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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Feb 02. 2017

#VocalEDM, #TheChainsmokers

첫 정규 앨범 발매를 예고한 팀의 앞날에 대중의 관심이 쏠려있다.

 

1990년대부터 20년 이상 차트를 장악하고 있는 힙합과 달리, EDM의 흥행사는 길지 않다. 물론 뉴웨이브와 신스 팝, 유로 댄스 등 일렉트로닉을 함유한 댄스 팝은 이전에도 상당한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러나 현시점의 EDM은 이들과 분명히 구별된다. DJ 문화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클럽 재생에 특화된 음악. 앞선 일렉트로닉 팝과 목적성부터 그 궤를 달리하는 EDM은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 메인스트림에 떠올랐다. 데이비드 게타, 블랙 아이드 피스 등은 '밤의 문화'였던 EDM에 불을 붙인 주역이다.


그 이후는 잘 알려진 대로 EDM의 황금기다.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Swedish House Mafia), 하드웰(Hardwell), 알레소(Alesso) 등 실력과 개성을 갖춘 DJ들이 대거 등장, 시장의 부피를 빠르게 키웠다. 그중 스크릴렉스(Skrillex), 아비치(Avicii),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 제드(Zedd) 등은 남다른 팝 감각으로 적극적인 차트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클럽에서 즐기던 마니아의 음악이 대형 페스티벌과 차트의 강자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 남짓. 그간 각양의 DJ들이 서로 다른 강점으로 신을 풍족하게 채웠으나, 오늘의 주인공인 이들처럼 시작부터 대놓고 인기 차트를 노린 DJ는 많지 않다. 물론 그 뜻을 관철시켜 실제로 차트를 정복한 사례는 더욱 드물다. 중독성 강한 선율과 후렴을 앞세워 현재 일렉트로닉 신은 물론 팝 전체를 통틀어 가장 뜨거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DJ 듀오, 체인스모커스(The Chainsmokers)의 이야기다.



드류 태거트(왼쪽), 알렉스 폴(오른쪽)

2008년, 알렉스 폴(Alex Pall)과 레트 빅슬러(Rhett Bixler)의 의기투합으로 출발한 팀은 2012년이 되어서야 빅슬러의 탈퇴, 드류 태거트(Drew Taggart)의 합류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대다수의 신인 DJ가 그렇듯, 이들 역시 음원 공유 사이트 '사운드클라우드'에 작업물을 올리며 내실을 다졌다.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듀오의 운명은 '#Selfie' 한 곡으로 뒤바뀐다. 2013년 12월, 사운드클라우드에 무료로 공개했던 노래는 한 달여 만에 하우스 뮤지션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의 딤 막 레코즈(Dim Mak Records)를 통해 정식 발매된다. 언뜻 운 좋은 무명 뮤지션의 일화처럼 들리기도 하나, '#Selfie'는 히트를 위한 치밀한 계산으로 탄생한 곡이다.


보편적인 EDM의 구조를 따르는 노래에는 당시의 사회, 문화적인 트렌드가 다량 녹아있다. 아이폰을 위시한 스마트폰의 폭발적 수요와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사진을 공유하는 소셜 미디어의 유행은 '셀피(셀카)'와 '해시태그' 문화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스마트폰 기반의 플랫폼은 유행 형성의 방식과 소요 시간을 변화시켰다. 매우 강한 전파력을 바탕으로 언어의 특수성과 관계없는 보편적, 직관적 콘텐츠가 전 세계에 빠르게 퍼지기 시작한 것. 2011년 엘엠에프에이오(LMFAO)와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2013년 바우어(Baauer)의 'Harlem shake' 등이 그 예다.


'#Selfie'는 이러한 유행의 콤비네이션이었다. 곡에는 선율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단출한 비트와 전자음, 파티에 간 젊은 여성의 독백, '까까까'류 빌드업과 “셀카 한 장 찍자.”(Let me take a selfie)란 말과 함께 몰아치는 드롭이 전부다. 음악적으로는 멜버른 바운스의 전형인 셈. 그러나 노래는 인스타그램 필터를 고르는 모습 등 신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포착한 내레이션과 해시태그(#Letmetakeaselfie)를 통해 응모 받은 사진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등 최신 트렌드를 영리하게 조합했다. 제2의 'Harlem shake'를 꿈꿨다던 이들의 바람대로, '#Selfie'는 각국 차트 10위권에 안착하며 또 하나의 유행이 되었다.


트렌드에 편승한 전략, 얻어걸린 성공이란 비판도 팀의 순항을 막을 수 없었다. 'Kanye'와 'Let you go' 두 장의 싱글 후 내놓은 'Roses'가 또 한 번 차트를 강타했다. 눈에 띄는 것은 작법의 변화였다. 이전의 빠른 비트를 내려놓은 이들은 여성 보컬 로지스(Rozes)의 입을 빌려 잘 들리는 멜로디를 전개했다. 악기의 질감, 노래의 구성은 분명 최신 퓨처 베이스(Future bass)의 형색인 반면, 코드 진행은 1980년대의 신스 팝을 연상케 했다. '#Selfie'의 안일한 프로덕션과는 차원이 다른 고품질 일렉트로니카였다.



