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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Jun 29. 2018

[페르디난드] OST

‘소블리’ 페르디난드의 모험에 활력을 더할 에센셜 사운드트랙

Ferdinand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소블리’ 페르디난드의 모험에 활력을 더할 에센셜 사운드트랙



평범함으로는 시선을 끌기 어렵다. 색다르고, 특별하고, 개성 넘쳐야 주목받는 시대다. 하지만 때로는 남다름이 고민과 갈등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본 사운드트랙의 주인공인 ‘페르디난드(Ferdinand)’ 역시 평범하지 않아 사랑스럽지만, 이로 인해 뜻하지 않은 곤경에 처하게 되는 캐릭터다. 우람한 덩치에 근사한 뿔을 가진 페르디난드는 스페인의 황소답지 않게 투우에 좀체 흥미가 없다. 어려서부터 남을 들이받는 것보다 그저 얌전히 앉아 꽃향기 맡기를 좋아하는 평화주의 송아지였던 탓이다. [아이스 에이지(Ice Age)], [리오(Rio)] 시리즈 등을 제작한 3D 애니메이션의 명가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Blue Sky Studio)’의 신작 [페르디난드(Ferdinand)]는 그런 그가 본의 아니게 투우 경기에 차출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아이스 에이지]와 [리오]를 연출하며 역량을 입증한 ‘카를로스 살다나(Carlos Saldanha)’ 감독의 새 작품으로, 먼로 리프(Munro Leaf)의 동화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The Story of Ferdinand)]를 원작으로 한다. 해당 동화는 미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Amazon)’이 선정한 ‘어린 시절 꼭 읽어야 할 전 세계 동화 TOP 100’에 선정되었을 정도로 대중성과 완성도를 겸비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페르디난드]는 굴지의 제작진과 탄탄한 스토리라인, 전설적 프로레슬러 존 시나(John Cena)를 위시한 특급 캐스팅과 함께 2018년 첫 번째 패밀리 무비 흥행작이 될 준비를 마쳤다. 2018년 1월에 열리는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것이 작품을 향한 높은 기대감을 방증한다.



지난 10월부터 하나씩 베일을 벗은 사운드트랙에 대한 관심 또한 뜨겁다. 음반은 오리지널 송 3곡을 포함, 총 6곡이 수록된 EP 형태로, 소박하지만 영화의 삽입곡을 오롯이 담고 있어 매력적이다. 앨범의 중심에는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와 ‘원 디렉션(One Direction)’ 이전에 전 세계 소녀 팬을 사로잡았던 미국의 보이 밴드 ‘조나스 브라더스(Jonas Brothers)’의 막내 ‘닉 조나스(Nick Jonas)’가 있다. 팀의 해산 후 ‘Jealous’, ‘Close’ 등의 히트곡을 내놓으며 솔로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한 그는 영화를 위해 ‘Home’과 ‘Watch Me’ 두 곡을 선사했다. 그는 [페르디난드]를 위해 노래를 만든 것은 자신의 꿈이 이뤄진 것과도 같았다며 다음과 같은 소회를 밝혔다. “전 언제나 영화의 주제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들이 제게 그 유명한 [페르디난드]의 자료를 보여줬을 때 가슴이 설렜죠.” 닉 조나스는 ‘Home’을 통해 생에 처음으로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주제가상’ 부문 후보에 올라 또 한 번 감격을 전하기도 했다.


앨범의 첫 곡이자 닉 조나스를 들뜨게 한 ‘Home’은 영화의 주제곡으로 쓰였다. 최근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와 ‘줄리아 마이클스(Julia Michaels)’,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 등과의 협업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작곡가 ‘저스틴 트랜터(Justin Tranter)’가 참여해 만듦새를 높인 노래는 ‘수용(受容; acceptance)’을 테마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저스틴 트랜터는 이 노래를 이렇게 설명했다. “‘Home’은 제게 매우 특별한 노래에요. 어린 동성애 소년이었던 저는 학교에서 가장 안 좋은 방법으로 괴롭힘을 당하곤 했는데, 집에만 돌아오면 정말 안전하고 유명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노래는 남들과 다를지언정 집에서만큼은 온전히 받아들여지고 행복감을 느꼈던 작곡가의 경험이 영화 속 페르디난드의 감정선과 호응하며 훌륭한 주제가가 탄생했다. 사운드트랙 중 가장 처음으로 공개되어 홍보의 몫을 톡톡히 한 ‘Home’은 캐치한 선율과 ‘떼창’을 유도하는 코러스, 안에 담긴 메시지로 영화 개봉 후에도 꾸준한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Home’을 제외한 나머지 수록곡은 영화의 풍경과 어울릴만한 라틴 팝의 향연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메탈 밴드 ‘에카이모시스(Ekhymosis)’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다 2000년대에 들어 솔로 가수로 전향한 콜롬비아 출신의 가수 ‘후아네스(Juanes)’는 달콤한 러브 송 ‘Lay Your Head On Me’를 실었다. 흥겨운 곡의 진행과 영어와 스페인어를 오가며 “우리가 태양 아래 있는 한 그대에게 마음을 줄게요, 그러니 외로울 때면 언제든 내게 기대어 누워요.”라고 노래하는 따뜻한 노랫말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앨범에 수록된 닉 조나스의 또 다른 곡 ‘Watch Me’는 매끈한 팝 구조의 ‘Home’과 달리 라틴 팝과 일렉트로닉 댄스가 결합한 형태다. 질주감과 그루브를 형성하는 사운드와 날렵한 닉 조나스의 보컬 퍼포먼스가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영상과 잘 어우러질 전망이다.


로스 델 리오 'Macarena'


오리지널 송 외의 자리는 라틴 팝의 신구 대표주자가 채웠다. 2000년대 후반부터 ‘Give Me Everything’, ‘Timber’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배출한 쿠바계 미국 래퍼 ‘핏불(Pitbull)’과 1990년대 지구촌을 ‘마카레나(Macarena)’ 열풍으로 몰고 간 스페인의 남성 듀오 ‘로스 델 리오(Los Del Rio)’가 그 주인공이다. 핏불이 올해 발표한 정규 10집 [Climate Changes]에 수록된 ‘Freedom’은 핏불 특유의 힘찬 래핑과 파티 사운드로 무장한 댄스곡으로, 전설적 밴드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가 부른 ‘I’m Free’(1965)의 가사를 인용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자유의 찬가인 노래는 영화 속에서 엉뚱하게 투우장에 가게 된 페르디난드의 상황과 대조되며 즐거움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스페인어 노래로는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곡 중 하나일 ‘마카레나(Macarena)’는 어느 장면에서 흘러나와도 관객들에게 반가움과 웃음을 안기는 장치가 될 테다.


대미를 장식하는 ‘Home’의 영화 삽입 버전을 포함해도 총 6곡의 구성이니, 사운드트랙 앨범으로는 퍽 아담한 규모다. 그러나 3곡의 신곡과 영화에 걸맞은 기존 라틴 팝 2곡만으로도 효용 가치는 충분하다. 특히 주제곡 ‘Home’의 끌어당김이 더없이 강력하다. 감미로운 멜로디의 ‘Home’과 에너지 가득한 네 곡의 라틴 팝을 듣고 있자니 뜨거운 태양 아래서 한가로이 꽃향기를 맡고 있을 페르디난드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남다른 ‘소블리’를 위한 사운드트랙으로도, 순수 감상을 위한 한 장의 EP로도 의미 있는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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