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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Nov 26. 2018

이곡만은 듣고 가 #7

날마다 크리스마스였으면!

어느새 거리에서 캐럴이 들려온다. 한 해가 다 갔다는 의미다. 형형색색 장식품, 그럴듯한 크리스마스트리 없이 성탄 분위기를 내는 데는 음악이 제격이다. 빙 크로스비의 ‘White Christmas’, 왬의 ‘Last Christmas’와 같은 익숙한 고전 대신 2000년 이후에 나온 젊은 캐럴을 골랐다.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연말을 만들어줄 곡들이다.



Britney Spears – ‘My Only Wish(This Year)’ | [Platinum Christmas](2000)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발표한 유일한 캐럴이다. 데뷔 초반의 풋풋한 그는 산타클로스에게 “올해 착실하게 살았으니 내게 사랑하는 사람을 달라”고 말한다. 흥겨운 셔플 리듬에 전통적인 캐럴의 구성을 취한 노래는 자이브 레코드의 크리스마스 컴필레이션 음반이었던 [Platinum Christmas]의 첫 트랙에 실렸다. 정식 활동곡도, 이렇다 할 히트곡도 아니었지만, 곡조의 매력만으로 꾸준히 사랑받으며 살아남았고, 이제는 연말이면 으레 애청되는 곡이 됐다.



Justin Bieber – ‘Mistletoe’ | [Under The Mistletoe](2011)

‘Baby’(2010)로 세계를 강타한 저스틴 비버의 다음 행보는 크리스마스 앨범이었다. 이후 그가 ‘Boyfriend’(2012)로 성숙미를 과시한 걸 생각하면, ‘Mistletoe’는 소년의 깨끗한 미성을 들을 수 있는 마지막 곡이다. 흔히 생각하는 캐럴의 문법에서 벗어나, 레게의 리듬감을 차용한 것이 눈에 띈다. 이 때문에 일부 매체에서는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2008)와 비교하기도 했다.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음악은 1집의 성공 신화를 함께한 제작진이 선사한 것이다.



Kelly Clarkson – ‘Underneath The Tree’ | [Wrapped in Red](2013)

21세기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1994)를 꼽자면 단연 이 노래다. 20세기의 머라이어 캐리가 그랬듯, 켈리 클락슨 또한 자작곡 ‘Underneath The Tree’로 차세대 ‘크리스마스의 여왕’을 노린다. 히트 메이커 그렉 커스틴이 함께한 노래는 악기 구성과 흥겨운 곡 전개만으로도 성탄절 분위기를 제대로 낸다. 특유의 우렁찬 창법은 업 템포의 곡과 꼭 어울린다. 무엇보다, 자꾸만 듣고 싶어지는 멜로디의 힘이 상당하다.



Ariana Grande – ‘Santa Tell Me’ | [Santa Tell Me](2014)

아리아나 그란데는 2014년 한 해 동안 ‘Problem’, ‘Bang Bang’, ‘Love Me Harder’ 등 총 4곡을 차트 10위 안에 올렸다. 데뷔 이래 최고의 해를 보낸 그는 그해 연말 ‘Santa Tell Me’로 기세를 이어갔다. 자신의 다른 히트곡처럼 알앤비의 리듬과 팝의 멜로디를 결합한 노래는 그야말로 아리아나 그란데만의 캐럴이었다. 비교적 가볍게 발표된 곡이었으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My Only Wish(This Year)’처럼 이맘때면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중이다.



Kylie Minogue – ‘Every Day’s Like Christmas’ | [Kylie Christmas](2015)

‘호주의 마돈나’ 카일리 미노그의 캐럴을 위해 드림팀이 뭉쳤다. “당신 덕분에 하루하루가 크리스마스 같다”고 고백하는 달콤한 발라드는 니요와 리아나, 케이티 페리 등의 히트곡을 다수 배출한 프로듀싱 팀 스타게이트와 콜드플레이 크리스 마틴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들은 세련된 프로덕션과 따뜻한 선율로 댄스 디바의 이미지를 탈바꿈했다. 물론 우아한 목소리를 뽐내며 근사하게 소화한 카일리 미노그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Gwen Stefani – ‘You Make It Feel Like Christmas’(feat. Blake Shelton) | [You Make It Feel Like Christmas](2017)

밴드 노 다웃의 보컬리스트이자 솔로 가수로도 입지가 탄탄한 그웬 스테파니의 캐럴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더 보이스]에 코치로 함께 출연했다가 연인 사이로 발전한 컨트리 가수 블레이크 쉘튼이 힘을 보탰다. 복고풍의 노래에는 그웬 스테파니 식의 팝과 블레이크 쉘튼 식의 컨트리가 공존한다. 개성 강한 두 목소리가 모여 멋진 하모니를 이뤘다. 노래의 가치를 포착한 스타벅스는 2017년 크리스마스 캠페인 송으로 이 곡을 채택하기도 했다.



Sia - ‘Everyday is Christmas’ | [Everyday is Christmas](2017)

호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시아는 뚜렷한 그만의 색깔로 이름이 높다. 얼굴까지 덮은 금발 단발, 힘 있게 뻗어 나가며 파열음을 내듯 갈라지는 고음,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단조 선율이 그를 대표한다. “당신이 곁에 있다면 날마다 크리스마스”라고 노래하는 이 곡은 과연 그이기에 만들 수 있는 곡이다. 어딘가 비장하게 들리는 코드 진행부터 섬세한 화음과 백 보컬 등 무엇 하나 평범하지 않다. 노래가 실린 앨범은 전곡이 자작곡으로 채워진 보기 드문 캐럴 음반이기도 하다.



John Legend – ‘Bring Me Love’ | [A Legendary Christmas](2018)

불과 한 달 전 나온 신곡이다. 가수의 이름을 재치 있게 인용해 제목부터 무려 ‘전설적인 크리스마스’가 된 앨범에는 14곡의 다양한 캐럴이 실렸다. ‘All About That Bass’(2014)의 주인공 메간 트레이너가 곡 작업에 참여한 ‘Bring Me Love’는 존 레전드의 감미로운 보컬을 유감없이 들려준다. 음역을 가리지 않는 탄탄한 발성과 귀에 들어오는 명확한 발음은 감동의 가창력을 또 한 번 증명한다.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 살고 있지만, 나만을 위한 알짜 정보는 놓치기 쉽다. 음악도 그렇다. 하루에 발매되는 노래만 100여 곡에 이르기 때문에 이를 모두 들어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늘 뭐 듣지?’ 고민하는 당신, 여기 있는 노래만 들어도 당장의 고민은 해결이다.


* 텐아시아 뷰티텐 2018년 12월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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