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 떠난 1박 2일 여행

스스로를 조금 더 챙겨 주고 싶었던 선물

by 미니염

지난 달 생일이 있었다.

원래 생일을 중요하게 여기 지도 챙기지도 않는 스타일인데, 이번 생일은 내 마지막 30대 (아직 만으로는 여전히 30대이지만) 생일이기도 했고, 주위로부터 축하는 많이 받아봤지만 스스로에게 진심을 다해 축하해 준 적이 있나 싶어 이번에는 스스로에게 뭔가 물질적인 선물이 아닌 이 세상에 태어난 특별한 날

오로지 내가 나 스스로를 잘 챙겨 주고 싶어 급으로 속초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이번 생일이 조금 더 특별했던 건 친구들은 양력 생일을 알고 있지만 집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음력 생일을 챙겼기에 매년 생일도 바뀌고 몇 년 전부터는 카톡 생일 알람도 꺼 버리고 더 조용히 보냈는데 올해 생일은 양력생일 날짜가 음력 생일 날짜랑 동일했던 거

나한테는 양력과 음력 생일이 같다는 게 신기했어서 이건 스스로를 좀 더 챙기고 축하해 주라는 신호라며 으레 그럴싸한 객관화 한 후 한 동안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바다와 낙산사 가는 거 외에 다른 계획은 전혀 없다는 거

일 할 때는 J가 되지만 평소의 나는 즉흥적인 걸 좋아하는 편이며, 그래도 머릿속에는 시뮬레이션 1,2개를 돌려 보지만 이번에는 진짜 며칠 전부터 생일날 아침에 속초로 떠나야겠다 이 생각을 계속 하긴 했지만 이렇게 생각을 했으면 시간 있을 때 숙소랑 교통편도 예약을 해야 하는 게 보통이지만...

나는 생일날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서 속소만 몇 개 알아보다가 숙소만 예약하고 백팩에 가볍게 짐 챙겨서 나왔다. 지하철 타고 버스 터미널 가면서 버스 티켓도 예매했다는 거

평일임에도 강원도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버스가 거의 매진이었던 게 너무 놀라웠고, 이번에 어차피 뚜벅이에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해 볼까 아님 호텔로 잡을까가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

왜냐하면 게스트하우스를 이젠 거의 할 일이 없을 거 같아서 마지막으로 한번 이용해 볼까 싶었지만 여행 당일 그래도 나에게 주는 선물인데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보자라며 호텔을 예약했다.

2년 전 서핑 하러 갔을 때 잠깐 들렀던 속초 그 이후로 처음 방문하는 속초

역시나 속초의 날씨는 선선했고 속초 도착하자마자 속초 해수욕장으로 가서 바닷바람을 엄청 맞으며 한 동안 바다를 엄청 바라보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뻥 뚫리는 기분

그리고 속초아이가 있어서 사람이 없으면 한번 타 보고 사람 많으면 패스 하자라는 마음으로 매표소 가서 오래 기다려야 하냐고 물어보니 바로 입장 가능 하다고 해서 속초아이도 타면서 여유도 느끼고

선선한 바람이 너무 좋아서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걸어 보기로 했다. 걷다 보니 배가 고파서 대게집에 가서 대게를 실컷 먹고 또 먹고 나니 배가 너무 불러서 숙소까지 천천히 걸어가 보기로 했다.

날 좋은 날 1시간 걷기는 평소에도 자주 해 왔던 거라 많이 걸어서 다리가 아프다거나 이런 건 없었다.

간혹 숙소 컨디션이 예약 앱 내 사진과 다른 경우가 많기도 하지만 이번 숙소는 사진과 똑같았고 레지던트 형이라 지내기 아주 좋았다.

숙소에 가방만 내려놓고 일몰을 보러 영금정으로 갔다. 평상시 일몰을 잘 볼 수 없으니 이렇게 일몰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기게 되면 참 행복함을 많이 느끼는 거 같다. 거기에 선선한 바람까지 불면 정말 아주 산책하기 최고의 날씨!!!

