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유기물이 함께 지구로 왔다면?
이전 섹션에서 소행성과 혜성이 지구에 물을 가져왔을 가능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 천체들이 실어온 것이 물만이 아니었다면 어떨까요? 물과 함께, 생명의 재료까지 함께 왔다면?
1969년 9월, 호주 빅토리아주의 머치슨이라는 작은 마을에 운석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총 100킬로그램이 넘는 조각들이 넓은 지역에 흩어졌고, 수거된 조각들이 연구실로 옮겨졌습니다.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이 탄소질 콘드라이트, 머치슨 운석은 이후 수십 년에 걸쳐 분석되었는데, 그 안에서 놀라운 것들이 하나씩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미노산이 나온 것입니다. 그것도 무려 70종이 넘었습니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입니다. 생명의 화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분자들입니다. 그것이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돌덩이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단순히 신기한 발견이 아니었습니다. 생명의 재료가 지구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주 어딘가에서 이미 만들어져 지구로 배달되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 발견이었습니다.
소행성이 아미노산을 품고 있다면, 혜성은 어떨까요? 혜성은 얼음과 먼지가 뒤섞인 천체입니다. 이미 이야기했듯이 혜성은 태양계 초기의 물질들이 차가운 우주 공간에서 거의 변하지 않고 보존된 냉동 타임캡슐입니다. 그리고 그 얼음 안에도 유기물이 담겨 있습니다. 로제타 미션이 67P 혜성에서 글리신, 즉 가장 단순한 아미노산 중 하나를 직접 검출했습니다. 소행성과 혜성, 두 종류의 천체 모두 생명의 재료를 품고 있었던 것입니다.
혜성과 소행성 안에서 발견되는 유기물의 종류는 아미노산에 그치지 않고, 당류, 핵산 염기, 지방산 같은 생명의 기본 구성 요소들이 우주 환경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계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특히 성간 분자구름 안에서는 복잡한 유기분자들이 얼음 표면에서 자외선과 반응하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 실험실 연구와 실제 관측 모두를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메탄올, 에탄올, 포름알데하이드까지도 우주 공간에서 합성될 수 있습니다.
이를 보면 우주는 텅 빈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차갑고 어두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끊임없이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연구하는 원시행성계원반의 얼음 화학도 이 이야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별 주변을 돌고 있는 원반 안의 얼음 성분을 분석하면, 그 안에 어떤 유기물이 담겨 있는지, 그 조성이 태양계 초기의 혜성 얼음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오피우쿠스 성운의 원시행성원반에서 발견되는 CO₂, H₂O, CH₃OH 같은 얼음 분자들은 별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성간물질의 흔적이기에, 행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그 흔적이 얼마나 보존되고 얼마나 변형되는지를 추적하는 것이 제 연구의 핵심 질문 중 하나입니다. 이것이 결국은 지구 생명의 재료가 어디서 왔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과 연결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 개의 원시행성계원반 안에서 유기물이 합성되고 있고, 수백만 개의 혜성이 성간 공간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우주는 생명을 위한 재료를 쉬지 않고 만들고 운반하고 뿌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광대한 과정의 끝에 지구가 있었고, 지구 위에 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어야 합니다.
생명의 재료가 우주에서 왔다고 해서 생명 자체가 우주에서 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재료가 있다고 요리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아미노산과 유기물이 있다고 생명이 자동으로 탄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의 질문은 여전히 과학이 완전히 답하지 못한 가장 근본적인 미스터리 중 하나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현재로서는 전혀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름'이 탐구를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는 것, 그것이 과학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