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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Mar 13. 2018

은퇴를 앞둔 팝스타들

작별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인 이형기 선생은 자신의 시 '낙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런가 하면 공일오비(015B)는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닌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이젠 안녕')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작별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오랜 시간 인생의 사운드트랙으로 함께한 뮤지션과의 이별은 한 시대의 종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 수십 년에 걸쳐 지구촌 음악 애호가들을 열광케 한 전설적인 가수들이 잇따라 은퇴를 발표했다. 장르도, 성별도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연로한 나이와 건강 악화로 인해 세계 순회공연에 부담을 피력했다는 것. 그나마 다행이라면 인생의 황혼을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면서 음반 작업만은 이어가겠다고 한 점이랄까. 오랜 활동 끝에 아쉬운 마지막 인사를 건넨 이들을 소개한다.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대중음악 역사 속 '소울의 여왕'이란 칭호는 오직 아레사 프랭클린만의 것이었다. 독보적인 보컬 테크닉과 성량, 풍부한 표현력으로 쌓아 올린 그의 위상은 반세기 넘게 유지됐다. 자타가 공인하는 여왕은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때로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무대를 떠나지 않았다. 적어도 1960년대 이후를 살아온 흑인이라면, 흑인과 여성의 든든한 심적 버팀목이었던 그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궤적을 그려온 그는 최근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앞으로도 레코딩은 계속하겠지만, 콘서트는 올해가 마지막이에요. 지금까지의 제 커리어에 몹시 만족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여왕은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재즈&헤리티지 페스티벌의 4월 28일 무대와 6월에 보스턴, 뉴욕, 토론토 등지에서 예정된 몇 개의 공연을 소화한 후 휴식에 들어갈 전망이다.

'Respect', 'Chain of fools', 'Think'


엘튼 존(Elton John)
새해 벽두에 전해진 엘튼 존의 은퇴 소식은 세상을 들썩이게 했다. 불과 2년 전까지도 통산 서른 번째 앨범 < Wonderful Crazy Night >을 발매하는 등 약 50년간 왕성하게 활동한 그였기에 충격이 더 컸다. 이에 대해 그는 나이가 들며 인생의 우선순위가 아들과 남편을 포함한 가족으로 바뀌었다며 이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몇 해 전 남미 투어 중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긴 것 또한 은퇴를 결심한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로켓 맨'이라도 일흔을 넘긴 나이에 세계 순회공연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 해에 수백 회의 공연도 너끈히 소화하던 그답게 작별 인사의 스케일도 어마어마하다. 2018년 9월부터 3년에 걸친 300회의 월드 투어 < Farewell Yellow Brick Road > 투어를 펼칠 계획. 세계 곳곳의 팬들에게 마지막을 고하고 나면 그의 투어 여정은 끝이 난다. 자신은 셰어(Cher)가 아니라며 향후 투어 복귀는 없을 것이라 못 박은 그는 이후 육아에 전념하며 음반 작업만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도 여러 차례 방문하며 추억을 만든 만큼 한국에서의 뜻깊은 마지막 공연도 기대해본다.

'Your song', 'Rocket man', 'Daniel'


폴 사이먼(Paul Simon)
국내에서는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멤버로 더욱 잘 알려졌지만, 폴 사이먼의 솔로 커리어도 만만치 않은 무게감을 지닌다. 특히 1986년 아프리카의 토속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 Graceland >는 아프리칸 뮤직을 세계에 알리고 팝의 지평을 확장한 명반으로 기억된다. 이후에도 그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앨범을 발매하고 공연을 개최하며 '지적 음악'의 대표적 거장으로 자리했다.

그런 그가 은퇴를 결심한 계기는 오랜 동료를 먼저 떠나보내면서다. 여전히 음악을 만드는 것이 좋고 노래하는 데도 지장이 없으며 밴드의 결집력에도 문제가 없지만, 30년간 자신의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함께한 빈센트 엔귀니(Vincent Nguini)가 지난해 말 작고하자 그만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더불어 아내와 가족에게서 떨어져 있는 시간이 연주의 기쁨을 떨어트린 것도 큰 요인이라고. 그는 지난 50년 동안 자신의 공연을 보러 와준 사람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며 7월 런던에서의 공연을 끝으로 투어에서 은퇴한다고 밝혔다.