일몰을 다 보고 한참 동안 산책을 하다가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아점이라고 하기엔 4시 30분에 첫 끼를 먹어서 저녁은 패스 하기로 하고 간단히 저녁에 먹을 야식을 사로 중앙시장으로

내가 너무 늦게 갔는지 거의 대부분의 상가들이 문을 닫았고 그나마 문 연 상가에서 누룽지오징어순대와 감자전은 내 예상에 없던 거였는데 보자마자 먹고 싶어서 감자전까지 산 후 평소 내 돈으로 편의점이나 마트 가서 술 사서 마시는 거 진짜 몇 년에 1번 있을까 말까인데 이번에는 야식들이랑 이슬 톡톡이랑 한 잔 하고 싶었다. 숙소 근처 편의점에 갔는데 아니 왜... 이슬 톡톡이 없는 것인가.. 근처 다른 편의점에 가봐도 없어서 결국 레몬 들어간 하이볼을 사 왔는데 도수가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몇 모금 마시자마자 얼굴이 얼큰이가 되었다.

가족들과 지인들과 함께 보내는 생일도 좋지만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면서 보내는 이 시간도 참 특별했다.

스스로 처음으로 제대로 축하해 준 날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시간이 된다면 생일맞이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날은 바다 원 없이 보는 걸로 딱 떠나오면서 생각했던 2가지 계획 중 하나는 성공했고

그렇게 다음날 아침

여행지만 오면 왜 이렇게 눈이 빨리 떠지는지 안 그래도 일출 보려고 알람 맞춰 놨는데 생각보다 눈이 더 일찍 떠져서 한참 동안 해가 뜨길 기다렸던 거 같다.

숙소가 너무 좋았던 중은 침대에 누워서도 일출을 관람할 수 있다는 거

일출을 실컷 보고 근처에 유명한 섭국집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 처음 먹어 보는 맛인데 해장용으로 참 좋을 거 같았다.

숙소 체크아웃하고 양양 가는 버스를 타고 낙산사로 향해 본다.

버스 타고 가는 길에 배낭여행 중인 외국인 두 명이 버스를 탔는데 알고 보니 그들의 목적지도 낙산사였다.

낙산사에 가기 전에 나는 백팩을 낙산문화관광 해설사의 집에 보관하고 가려고 했는데 이들도 과연 여기서 무료로 짐을 보관해 주는 걸 알까? 란 생각이 들어 내 짐을 먼저 맡기도 그들이 오길 기다렸다가 안내를 해 주면서 그들과 함께 생각지도 못한 낙산사 동행을 하게 되었다.

Sandra와 Britta 독일에서 온 친구들이고 한국 여행을 처음이며, 2주 동안 한국을 여행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녀들은 크리스천이지만 절을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내가 설명해 줄 수 있는 거는 최대한 설명도 해 주고 사진도 찍어 주고 한 4시간 정도 낙산사 구석구석을 천천히 거닐며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몇 년 전에 온 낙산사는 흐려서 시야가 온전히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날씨도 환해서 시야가 아주 좋았다.

그녀들은 강릉으로 넘어가고 나는 서울로 돌아가기에 헤어지기 전 sns 팔로우도 하고 남은 한국 여행에서도 안전하게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가길 바란다고 인사 후 집으로 돌아왔다.

예전부터 해외여행은 혼자 가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국내 여행은 혼자 가는 게 뭔가 조금 부담스러운 게 있었는데 이번 속초 여행이 국내 혼자 떠난 세 번째 여행이었는데, 국내 여행 혼자 갈 때마다 꼭 비가 왔었는데 이번에는 비도 오지 않고 또 새로운 어쩌면 내가 꿈꿔왔던 여행을 뜻하지 않게 하고 오게 돼서 더더욱 기억에 남을 거 같다.

언젠가 외국인 친구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져 함께 여행하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이번에 그 로망을 이루어주었고, 이제 국내 여행도 혼자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섰다.

나는 나를 객관적으로 보고 내 안에서 좋은 점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항상 모자라고 안 좋은 점만 너무 잘 보이고 이런 나 모습에 만족을 못했어서 한 3년 전부터 내 자신을 믿고 스스로를 많이 사랑해 주자라고 마음먹었지만 사실 그게 잘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나에게도 많은 장점들이 있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은 사람이라는 거 그러니 너무 스스로는 옮아 매지 말고 스스로에게는 유연하면서도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주자고 다시 한번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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