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달, 지구를 도왔다?
밤하늘에 달이 없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빛 한 점 없는 칠흑 같은 밤, 별빛만으로 이루어진 하늘. 어떤 면에서는 더 아름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달의 부재는 밤하늘의 풍경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달이 없었다면 지구는 지금과 근본적으로 다른 행성이 되었을 것이고, 어쩌면 우리 같은 복잡한 생명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달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이전에 잠깐 이야기했지만 여기서 조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론은 거대 충돌설입니다. 약 45억 년 전, 테이아라고 불리는 화성 크기의 천체가 원시 지구와 비스듬히 충돌했습니다. 하지만 이 충돌이 너무 격렬해서 충돌체와 지구 맨틀의 일부가 증발하면서 거대한 잔해 구름이 지구 주위를 덮었고, 그 구름이 식고 뭉치면서 달이 되었습니다. 달의 암석이 지구 맨틀과 조성이 매우 유사하면서도 철이 적다는 사실이 이 이론을 뒷받침합니다. 또한, 충돌 당시 지구의 핵은 이미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잔해에는 철보다 맨틀 성분이 주로 포함되었다는 설명이 뒤따릅니다.
사실 매일 밤 올려다보는 저 달이 그토록 폭력적인 충돌의 산물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그 사실이 달을 더 경이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달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조석력입니다. 달의 중력이 해수면을 끌어당기면서 밀물과 썰물이 생깁니다. 이 조석 작용이 초기 생명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는 해안 지대에서 유기물이 농축되고, 건조와 수화가 반복되면서 복잡한 분자들이 만들어지기에 좋은 환경이 형성되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전에 이야기했던 소행성과 혜성이 실어온 유기물들이 이 조석 웅덩이에서 더 복잡한 분자로 발전해 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규칙적인 조석이 없었다면 이 과정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달의 역할 중 아마도 가장 결정적인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지구 자전축을 안정시킨다는 것인데, 지구의 자전축은 현재 약 23.5도 기울어져 있고, 그 기울기 덕분에 사계절이 생깁니다. 골디락스 존 이야기를 하면서 지구의 환경이 수많은 요소들의 조합으로 유지된다고 했는데, 달도 그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지구의 자전축과 관련하여 달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들은 달이 없는 지구의 자전축이 수백만 년에 걸쳐 0도에서 85도까지 크게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전축이 그렇게 흔들리면 기후가 예측 불가능하게 변합니다. 적도가 극지방처럼 차가워지기도 하고, 극지방이 적도처럼 뜨거워지기도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수백만 년에 걸쳐 복잡한 생명체가 진화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달은 그 안정성을 수십억 년 동안 묵묵히 지켜온 것입니다.
달은 또한 지구의 자전 속도를 서서히 늦추는 역할도 해왔습니다. 약 14억 년 전 지구의 하루는 18시간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달의 조석 마찰이 지구의 자전 에너지를 조금씩 빼앗으면서 하루가 점점 길어졌습니다. 지금도 1세기에 약 1.7밀리초씩 하루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기에는 너무 느린 변화이지만, 수십억 년이 쌓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오늘 하루 24시간이 사실은 달과 지구가 수십억 년에 걸쳐 주고받은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사실이 새삼스럽습니다.
따라서, '달이 없었다면'이라는 가정은 단순한 상상 실험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지구의 지금이 얼마나 많은 요소들의 정교한 조합 위에 서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46억 년 전 일어난 하나의 충돌이 자전축의 안정과 조석의 리듬과 하루의 길이를 만들었습니다. 재앙처럼 보였을 그 충돌이 결국 생명의 조건을 만들었다는 이 역설은, 우주의 역사를 들여다볼 때마다 우리를 겸손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