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전혀 당연하지 않습니다
영국 동화에 골디락스라는 소녀가 나옵니다.
숲속 오두막에 들어간 소녀가 곰의 죽을 하나씩 맛봅니다. 첫 번째는 너무 뜨겁고, 두 번째는 너무 차갑습니다. 세 번째가 딱 알맞았습니다. 행성 과학자들은 이 이야기를 빌려 하나의 개념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골디락스 존, 혹은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즉 항성으로부터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아서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궤도 범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지구는 그 범위 안에 있습니다. 당연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전혀 당연하지 않습니다.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는 약 1억 5천만 킬로미터입니다. 이 거리에서 지구가 받는 태양 에너지의 양이 물이 액체로 존재하기에 딱 맞습니다. 만약 지구가 지금보다 5퍼센트만 태양에 가까웠다면 어떻게 될까요? 온도가 오르면서 물이 증발하기 시작합니다. 수증기는 강력한 온실기체이기 때문에 더 많은 열을 가두고, 그것이 다시 온도를 올리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한 번 이 고리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습니다. 바다가 통째로 증발하고 대기는 두꺼운 이산화탄소로 가득 차게 됩니다. 그것이 지금의 금성입니다.
금성의 표면 온도는 약 465도입니다. 납이 녹을 정도의 온도가 행성 전체에 고르게 유지됩니다. 지구의 쌍둥이라고 불릴 만큼 크기와 질량이 비슷한 금성이 이토록 다른 세계가 된 것은, 결국 태양으로부터 조금 더 가까웠다는 것에서 시작된 일입니다.
반대로 지구가 지금보다 20퍼센트 더 멀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온도가 내려가면서 물이 얼기 시작합니다. 얼음은 햇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가 우주로 빠져나가고, 그것이 다시 온도를 낮추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지구 전체가 눈과 얼음으로 덮이는 큰 눈덩이의 지구 상태가 됩니다. 화성이 그 방향으로 흘러간 행성입니다. 태양에서 멀고 대기가 얇아 열을 가두지 못하며, 표면의 물은 모두 얼거나 증발해 버렸습니다. 지금 화성 표면의 평균 온도는 영하 60도입니다. 한때 강과 호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 행성이 지금은 붉은 사막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거리 하나만으로 이 이야기가 다 설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구가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을 40억 년 가까이 유지해 온 데에는 훨씬 더 많은 요소들이 맞물려 있습니다.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만들어내는 온실효과가 없었다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33도 낮아 영하 18도였을 것입니다. 판구조론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지각 속으로 순환시켜 농도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각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탄소 순환이 지금과 전혀 달랐을 것이고, 대기 조성도 크게 달라졌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목성의 강한 중력이 지구로 향하는 대형 충돌체를 어느 정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이론도 있습니다. 딱 맞는 거리, 딱 맞는 대기, 딱 맞는 내부 구조, 딱 맞는 이웃 행성. 이것들이 동시에 맞아떨어지면서 지구는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소행성과 혜성이 지구에 물과 유기물을 가져왔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그 충돌들이 일어나던 시기는 지구 환경이 아직 불안정하던 때였습니다. 그 혼돈 속에서도 지구는 서서히 지금의 균형을 찾아갔습니다. 액체 상태의 물이 고이기 시작하고, 대기가 안정되고, 온도가 생명이 살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유지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균형이 자리를 잡는 데 수억 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 균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모두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수록 지구의 존재가 점점 더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우주는 광대하고 별은 무수히 많으므로 어딘가에는 지구와 비슷한 조건의 행성이 또 있을 것입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지금 그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기도 합니다. 외계 행성의 대기를 분석해 물의 흔적이나 생명의 징후를 찾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지금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하나입니다. 우리가 발딛고 있는 이 행성이 그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골디락스 소녀는 딱 맞는 죽을 찾고 나서 아무 생각 없이 먹어 버렸습니다. 우리도 오랫동안 그랬습니다. 이 행성이 딱 맞는 곳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다른 행성들을 들여다보고, 그 극단적인 환경들을 이해하고 나면,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