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찾으려면 지구의 역사보다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지구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요? 가장 단순한 대답은 이렇습니다.
"철, 산소, 규소, 마그네슘, 황, 니켈, 칼슘, 알루미늄. 이 여덟 가지 원소가 지구 전체 질량의 약 98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지구의 핵은 철과 니켈로 이루어져 있고, 맨틀은 규소와 산소와 마그네슘이 결합한 규산염 광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가 밟고 있는 지각은 그보다 더 다양한 원소들이 복잡하게 섞인 층입니다."
이렇게 나열하면 나름 명확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 대답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남깁니다. 그 원소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요?
그 답을 찾으려면 지구의 역사보다 훨씬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우주가 탄생한 직후, 빅뱅으로부터 약 3분이 지났을 무렵,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 그리고 아주 소량의 리튬만 있었습니다. 탄소도, 산소도, 철도 없었습니다. 지금 지구를 이루는 원소들 대부분은 그 시절에는 존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들은 나중에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그것도 별의 내부에서.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별은 수소를 태웁니다. 핵 안에서 수소 원자핵 네 개가 융합해 헬륨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나오고, 그 에너지가 빛과 열로 방출되면서 별이 빛납니다. 수소를 다 태우고 나면 별은 헬륨을 태우기 시작합니다. 헬륨이 융합하면 탄소와 산소가 만들어집니다. 탄소가 융합하면 네온과 마그네슘이, 산소가 융합하면 규소와 황이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점점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지다가 결국 철에 이릅니다. 철에서는 핵융합이 더 이상 에너지를 내지 않습니다. 그 순간 별의 핵은 균형을 잃고 붕괴합니다. 그리고 초신성 폭발이 일어납니다.
초신성 폭발은 단순한 별의 죽음이 아닙니다. 수십억 년에 걸쳐 별 내부에서 차곡차곡 만들어진 원소들이 단 몇 초 만에 우주 공간으로 흩뿌려지는 사건입니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 금이나 은이나 우라늄 같은 것들은 바로 이 폭발의 순간에 만들어집니다. 그 원소들이 성간 공간을 떠돌다가 다른 가스와 먼지와 뒤섞이고, 다시 중력에 의해 수축하면서 새로운 별과 행성을 만듭니다. 지구는 그렇게 이전 세대 별들이 죽으면서 남긴 유산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이 사실은 별들의 무덤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이것이 처음에는 비유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의 과학적인 사실입니다. 지금 제 손을 이루는 칼슘 원자들은 수십억 년 전 어느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혈액 속의 철분은 어느 초신성이 마지막 순간에 우주로 뿌린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별먼지로 만들어졌다는 말이 시적인 과장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그 과학적인 사실을 처음 진짜로 실감했을 때, 인간이라는 존재가 갑자기 전혀 다른 맥락 안에 놓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행성 위에 잠시 사는 존재가 아니라, 우주의 역사가 오랜 시간에 걸쳐 농축된 결과물이라는 맥락으로. 그리고 또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지구를 만든 원소들이 별에서 왔다면, 그 원소들은 어떤 경로로 지구에 모이게 되었을까요? 성간 먼지가 뭉쳐 행성이 된 것이라면 지구의 조성이 태양과 비슷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꽤 다릅니다. 태양은 수소와 헬륨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지구에는 수소가 상대적으로 적고 규소와 철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훨씬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답은 원시 태양계의 온도 분포에 있습니다. 태양 가까이에서는 온도가 높아 수소나 헬륨 같은 가벼운 기체들이 증발해 버리고 암석을 이루는 무거운 물질들만 남았습니다. 이것을 설선(snow line)이라고 부릅니다. 태양에서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면 온도가 낮아져 물, 메탄, 암모니아 같은 휘발성 물질들이 얼음 형태로 존재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경계선 안쪽에서는 암석형 행성이, 바깥쪽에서는 얼음과 가스가 풍부한 거대 행성이 만들어졌습니다. 지구가 지금과 같은 조성을 갖게 된 것은 결국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결정한 것입니다. 즉, 어디에 있었느냐가 무엇으로 만들어지느냐를 결정했습니다.
이 원소들이 지구 안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았는지도 흥미롭습니다. 지구가 형성되던 초기에는 온도가 매우 높아 내부가 용융 상태였습니다. 이 상태에서 무거운 원소인 철과 니켈은 중력에 의해 지구 중심부로 가라앉았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규산염 광물들은 위로 떠올랐습니다. 이것을 지구의 분화라고 합니다. 지구가 지금처럼 핵과 맨틀과 지각으로 나뉜 구조를 갖게 된 것은 이 분화 과정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과정에서 철이 핵으로 가라앉으면서 핵의 대류 운동이 가능해졌고, 그것이 지구 자기장을 만들었습니다. 원소의 배치가 자기장을 만들고, 자기장이 생명을 지켰습니다. 따라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종합하자면, 별의 탄생과 죽음, 원소의 합성과 방출, 성간 물질의 수축과 행성의 형성, 그리고 지구 내부의 분화. 이 모든 과정이 수십억 년에 걸쳐 이어지면서 지금의 지구가 만들어졌습니다. 지구의 한 줌 흙 안에는 그 긴 여정이 고스란히 압축되어 있습니다. 우주의 화학이 곧 지구의 화학이고, 지구의 화학이 곧 생명의 화학입니다. 이 연결의 사슬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우주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