'You can call me Al', 'Loves me like a rock', 'Mother and child reunion'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
지난해 블랙 사바스는 50년에 가까운 활동을 정리했다. 헤비메탈의 원류로서 오랜 시간 맹위를 떨쳤던 이들은 < The End > 투어를 통해 스스로 '검은 안식일'을 끝냈다. 재결합을 기념하는 < Black Sabbath Reunion > 투어를 진행한 지 불과 2년 만의 일이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특히 해당 투어 직전에 발매한 밴드의 통산 19집 < 13 >은 35년 만에 오지 오스본이 합류한 스튜디오 앨범으로 팬들의 환호를 끌어냈던 회심작이기도 했다.

이번엔 팀에 이어 원년 멤버 오지 오스본이 월드 투어 은퇴를 선언했다. 솔로로서도 여러 곡의 히트곡을 배출하며 '어둠의 왕자' 자리를 지켜온 그는 올해 < No More Tours Ⅱ > 투어를 끝으로 더는 대규모 순회공연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른 거장들처럼 그 역시 음악 작업은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며 작은 라이브 무대는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밴드로, 솔로로 숱하게 많은 국가를 돌며 수십 년간 곳곳의 팬들을 만나온 그가 투어 공연을 끝내는 이유는 꽤 사랑스럽다. “요즘 할아버지로서의 삶을 즐기고 있어요. 또다시 어린 오스본의 성장기를 놓치고 싶지는 않네요.”

'Crazy train', 'Goodbye to romance', 'Bark at the moon'
                                                 


존 바에즈(Joan Baez)
밥 딜런에 앞선 포크 아이콘인 존 바에즈는 이미 지난해에 투어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포크 여왕'의 은퇴는 1959년 데뷔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음반을 발표하고 투어를 진행하며 사회 전반에 목소리를 내왔기에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그는 여전히 목소리가 잘 나오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 음역이 내려앉고 소리를 내는 것이 점점 힘에 부치기 때문에 더 이상 투어를 진행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약자의 편에서 항거와 자유를 외친 그는 앞으로 영영 노래하지 않을 것이냐는 말에 “바보 같은 소리”라고 일축했다. 얼마 전, 프로듀서 조 헨리(Joe Henry)와 함께 < Whistle Down The Wind >를 발매하며 이를 마지막 앨범으로 명명한 그는 올해 < Fare Thee Wall > 투어를 끝으로 산업의 최전선에서 물러나지만, 작은 공연은 기꺼이 오르겠다고 전했다. 최근 < The Mischief Makers >라는 이름의 그림 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당분간은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며 은퇴 이후의 계획을 넌지시 밝히기도 했다.

'The night they drove old dixie down', 'Diamonds and rust', 'Love is just a four-letter word'
             


닐 다이아몬드(Neil Diamond)
2017년 제59회 그래미 시상식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사회자 제임스 코든이 관객석으로 내려가 진행한 '카풀 가라오케'였다. 불멸의 팝 히트송 'Sweet Caroline'을 원곡 가수 닐 다이아몬드를 포함, 제니퍼 로페즈와 존 레전드, 제임스 데룰로 등 많은 가수와 관객이 하나 되어 부르던 순간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그로부터 채 1년도 되지 않은 2018년 1월, 닐 다이아몬드의 파킨슨병 진단 소식이 전해졌다. 1966년 그의 첫 번째 히트곡 'Solitary man' 이후 50년간 이어온 성공적인 음악 인생을 자축하며 진행 중이던 월드 투어는 전면 취소가 불가피했다.

얼마 전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2018년 새해맞이 무대에 오를 때만 해도 그의 건강 이상을 감지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 자리에 모인 시민들과 'Sweet Caroline'을 부르는 모습은 여느 때와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성명을 통해 갑작스럽게 투어를 중단하고 은퇴를 발표하게 되어 매우 유감이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창작은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지난 50여 년간 공연을 찾아준 대중에 감사하고 영광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올해 그래미 시상식은 그런 그에게 '평생 공로상'(Lifetime Achievement Award)을 수여하며 전설을 예우했다.

