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일이 많은 올해 서피시스가 떠오른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최근 팝 시장의 화두는 단연 ‘틱톡(TikTok)’이다. 1분 이내의 ‘숏 폼 비디오’를 콘텐츠로 하는 스마트 폰 애플리케이션 틱톡은 몇 년 사이 히트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 노래라도 이용자들의 눈에 띄어 입소문이 나면 흥행의 기회를 얻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은 올해, ‘코로나 블루’에 빠진 사람들은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팝 듀오 서피시스(Surfaces)와 이들의 노래 ‘Sunday Best’를 발굴했다.
◆ 서피시스의 결성부터 역주행 신화까지
콜린 파달렉키(Colin Padalecki)와 포레스트 프랭크(Forrest Frank)로 이루어진 서피시스는 2017년 미국 텍사스에서 결성됐다. 고등학생 때부터 사촌 알렉사 파달렉키(Alexa Padalecki)와 함께 음악을 만들던 콜린은 대학에 진학한 후 자신의 음악을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렸다. 여기서 콜린의 음악을 들은 이들 중 인근에서 대학을 다니던 포레스트가 있었다. 음악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혀 있던 차에 콜린의 음악에 매료된 그는 무작정 콜린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게 두 멤버의 첫 만남이다.
사실 처음부터 팀을 만들 의도는 아니었다. 온라인 대화를 통해 서로 1시간 반 거리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은 그저 가볍게 음악적 뜻을 확인하고자 만났다. 직접 만나 호흡을 확인한 둘은 아이폰의 음성 메모 기능을 이용해 1년가량 녹음을 주고받았고, 이 작업물이 곧 1집 앨범으로 이어졌다. ‘삶이란 표면(surfaces)에 비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걸 음악으로 보여주겠다는 포부에서 팀 이름도 지었다. 완벽한 자체 제작 시스템하에 만들어진 첫 앨범 [Surf]는 2017년 12월에 나왔다.
외부 도움 없이 만든 데뷔작에서 그룹은 고유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여유로운 비트에 재즈, 칼립소, 레게, 솔(soul), 힙합, 팝의 각기 다른 요소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듀오가 처음으로 함께 만든 노래 ‘Be Alright’에서 그 특징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재지한 피아노 컴핑과 알렉사 파달렉키의 알앤비 보컬, 포레스트 프랭크의 싱잉 랩이 근사하게 어우러졌다. 나름의 상업적 성과도 있었다. 수록곡 ‘24/7/365’는 스포티파이에서 3천만 회 이상 재생되며 음악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전설적인 재즈 기타리스트 찰리 버드(Charlie Byrd)가 연주한 ‘The Girl from Ipanema’(1965)를 샘플링한 노래였다.
홀로 음악적 역량을 증명한 서피시스는 곧 캐롤라인 레코드(Caroline Records)와 손을 잡고 더 많은 대중을 찾아 나섰다. 1집의 기조를 계승한 2집 [Where the Light is](2019)는 이들의 뜻대로 팀의 주목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같은 해 여름, 이들은 그룹이 결성된 텍사스부터 뉴욕, 필라델피아, 캘리포니아를 순회하는 공연을 열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팀의 음악을 찾아 듣는 이도 크게 늘었다. 스포티파이 기준, 2018년 400만 회에 그쳤던 스트리밍 횟수는 2019년 약 22배 이상 증가한 8,820만 회를 기록했다. 고무적인 결과였다.
여름 투어보다 규모를 키운 겨울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3집 [Horizons](2020)를 공개할 즈음, 서피시스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틱톡에서 이들의 2집에 실린 노래 ‘Sunday Best’가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며 유행의 조짐을 보였다. 입소문은 빨랐다. 불과 며칠 만에 수십만 사용자들이 ‘Sunday Best’를 활용한 영상을 올렸다. “Feeling good, like I should”를 필두로 한 긍정적인 가사와 평화로운 무드가 먹힌 것이다. 노래는 곧 캐나다, 아일랜드, 호주, 영국, 미국 등에서 인기 차트 40위권에 진입했다. 서피시스 최초로 텔레비전에서 공연을 한 5월에는 이미 2억 7천만 회 이상 스트리밍됐고, 6월에는 빌보드 핫100 차트 19위에 올랐다. ‘Sunday Best’는 올여름 코로나로 지친 이들이 택한 ‘힐링송’이었다.
