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의 출현에 가장 중요했던 물, 어디에서 왔을까요?
지구 표면의 71퍼센트가 물이라는 것을 처음 배운 게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마 초등학교 어느 수업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지구본을 돌려보면 파란 부분이 육지보다 훨씬 많다는 것, 그래서 지구를 물의 행성이라고 부른다는 것. 그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행성과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그 당연했던 사실이 갑자기 낯설어졌습니다. 지구에 이토록 많은 물이 있다는 것이, 따지고 보면 전혀 당연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약 1억 5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이전 섹션에서 설명했듯이 원시 태양계에는 설선이라는 경계가 있었는데, 이 경계 안쪽에서는 온도가 너무 높아서 물이 얼음 상태로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지구는 그 경계 안쪽에 있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물이 넉넉하지 않은 위치였던 셈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지구의 바다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이 물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이 질문은 행성과학에서 꽤 오랫동안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설명은 소행성과 혜성이 지구에 물을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초기 태양계는 충돌이 매우 잦았습니다. 수많은 소행성과 혜성이 지구와 부딪히면서 그 안에 담겨 있던 물과 유기물들이 지구로 전달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시기를 후기 대폭격기라고 부릅니다. 약 41억 년에서 38억 년 전 사이에 태양계 안쪽 행성들이 특히 많은 충돌을 겪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달 표면의 수많은 크레이터들이 그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를 구분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행성과 혜성은 서로 다른 천체입니다. 소행성은 주로 암석과 금속으로 이루어진 천체이고, 혜성은 얼음과 먼지가 뒤섞인 천체입니다. 태양에 가까워지면 얼음이 증발하면서 긴 꼬리를 만드는 것이 혜성입니다. 이 두 종류의 천체가 초기 지구에 물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 기여도가 각각 얼마나 되는지가 아직도 논의 중입니다.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와 지구에 떨어진 암석을 운석이라고 부릅니다. 탄소질 콘드라이트라고 불리는 특정 종류의 운석 안에는 물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물의 수소 동위원소 비율, 구체적으로는 중수소와 일반 수소의 비율이 지구 바닷물과 놀랍도록 가깝다는 점입니다. 동위원소 비율은 물이 어디서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일종의 화학적 지문처럼 사용됩니다. 이 '지문'이 일치한다는 것은 소행성 기원의 운석들이 지구 물의 주요 공급원이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증거는 이처럼 생각보다 구체적인 방식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혜성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혜성은 기본적으로 얼음 반, 먼지 반으로 이루어진 천체이기에(따라서 우리가 보는 예쁜 혜성의 모습과는 달리 어떤 천문학자들은 'dirty snowball' - 더러운 눈덩이 - 라고도 부릅니다), 물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이들은 초기 태양계에 지구와 수없이 충돌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 혜성에서 측정한 수소 동위원소 비율이 지구 바닷물과는 다소 달랐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혜성의 기여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로제타 미션이 67P 혜성을 직접 탐사하면서 이 그림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혜성 종류에 따라 조성이 다를 수 있고, 초기 태양계에 지구로 떨어진 혜성들이 다양한 종류였다면, 혜성의 기여도를 쉽게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구의 물은 소행성과 혜성, 두 종류의 천체가 함께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느 쪽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질문이 이렇게 복잡한 세계를 열어놓는다는 것, 그것이 오히려 이 분야를 계속 흥미롭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답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과학에서 그 불명확함은 다음 질문으로 나아가는 문이기도 합니다.
물의 여정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우주의 화학에 닿습니다. 물은 수소와 산소의 결합입니다. 수소는 빅뱅 직후 만들어졌고, 산소는 별의 핵융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서로 다른 시간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만들어진 두 원소가 성간 공간에서 만나 얼음 결정이 되고, 그것이 혜성이나 소행성 안에 수십억 년 동안 보존되었다가 지구로 날아왔습니다. 오늘 아침 마신 물 한 잔 안에 그 긴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빅뱅의 수소와 어느 별의 산소가 수십억 년을 돌아 결국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아무것도 그냥 당연한 것이 없다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밀려옵니다.
물이 지구에 도착한 것으로 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물은 지구에서 끊임없이 순환합니다. 바다에서 증발한 물이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강으로 흘러내려가고, 다시 바다로 돌아옵니다. 땅속으로 스며들기도 하고, 생명체의 몸 안에 잠시 머물기도 합니다. 우리 몸의 약 70퍼센트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생명이 물 안에서 시작되었고, 물의 독특한 화학적 성질이 생명의 화학 반응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물 분자의 극성 구조가 다양한 물질을 녹이고 운반하며 반응을 매개합니다. 생명의 화학이 물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재 과학의 일반적인 이해입니다.
그 물이 우주에서 왔다면, 생명의 가능성도 어쩌면 우주 어딘가에서 먼저 준비된 것일 수 있습니다. 물의 여행은 지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전혀 다른 여정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46억 년 전 어느 혜성이 혹은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히던 그 순간을 생각하면, 그 충돌이 얼마나 긴 이야기의 서막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