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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Jul 16. 2019

프리마돈나의 어머니 전 상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니 코끝이 찡하다.

어린 시절 내게 이태리 가곡, 오페라 아리아, 뮤지컬 독창곡의 명 레퍼토리를 처음으로 가르쳐준 인물은 조수미였다. 아버지께서 사오신 조수미 앨범들 덕에 지금도 많은 아리아와 가곡이 조수미 버전으로 기억된다. 조수미는 그래서 내게 각별한 음악가다.



얼마 전에 나온 조수미의 새 앨범 [Mother]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계신 그의 모친께서는 이제 딸을 알아보지도, 이름을 기억하지도 못한다고 한다. 이에 조수미는 자신을 프리마돈나로 키워낸 어머니를 위해 어머니께서 평소 좋아하신 노래들을 모아 음반으로 엮었다. 그러면서 “늦기전에 이 앨범을 직접 선물로 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아버지께서 영면에 든 날에도 파리에서 공연을 해야했던 그이기에 이번 앨범의 의미가 남다르다. 말하자면 조수미의 어머니 전 상서다.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프리마돈나로 이름을 높이던 그가 이런 앨범을 내는 날이 왔다니 새삼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이 앨범을 만들면서, 속지에 어머니를 향한 글을 쓰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니 코끝이 찡하다. 음악가의 일생을 지켜본다는 건 때론 서글프다. 


바람이 머무는 날엔 엄마 목소리 귀에 울려
헤어져 있어도, 시간이 흘러도 어제처럼 한결같이
어둠이 깊어질 때면 엄마 얼굴을 그려보네
거울 앞에 서서 미소지으면 바라보는 모습 어쩜 이리 닮았는지
함께 부르던 노래 축복되고 같이 걸었던 그 길 선물 같은 추억되었네
바람 속에 들리는 그대 웃음소리 그리워


Kazabue (바람이 머무는 날)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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