'Sweet Caroline', 'Girl, you'll be a woman soon', 'Cracklin' Rosie'


아니타 베이커(Anita Baker)
1980년대의 음악 팬이라면 아니타 베이커의 근황이 궁금했을지도 모른다. 2004년 재즈 레이블 블루노트(Blue Note)에서 6집 < My Everything >을 발매한 이래 14년 동안 앨범 단위의 작업물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즈와 소울을 결합한 음악 스타일과 풍부한 감수성으로 어덜트 컨템포러리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던 그는 1986년 히트 앨범 < Rapture > 한 장만으로도 상당한 존재감을 가진다. 1990년대의 토니 브렉스턴도, 2000년대의 앨리샤 키스도 그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

2009년에 끝낸 < An Evening with Anita Baker > 투어 이후 간간이 소규모의 공연만 하던 그는 얼마 전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돌연 은퇴를 발표했다. 투어도, 앨범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저 은퇴 또한 자신의 수많은 목표와 꿈 중 하나였다고 말하며 홀연히 이별을 고한 것이다. 현재 그는 뉴올리언스의 재즈&헤리티지 페스티벌 5월 5일 무대를 포함한 몇 개의 공연만을 남겨두고 있다. 예상치 못한 은퇴 소식에 많은 음악 팬들은 일제히 아쉬움을 토로하며 작별을 고했다.

'Sweet love', 'Caught up in the rapture', 'Giving you the best that I got'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
미국 플로리다주의 잭슨빌 출신인 레너드 스키너드는 1973년 데뷔 이래 서던 록을 대표하는 밴드로 군림해왔다. 컨트리와 블루스를 기반으로 세 명의 리드 기타리스트를 앞세운 하드 록 사운드는 이들의 시그니처였다. 괴상한 팀의 철자만큼이나 제목이 독특했던 1집 < Pronounced 'Lĕh-'nérd 'Skin-'nérd >부터 2012년에 발매한 14집 < Last of a Dyin' Breed >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느린 호흡으로 꾸준히 팬들을 만나왔다. 투어 역시 끊임이 없었다. 결성 초기의 비행기 사고로 멤버 3명을 동시에 잃은 후 수많은 멤버들이 거쳐 갔지만, 원년 멤버인 기타리스트 게리 로싱턴(Gary Rossington)은 흔들림 없이 팀을 이끌었다.

그런 이들에게도 마지막 장은 찾아왔다. 그동안 게리 로싱턴의 심장 질환으로 몇 번의 공연을 취소하기도 했던 이들이, 오는 5월 플로리다에서 시작하는 < The Last of the Street Survivors Farewell > 투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로싱턴은 성명을 통해 “로니 반 잔트(Ronnie Van Zant, 보컬), 앨런 콜린스(Allen Collins, 기타)와 함께 만든 밴드가 이렇게 오랫동안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랑을 받을 줄 상상도 못 했다.”며 “그동안 먼저 세상을 떠난 그들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즐거워했으리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또한, 미리 써둔 곡들과 투어 중간중간 새로이 쓸 곡을 합쳐 멋지게 마지막 앨범을 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글스(The Eagles)처럼 은퇴를 선언하고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너무 섭섭해 말라며 팬들을 다독인 이들의 마지막 투어에는 키드 록, 행크 윌리엄스 주니어, 지지 탑 등 음악계 동료 38팀이 게스트로 함께할 예정이다.

'Sweet Home Alabama', 'Free bird', 'What's your name'

장르와 성별, 시기를 막론하고, 시대를 선도하는 뮤지션은 크게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범 대중을 일시에 열광시킬 '핫' 감각, 다양한 취향의 듣는 이를 관통하는 '쿨' 뮤직. 한 해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가수가 등장하고 사라지는 음악계에서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긴 가수들. 남다른 포지셔닝과 한 발 앞선 음악으로 세상을 사로잡은 '톱 아티스트'입니다.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기고 http://bit.ly/2Go3s2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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