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멜 남자, 화이트 초콜릿 여자 006
하루는 화이트 초콜릿 여자에게 카라멜 남자가,
너 좀 예쁜데, 나랑 데이트할래?
그랬더니,
- 나 남자친구 있어.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잘생겼어. 그러니까 안 돼.
- 그 남자가 누군데?
- 너.
이런 유치한 장난을 치는가 하면, 다른 하루는 화이트 초콜릿 여자가 카라멜 남자에게,
-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남자는 바람피울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 들어봤어?
- (평소와 다른 하이톤으로) 진짜? 어쩐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내 목소리는 중저음이 아니거든(웃음).
사실 카라멜 남자는 대외적으로 무덤덤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항상 진지한 얼굴에, 농담보다는 토론을 좋아하는 평론가 혹은 교수 같은, 그런 그의 유치한 모습을 알리 만무한 그의 10년 지기 친구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는,
우웩...
한다거나,
- 야, 사랑이 사람을 바꿔놓긴 하는구나.
- 네가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우리가 아는 너는 그런 애가 전혀 아닌데?
- 외모가 바뀐 만큼 성격도 많이 바뀌었어, 너!
... 같은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사랑이 사람을 유치하게 만든다는 말은 일리가 있는 것 같다. 무한한 경쟁에 치여 살기 험하고 각박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특히나 말이다. 유치해질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카라멜 남자는 생각한다. 화이트 초콜릿 여자를 이렇게 일찍 만난 건 행운이라고. 여생에 유치해질 기회가 한 움큼 있으니까 참 다행이라고.
문득 화이트 초콜릿 여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해진 카라멜 남자는 이렇게 묻는다.
- 그때, 유럽 배낭여행 중인 나를 만나기로 한 결심한 이유가 뭐야?
- 음... 프로필을 읽었을 때 멋지다고 생각했어. 한국에 대해 더 알고 싶기도 했고! 솔직히 불안했지만, 용기 내서 만나러 나갔지. 정말 잘한 선택이었어. 그 덕분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커플이 됐잖아!
카라멜 남자는 화이트 초콜릿 여자의 진심 어린 답변이 고마웠다.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하며 쌓은 모든 기억을 평생 간직하고 싶었다.
카라멜 남자와 그의 친구들은 어느 적막한 공원 벤치에 앉아 달빛을 안주 삼아 여자친구, 남자친구 이야기로 밤을 새고 있었다. 1년 간의 연애 후 공백기 1년 만에 같은 사람과 재회하여 1년 넘게 잘 만나고 있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자친구의 질투, 감시, 재촉에 피로를 느끼는 친구도 있었다. 모두 이야기에 경청하는 한편, 이야기의 절정은 카라멜 남자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헤어진 뒤로 괜찮아졌어?
이야기의 주인공은 3년 동안의 달달한 연애를 충격적인 가스라이팅으로 마무리한 비운의 피해자다.
카라멜 남자는 그의 영특하고도 로맨틱한 연애 스토리를 자랑스럽게 여기곤 했다. 쾌활하고 믿음직하며 항상 밝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그 친구의 눈물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비운의 주인공이 어렵게 입을 떼고는,
별 거 아닌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게 재밌었어. 유치한 술래잡기를 해도 행복하기만 했어. 배가 찢어지고 광대가 아플 정도로 웃을 수 있었던 건 다 걔가 있어서였어. 그런데 이제는...
하며 말 끝을 맺지 못하더라.
카라멜 남자는 회상한다. 화이트 초콜릿 여자는 웃음장벽이 낮다. 함께 유치해질 수 있는 우리이기 때문이었다고, 본인을 유치하게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남자의 진심을 전한다.
카라멜 남자, 화이트 초콜릿 여자 006 - 마침
이야기는 사실을 기반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원저작물의 저작권은 브런치 스토리 작가 권민재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