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Unknown Unknown - Mark Forsyth
세상에 그렇게 많은 책이 있다는 사실을 언제 깨달았을까. 처음 서점에 갔던 날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처음 어떤 책을 서점에서 찾은 일은 기억한다. 별자리에 대한 그리스 신화를 어린이용으로 각색한 책을 읽었는데 다른 이야기가 궁금해서 어머니 손을 잡고 서점에 가서 서점 주인에게 그리스 신화에 대한 책을 묻고 토마스 불핀치의 책을 추천받았다. 그리스/로마뿐만 아니라 이집트, 북유럽 신화도 뒤쪽에 같이 있어서 한 동안 푹 빠져 읽었었다.
<The Unknown Unknown> 은 마크 포사이스Mark Forsyth 가 Independent bookseller's week (2014)를 위해 쓴 짧은 에세이다. 얇은 소책자인데 표지가 귀여워서 눈에 띄었다. (마크 포사이스의 <걸어 다니는 어원사전 The Etymologicon>이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었더라. 번역자분 정말 존경합니다. sky의 원래 의미를 읽고 잠시 (영국) 하늘을 봤더랬지.) <The Etymologicon>에서도 그렇지만 이 에세이는 짧아서 그런가 웃음이 터지는 부분의 밀집도가 더 높다. 이런 식으로 웃기려는 생각은 안 했으면 싶은 부분도 여전히 좀 있지만.
그러니까, 음, 시작은, 럼스펠드Rumsfeld 다.
There are things we know that we know. There are known unknowns. That is to say there are things we now know we don't know. But there are also unknown unknowns. There are things we do not know we don't know.
- Donald Rumsfeld wikipage
- <The Unknown Unknown>
럼스펠드 씨가 메소포타미아 무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들 하지만, 당연히(of course!) 그는 책을 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The Unknown Unknown>
있는지도 몰랐던 것. 몰라서 묻지 않았던. 그런 것에 대한 책을 어떻게 알 게 되는가.
포사이스는 여러 곳에서 (e.g. 친구네 집 소파 아래) 책을 채집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지만 나는 모범생으로 조용하고 얌전하게 살아서 서점과 도서관에서 여러 책을 찾게 된 일뿐이다. 결국 포사이스도 "알지 못했던 책을 알게되는 안정적인 곳은 서점" 이라고 하는 거지만.
나에게 서점과 도서관은, 아마 그리스 로마 신화 책 이후부터, "이런 것도 있어" 라고 알려주는 곳이다. 학생 때는 학원에 갔다가 점심을 먹고 근처 서점에 가서 서가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거기서 우연히 찾은 책이 훗날 전공과 앞날을 선택하는데 (기묘한 방향이지만) 영향을 주기도 했다. 이것도 일종의 bibliomancy인가.
이 책에서도 bibliomancy에 대해 이야기한다. ebook으로는 할 수 없음을 강조하면서. 하지만 킨들 페이지 띄우기 해서 눈감고 찍을 수 있잖아? IBW 홍보(?)용으로 쓴 에세이라서 그런가 ebook/인터넷 서점이 아닌 작고 훌륭한 서점(Good Bookshop)의 장점을 어필하는데 - 그래도 공평성을 위해 자신이 인터넷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15세기에 인쇄기를 발명했을 때 수도원은 인쇄된(printed) 성서는 사람의 손길(human touch)이 부족하다며 불평하는 수도사들로 가득했을 것이다.
- <The Unknown Unknown>
인터넷은 우리가 찾는 것을 줄 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포사이스와 나는 의견이 갈라진다. 아마존 알고리즘은 내가 산 책을 바탕으로 내 취향을 분석해서 (책장을 보면 당신을 알 수 있지!) 내가 몰랐던 책을 추천한다. SNS의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추천한 책 (전혀 모르던)을 읽는 일도 꽤 있다. 물론 이런 건 완벽한 unknown unknown은 아니지만, unknown unknown 이랑 unknown known 사이의 어디쯤에 있잖은가. 아마 unknown unconsciously known?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취향 안에서가 아닌 취향 밖이지만 이런 것도 있고 넌 좋아할 거다 라는 추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포사이스가 말하는 의미는 (충분히) 안다. 내 책장에 있는 내가 아끼고 아끼는 책 중에 서점에 들어갔다가 "그냥" 끌려서 집어 들었다가 당장 샀던 책이 얼마나 많은지
There are times when you can’t part with your money quick enough.
