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다른 속도로 각자의 길을 같이 가고 있다
어제 올림픽홀에서 열린 잔나비의 단독 콘서트를 다녀왔다. 재밌게 보다가 문득 예전 생각이 났다.
이 팀과 처음 연을 맺은 건 3년 전이었다. 당시 난 복학생이었고 갓 이즘의 편집장을 맡아 허둥대고 있었다. 잔나비는 이미 번듯한 밴드였다. EP와 싱글을 몇 개 내고는 마침내 웰메이드 정규 1집을 발표해 관계자들의 주목을 독차지하던 차였다. 그날 인터뷰에서 멤버들의 주된 이야기는 “자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들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난 동갑내기의 자신감이 부러웠다.
그 만남 이후 우린 친구가 됐다. 가끔 통화를 하고, 만나서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는 속을 나누기 어렵다고 하는데, 꽤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말할 때도 있었다. 음악 얘기, 사는 얘기, 근래의 고민 얘기... 어떤 이야기를 해도 대화의 결론은 “잘 버티자”였다. 이를 악물고 끝까지 버텨서 우리는 ‘진짜’가 되자고 했다.
어제 본 멤버들의 모습은 ‘진짜’였다. 매 순간 순수하게 무대를 즐기며 노래하고 연주했다. 큰 무대에 올랐다는 벅찬 감정이 표정에 스칠 때면 내가 괜히 울컥하기도 했다. 거리 버스킹에서 소극장, 중극장을 거쳐 마침내 홀에 입성한 이들은 ‘진짜 마음’으로 관객과 교감했다. 히트곡이나 화제성, 세간의 평가 같은 것들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보였다.
이들을 볼 때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나의 길을 가고 있나, 바랐던 ‘진짜’의 모습인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저 버티고 있을 뿐이다. 막연히 버틴다는 건 느린 자살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훌쩍 성장한 이들의 모습이 위로와 자극이 됐다. 우리는 서로 다른 속도로 각자의 길을 같이 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런 믿음을 주는 팀으로 오랫동안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2019.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