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밍 Mar 15. 2016

이 지긋지긋한 비자

이제 안녕을 고한다


뉴질랜드 생활 3년 차 

처음 유학으로 오게 된 이 나라에서 만 2년의 기간 동안 나는 참으로 질리도록 비자를 신청해 왔다.


영어로 말도 할 줄 모르던 벙어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비자를 준비하고 진행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올해

 영주권 승인을 끝으로 비자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참 비자 라는게

한국에 살 때는 내 나라 내가 사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거주권이라는 것에 대해서 한 번도 중요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이렇게 해외에 살고 있다 보니
합법적이고 안정적으로 일하며 산다는 부분이 이리도 얻기 힘든 부분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타지에서 외국인이란 신분으로써

 끊임없이 나를 증명해야 하고, 밝혀야 하고, 신고해야 하고, 얻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한국에 살고 있는 다른 이방인들 또한 지금의 나처럼, 간절하고 어렵게 권리를 얻으며 살아가는 것이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한국에 살며 누려왔던 모든 당연함들이(시민권, 의료보험 등) 

타지에선 타인으로 살 때 쉽게 얻을 수 없는 간절한 것들이었음을.


20대 중반과 30대 초반의 젊은 부부가 한국의 안정적인 삶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며 부딪쳐야 할 수많은 관문들을 우리는 알지 못했다.


해외생활이라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각박했고

외로웠고 힘들고 어려웠다.


온전히 나를 보호해줄 가족의 곁을 떠나서 아무도 모르는 그 땅에 살아간다는 건 

어찌 생각해보면 참으로 허무맹랑한 일이 아닌가 싶다.


외국생활은 때론 아름답고 평화로우며 즐겁지만

사실 그걸 제외한 모든 순간은 참으로 어렵다.


한국을 떠나 더 나은 삶을 찾겠다던 우리의 개척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일단 지금은 

비자라는 하나의 관문을 무사히 지나감에 있어

그래도 여전히 우리가 어딘가에 속해있음으로

위로받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