오일 등 식당인데 언니한테도 소개해 주고 싶어서 후다닥 갔는데...
역시 사람들의 심리는 비슷한 건지 비가 오니 뜨끈한 국물이 생각났는지 우리가 도착한 게 1시 30분 정도였는데 재료 소진으로 영업 종료 된 게 아닌가..
차선책으로 언니가 자주 가시던 갈치조림집에 가서 식사를 했는데, 난 신기하게도 제주 와서 갈치조림 먹은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너무나 든든하게 식사를 마쳤기에 소화시킬 겸 걷기로 했는데, 동문시장까지 2.6km 밖에 안 돼서 천천히 걸어가 보기로 한다.
예전 같으면 동문시장 또는 올레시장 들리게 되면 기념품 사기 바빴는데 이번에는 딱히 살 것도 없고 당기는 것도 없기에 그냥 둘러만 보고 나왔다.
다음날 새벽에는 가파도에 가기 전에 집 근처 곶자왈 도립공원을 가 보았다.
엄청 숲이 우건진 곳이라 해가 잘 들이지 않아서 그리고 새벽시간이라 그런지 나는 좀 무서웠지만 혼자가 아니었기에 믿고 가 보기로 한다.
가파도 배 시간이 있기에 휘리릭 한 바퀴 돌고 가는 길에 도민 분들이 우리 보고 엄청 빨리 왔다 간다고 하셨다.
이날 살짝 비 예보가 있었는데 표 발권하러 가니 마라도 가는 배는 너울성 파도가 심해서 결항되었고, 직원분이 가파도도 파도가 심해서 돌아오는 배 시간 당겨질 수 있으니 핸드폰 잘 확인하라고 하셨다.
다행히 가파도에 접안이 됐는데 바람이 진짜 장난 아니었고 , 본격적으로 둘러보려고 하는데 연락이 왔다.
파도가 너무 심해 40분 후 돌아가는 배가 올 예정이며, 이 배가 오늘 육지 가는 마지막 배라고 하셨다.
가파도를 제대로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비양도에 비해 더 조용한 느낌이 들었고 확실히 느낌이 달랐는데 담에는 날씨 좋은 날 가파도를 제대로 둘러보러 올 이유가 생겼다.
육지 도착하니 본격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언니와 나는 숙소로 돌아와 각자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나는 카페 가서 책을 읽고 싶어서 근처 카페를 찾아봤는데 가장 가까운 카페는 프랜차이즈 카페라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비가 오기에 가장 가까운 카페에 갔는데 손님이 별로 없어서 조용히 시간 보내기 좋았다.
다음날 좀 흐리긴 했지만 비는 안 왔길래 숙소 근처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의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곳에 카페가 있었는데 카페는 부부가 운영하고 있었고 서울에서 살다가 진짜 원하는 삶을 살아 보고 싶으셔서 제주도로 이주하셔서 카페를 운영하신다고 하셨다.
누군가와 같이 하는 여행도 좋지만 혼자만의 시간도 소중했기에 카페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도 좋았다.
계획 없이 온 거 치고는 하루하루 부지런하고 알차게 보냈기에 시간이 훅 가버린 줄도 몰랐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기 전날 언니랑 마지막 외식으로 고등어회를 먹고 나는 언니가 추천해 준 송악산 둘레 기를 둘러보기로 했다.
둘레길은 처음인데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갔기에 입구가 어딘지도 잘 몰랐는데, 가다가 사람들이 너무 없으면 다시 돌아오자 싶었다.
둘레길 가다가 어떤 아저씨를 만났는데 둘레길이 은근히 길고 힘들다면서 자기들도 돌아가는 거라고 하셨다.
뭔가 언니가 말해 준 내용이랑 다른데.. 경사가 딱히 높지도 않고 한 30~40분이면 둘러볼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일단 언니가 해준 말을 믿고 계속 걸어 본다.
아무래도 초행길이도 혼자 걷다 보니 살짝 무섭기는 했지만 음악 들으면서 풍경들 보면서 가니 또 갈만 했다.
뻥 뚫린 바다와 파도 소리 그리고 푸르름이 어울린 혼자 걸으면서 생각 정리하기 딱인 곳이었다.
둘레길을 돌고 숙소에 돌아오니 언니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꼭 안아주셨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집에 돌아가면 누군가 나를 기다리며 잘 다녀왔냐며 꼭 안아주었던 기억이 별로 없었기에 눈물이 엄청 고였지만 참았다.
씻고 나왔더니 언니가 정성스레 만들어 주신 카레가 준비되어 있었다. 마지막 밤이니 한잔 해야 하지 않겠냐며 나는 이슬 톡톡 언니는 맥주를 드시며 이번 여행에 대해서 회고하는 시간 및 여러 이야기들을 하다가 둘 다 엄청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처음엔 폐를 끼치는 거 같아서 많이 망설였던 게 사실이었으나, 제주에 있던 일주일이라는 너무나 짧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있는 동안 참 많이 따스했고 언니가 내가 상상도 못 할 만큼의 마음으로 신경 써 주시고 챙겨 주셔서 이 여행의 여운이 꽤 오래갈 거 같았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외갓집 식구들은 행사 때 외에는 자주 볼 기회가 없었음에도 볼 때마다 항상 반갑게 맞아 주셔서 감사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 이모들 그리고 사촌 언니 오빠들과도 나이차가 많이 나기에 마냥 편하게만은 대하기가 조금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이번 계기를 통해서 사촌 언니랑 한발 더 가까워지게 된 사이가 되지 않았나 싶었고, 이런 마음이 절대 쉽지 않은 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에 마음 깊숙이 소중하게 잘 간직해 두었다가 훗날 나도 꼭 보답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마음 한편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그리고 혼자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있었는데, 나를 소중히 아껴주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또 한 번 느꼈었던 이번 여행...
여행에 초대해 준 사촌 언니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로는 턱 없이 부족하지만 좋은 시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