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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Jan 29. 2017

BoA Special Live 2015 NOWNESS

'케이팝 뮤즈'가 앞으로 선보일 무르익은 음악들에 대한 예고편

 


평소 클래식, 혹은 어덜트 컨템포러리나 스탠더드 팝 등 소위 '점잖은' 공연이 주를 이루던 세종문화회관이 터질 것 같은 함성과 '떼창'으로 가득 찼다. 한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각지에서 찾아온 다국적 팬들을 2시간 10분간 쉴 틈 없이 몰아붙인 것은 보아였다. “지나온 15년의 음악을 현재 자신의 모습으로 공유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공연은 가수 보아의 15년 궤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구성으로 진행됐다. 

보아의 지난 공연들처럼 이번 공연도 라이브 밴드의 반주로 진행됐는데, 평소보다 확장된 편성이 눈에 들어왔다. 기타와 키보드를 각 2대씩 배치하고 베이스와 드럼 외에 퍼커션을 추가해 더욱 풍성하고 섬세한 사운드를 구현했다. 생생한 밴드 사운드로 재탄생한 음악들이 듣는 귀를 즐겁게 했다면, 총 7벌의 의상과 12명의 댄서들, 화려한 스크린 아트워크와 레이저 조명 등은 황홀경을 선사하며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켰다. 




15주년 기념 공연답게 세트리스트는 데뷔곡부터 그간 발표한 앨범들의 활동 곡들,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곡들과 최신작 < Kiss My Lips >의 수록곡들까지 다채롭게 구성됐다. 의상 및 무대 교체 등 공백 시간에는 밴드가 'Amazing kiss', 'My prayer' 등 히트곡들을 엮어 변주하거나 사전 제작된 5개의 VCR을 상영하며 기다림을 상쇄했다. 대형 스크린에서 보아는 공연 제작 과정과 연습 장면을 공개하고 공연에서 누락된 발라드('Love&hate')를 부르는 한편, 아이코닉 했던 과거 자신의 모습들을 오마주 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데뷔 당시의 까만 의상을 입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춤추는 보아를 현재의 보아가 창 너머로 바라보는 모습에 관객들은 폭발적으로 열광했다. 

공연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댄스 퍼포먼스들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마치 마이클 잭슨을 연상케 하는 보잉 선글라스를 끼고 와일드한 기합을 넣으며 절도 있는 댄스 브레이크를 뽐낸 'The shadow'와 매혹적 솔로 댄스로 원곡의 섹시함을 한층 강화한 'Kiss my lips', 스크린 속 기하학적 아트워크에 맞춰 세련된 안무를 보여준 'Shattered'에서 그는 명실상부 최고의 댄싱 퀸임을 증명했다. 최신 앨범의 수록곡 'Clockwork'에서는 국가대표 탱고 선수 박지훈과 전문 무용수 못지않은 탱고 실력을 선보여 객석을 놀라게 했다. 테크니컬 한 춤으로 무대를 장악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라이브를 소화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이 날 공연에서는 'Girls on top', 'My name', 'Valenti' 등 자주 불렀던 히트곡들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라이브로 들을 수 없었던 노래들도 대거 만날 수 있었다. 'Milky way', 'Spark', 'Moto' 등은 보아가 10년 이상 부르지 않아 전주만으로도 관객들을 흥분시켰고, 2008년 일본 투어에서 정교한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았던 'Bad drive'를 7년 만에 그대로 재연하자 객석은 폭발하는 듯했다. DJ 세트를 동원, 스크린에 뮤직비디오를 띄우고 'Sara', 'ID; Peace B', 'My sweetie' 등 데뷔 초 노래들과 일본에서의 전성기를 견인했던 'Shine we are!', 'Listen to my heart', 'Amazing kiss' 등을 관객들과 함께 부를 때는 보아와 객석 모두가 행복한 얼굴로 추억에 잠겼다. 

글로벌한 행보를 보여 온 보아답게 일본과 미국에서 발표한 곡들도 고르게 선곡하여 팬들에게는 반가움을, 일반 관객들에게는 신선함을 안겼다. 작년 일본에서 발표된 'Shout it out'과 'Masayume chasing', 과거 미국에서 발매했던 'I did it for love'는 일반 관객에게 생소했으나, 후렴구 가사를 스크린에 띄우며 '떼창'을 유도하자 객석은 이내 하나 되어 우렁차게 노래했다. 보아 최대의 히트곡 'No.1'으로 마무리된 공연이 앙코르 곡 '아틀란티스 소녀'로 이어지자 공연장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 2003년 3집 < Atlantis Princess > 활동 당시 매니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일을 겪었던 그에게 이 노래는 상처와 아픔이었지만, '아틀란티스 소녀'를 다시 라이브로 듣기까지 12년이 걸린 팬들과 함께 부를 때 노래는 치유이자 새로운 추억이 되었다.

무게감 있는 진지한 무대에서 카리스마를 드러냈던 보아는 시종일관 밝은 미소와 몸짓으로 관객과 교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들리를 부르며 노래 사이에 “여러분이 진짜 보고 싶고 듣고 싶어 하셨던”('Bad drive')과 같은 멘트로 객석의 흥분을 고조시켰고, 'Fox', 'Green light' 등에서는 줄곧 하트를 날리며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앙코르까지 모든 공연이 끝나고도 관객들이 퇴장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보아를 연호하자 그는 텅 빈 무대에 홀로 등장해 즉석에서 요청받은 '메리 크리'의 후렴을 무반주로 부르며 마지막까지 충실한 팬서비스를 보여줬다.  




메들리와 앙코르를 포함하면 무려 35곡을 불렀다. 그중 발라드 곡은 '네모난 바퀴'와 어쿠스틱으로 편곡된 'Only one', 최신 수록곡 'Home'과 'Hello' 등 단 4곡으로 보컬리스트 보아의 매력을 흠뻑 느끼기엔 다소 부족했지만, 계속되는 댄스 퍼포먼스와 노래에도 지치는 기색 없이 오히려 더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낸 보아에게 사람들은 찬사와 감탄을 쏟아냈다.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를 오가는 초유의 공연에도 객석에서는 합창이 끊이지 않았고,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들은 상기된 얼굴로 기념사진을 남기며 좀처럼 공연장을 떠나지 못했다. 

과거의 보아는 한 치 오차 없는 완벽한 춤과 노래로 사람들을 열광시켰고 놀라게 했다. 그 후 오랜 시간을 지나온 현재의 보아는 완벽한 동시에 사람들과 교감하며 자연스럽게 호응을 유도하고, 부드러운 흐름 속에서 함께 즐기는 공연을 만들었다. 국경을 오가며 치열하게 활동한 15년을 총망라한 이 날 공연은 어린 소녀가 꿈을 이뤄온 과정을 담은 한 편의 드라마였고, '케이팝 뮤즈'가 앞으로 선보일 무르익은 음악들에 대한 예고편이었다.


* 2015년 9월 IZM 기고 http://bit.ly/2kGas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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