유리스믹스(Eurythmics)

여기서 잠시, 시계추를 1980년대로 돌려보자. 격동의 펑크(Punk), 포스트 펑크(Post punk) 시대 후 음악팬들을 맞이한 것은 뉴 웨이브(New wave)였다. 펑크의 이념은 견지하면서, 당시 상용화된 신시사이저를 음악의 주 재료로 활용한 '새로운 경향'은 시대정신과 접근법에 따라 뉴 로맨틱스, 신스 팝 등으로 나뉘었다. 디페시 모드(Depeche Mode), 아하(A-ha), 소프트 셀(Soft Cell), 유리스믹스(Eurythmics), 펫 샵 보이즈(Pet Shop Boys), 듀란 듀란(Duran Duran), 휴먼 리그(Human League), 컬처 클럽(Culture Club)... 당대를 수놓은 팀들은 최신 악기였던 신시사이저를 활용, 댄서블한 음악을 주조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무엇보다 이들의 강점은 멜로디에 있었다. 그중 유리스믹스, 펫 샵 보이즈 등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활용한 댄스 팝, 보컬 EDM의 조상 격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체인스모커스는 바로 이들의 특성에 맞닿아있다. 2000년대 후반 EDM의 황금기를 견인한 DJ들이 운집한 군중을 위한 음악을 지향했다면, 이들은 방 안에서 혼자 듣는 '감상용 EDM'의 지평을 끌어올렸다는 의의를 가진다. 매끄러운 멜로디 전개와 선명한 후렴, 듣기 편한 음역대 안에서 이루어지는 중독적 댄스 브레이크가 듀오의 주 무기. 물론 이 지점에서 캘빈 해리스, 아비치 등 앞선 DJ들의 공로가 적지 않으나, 체인스모커스는 속칭 '쌈마이'(혹은 '뽕'), 전문 용어로 '팝'과 작금의 EDM을 근사하게 결합시킨 대표 주자다.



2015년 'Roses'와 첫 EP < Bouquet >로 강한 인상을 남긴 이들은 이듬해 마침내 자신들의 해를 만들었다. 신인 여가수 데이야(Daya)와 함께한 'Don't let me down'이 빌보드 싱글 차트 3위까지 오른 데 이어, 또 다른 신인 여가수 할시(Halsey)와의 합작 'Closer'가 미국과 영국, 호주와 캐나다 등 10개국 이상에서 차트 정상을 차지한 것. 특히 'Closer'는 12주 연속 빌보드 정상을 지키며 대세 자리를 굳혔다. 거부할 수 없는 캐치한 진행과 좋은 멜로디, 부담 없지만 허술하지 않은 사운드로 빚어낸 승리였다. 비록 'Closer'가 더 프레이(The Fray)의 'Over my head (Cable car)'를 표절한 것으로 밝혀져 커리어의 오점이 되었지만, 노래가 팀을 인기 대열에 확실히 올려놓은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이들 앞엔 여전히 청신호가 반짝인다. 후보에만 올라도 자랑거리가 된다는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신인상', '베스트 팝/듀오 퍼포먼스('Closer')', '베스트 댄스 레코딩('Don't let me down')' 등 3개 부문 후보에 팀의 이름을 올렸다. 연타석 히트를 노린 새 싱글 'Paris'는 발매 직후 실시간 판매 차트 정상에 등극했고,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 대부분에서 주간 순위 톱 10에 들었다. 이번에도 밀도 높은 비트 구성과 감수성을 자극하는 선율이 핵심이다. 전작의 성공 패턴을 무난하게 이어가는 EDM이지만, 아직까지 작법의 파괴력은 유효하다.


'#Selfie'로 얕잡아 봤던 체인스모커스가 2년도 채 되기 전에 '냈다 하면 1위'가 되었다. 트렌드를 읽어내는 눈과 함께 음악적 내실 다지기에도 공을 들인 덕이다. 유독 일렉트로닉 계열에는 '명품' 남성 듀오가 많았다. 'Video killed a radio star'의 버글스(The Buggles)부터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 펫 샵 보이즈, 다프트 펑크(Daft Punk), 저스티스(Jus†ice) 등. 현재도 허츠(Hurts), 디스클로저(Disclosure), 나이프 파티(The Knife Party) 등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EDM을 좋아하는 뉴욕의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이들은, 어느새 '일렉트로닉 듀오' 계보에 도전하는 '핫 루키'로 성장했다. 과연 그 전통에 체인스모커스가 족적을 남길 수 있을까. 첫 정규 앨범 발매를 예고한 팀의 앞날에 대중의 관심이 쏠려있다.


장르와 성별, 시기를 막론하고, 시대를 선도하는 뮤지션은 크게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범 대중을 일시에 열광시킬 '핫' 감각, 다양한 취향의 듣는 이를 관통하는 '쿨' 뮤직. 한 해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가수가 등장하고 사라지는 음악계에서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긴 가수들. 남다른 포지셔닝과 한 발 앞선 음악으로 세상을 사로잡은 '톱 아티스트'입니다.


* 2017년 2월 IZM 기고 http://bit.ly/2kVL9W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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