- <The Unknown Unknown> p.9
그리고 그렇게 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잡다한 분야와 관련 책들은 또 어떤가.
그렇게 사서 실패할 수도 있지 않냐고 한다면 - 그러니까 훌륭한 서점 (Good Bookshop)이 세상에는 꼭 필요하다.
그 책이 어떤 책 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책은 당신의 눈길을 끌었다. 또는, 손을 잡아챘다. 훌륭한 서점에서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훌륭한 서점에서는 모든 책이 훌륭하다 (good)
- <The Unknown Unknown> p.14
런던에 갈 일이 있으면 (pre-pandemic) London Review of bookshop 나 Daunt Books 둘 중 한 군데에 가거나 시간과 내 위치가 마땅하지 않으면 아예 새로운 서점을 개척했다. LRB에서 일인데, 매대 위에 마치 그림을 전시하는 것처럼 (꽤 높게) 책을 세워놓은 것을 봤었다. Helena Attlee 의 <The land where lemon grows> 였는데 내가 그때 본 (그리고 산) 표지는 지금 표지와 다르다. 아마 저 표지였으면... 그래도 집었으려나? 어쨌든 딱히 레몬 좋아하지 않는데 (신맛을 꺼린다) 그 표지는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를 바탕으로 레몬이 열린 가지를 그려 넣은 것이었다. 보티첼리 좋아한 단말이죠. 특히 프리마베라... 그리고 그 그림을 가져가서 쓴 방법이 우아해서 끌렸다. 이탈리아 지역별로 시트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길래 앞의 2-3페이지 정도 읽고 바로 샀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읽는데, 아니 이렇게 재미있을 일인가... 저자의 새 책이 최근에 나왔던데 (이번에는 바이올린이다).
훌륭한 서점에서 보낸 긴 시간 동안 내가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책 표지로 책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 <The Unknown Unknown> p.9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 까지는 (다음 월요일부터 다시 서점 연다고 한다!) 동네 서점에 일주일에 두세 번은 갔었다. Waterstones, Oxfarm bookshop, The Last bookshop (3권 £10), Arnolfini Bookshop, Foyles The Last bookshop은 중고/새책이 섞여있고 꽤 신기한 책이 가끔 섞여있다. 옥스퍼드에 있는 체인에서 이름(first name)을 모아놓은 책을 샀었다 (£1).
그렇다. 어디를 가든 그 동네 서점에 간다.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 되어 서점을 방황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갑갑해졌다. SNS와 아마존의 추천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 서점들이 몇 가지 시도를 시작했다. 예를 들어 Daunt books는 일주일에 5권씩 책을 추천하는 이메일 서비스를 한다 (Our five favourite books this week). 그리고 나는 홀린 듯이 주문을... 표지의 코끼리가 눈에 띄어서 산 책은 바로크 시대 로마와 교황 그리고 베르니니에 대한 책이었다. 지난주에는 짙은 파란 표지에 금색의 조각나는 두상(?)에 <Sleeping Beauties> 라는 제목에 끌려서 책을 주문하려다가 서점 온라인 페이지를 둘러보다가 (이미 선택된 책이 놓인 서점이니) 시베리아와 피아노에 대한 책을 같이 주문했다.
Lord, deliver us from what we already knew we wanted. Give us some new desires, the weirder the better. - <The Unknown Unknown> p.19
원문 그대로인 부분은 당최 번역해서 저 느낌을 살릴 수가 없어서 그냥 둔 것. 다른 (엉성한) 번역은 내가 한 것.
The Unknown Unknown, Mark Forsyth
Independent bookseller's week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