일찌감치 ‘Sunday Best’의 매력을 알아본 거장도 있었다. 영국의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 엘튼 존(Elton John)이다. 그는 지난해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된 ‘Sunday Best’를 감명 깊게 들었고, 이를 계기로 서피시스와 친분을 맺었다. 야망 넘치는 듀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엘튼 존에게 협업을 제안했고, 그 결과 ‘Learn to Fly’(2020)라는 곡이 탄생했다. 엘튼 존은 서피시스가 메일로 보내 온 ‘Learn to Fly’를 처음 들었을 때 매우 흡족했다고 회상하며, 자신의 보컬과 피아노 연주를 더할 수 있어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에 서피시스는 엘튼 존과의 작업은 마치 그래미상을 받는 기분이었다고 말하며 더없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유독 위로가 필요한 일이 많은 올해 서피시스가 떠오른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단은 근래 보기 드문 ‘긍정 음악’이라는 점이 관심을 끈다. 애플의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 ‘키노트’를 이용해 직접 만드는 파스텔 톤 아트워크부터, 느긋한 리듬에 따뜻하고 친절한 멜로디, 휴양지 무드를 연출하는 악기 구성과 밝은 기운으로 가득한 노랫말까지 모든 면이 산뜻하다. 서피시스의 신화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 반드시 확인해야 할 서피시스의 대표곡 5
Good Day : 기분 좋게 뜨거운 여름 햇볕이 떠오르는 노래. 적당히 댄서블한 리듬과 미니멀한 반주가 중독성을 자아낸다. 국내에서도 가장 큰 반응을 얻었던 곡으로, 어느 평화로운 날에 영감을 받고 만들었다고 한다.
Sunday Best : 그룹을 세상에 알린 노래. 사람들은 코로나19가 일상을 앗아가기 전, 우리에게 좋았던 순간을 되돌아보는 영상을 만들면서 이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긍정의 힘을 불어넣기에 더없이 탁월한 선곡이다.
Be Alright : 서피시스가 팀으로서 최초로 만든 노래. 콜린 파달렉키의 사촌 알렉사 파달렉키가 보컬 피처링으로 힘을 보탰다. 노래의 아름다운 재즈 피아노 연주와 함께 저물어 가는 노을을 바라본다면 퍽 잘 어울리겠다.
Lazy :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그러나 누구나 가끔은 게으름을 피우고 싶다. 산더미처럼 쌓인 일, 근심과 걱정을 덜어놓고 그저 조금만 늘어지게 쉬자고 말하는 노래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손길이다.
Learn To Fly : 전설적인 뮤지션 엘튼 존과 함께한 노래. 새파랗게 어린 후배들의 당돌한 협업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인 거장은 유려한 피아노 연주와 그윽한 보컬로 함께 했다. 엘튼 존의 피아노 연주를 온전히 들을 수 있는 Extended version도 놓치지 마시라.
◆ 서피시스가 한국 팬들에게 전해온 메시지
Q. 이번 앨범 [Horizons]를 직접 소개한다면.
이 앨범은 개별적이면서도 여럿이 나눌 수 있는 공동체적인 앨범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조금 다운될 때 들으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안전한 장소 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손쉽게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음악이 되길 바란다.
Q. 많은 한국 팬들이 서피시스의 음악을 들으며 내한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나.
현재 상황 때문에 언제가 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꼭 한국에서 공연하고 싶다.
Q. 서피시스를 기다리고 있는 한국 팬들에게 메시지를 부탁한다.
밝은 면을 바라보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자. 모두 곧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