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 결혼 10년 차
나는 잦은 싸움으로 답답한 마음을 종종 브런치 글로 표현하곤 하였다.
이상하게 싸움을 하고 나면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게 되고 이렇게 글을 적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도 지금생각해 보니 참 재미있다.
우리 부부는 무사히(?) 10년 차가 되었다.
아직 헤어지진 않았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또다시 글을 쓰고 있다는 건 여전히 10년 차가 되어도 싸우고, 싸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기하게도 수백 번을 싸워도 다시 잘 지내게 되는 과정은 온다.
다만 묵언의 텀이 길어질 뿐.
세월이 적당히 흘러서일까 그에 대한 서운함은 무뎌졌다.
그도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분명 그도 이 과정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맞지 않은 부분은 서로 노력해도 변화하기 어렵고
이젠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서로 예민할 땐 조금 멀리 할 뿐이다.
적당히 우리 관계를 지속하고 유지함에 있어 사랑하는 나의 아이도 보탬이 된다.
사랑스럽고 애정이 많은 아이.
나는 남편의 수많은 장점을 알고 있다.
다정하진 않지만 늘 나를 신경 쓰고 챙기려고 하는 섬세함이 있다.
가정에 충실하고 아이에게도 최선을 다한다.
먹고사는 데에도 최선을 다한다.
다만 나와 잘 맞지 않을 뿐.
말싸움을 하고 나면 우린 며칠간의 묵언생활을 한다.
길 땐 일주일 동안 서로 말을 안 걸 때도 있다.
물론 아이 관련해서나 일적인 대화는 하지만 그뿐이다.
밥도 서로 각자 챙겨 먹는다.
나도 일을 하니 남편의 끼니에 큰 의무를 가지고 있지 않고 남편도 그 부분을 강요하지 않고
혼자서도 매우 잘 챙겨 먹는 편이다. 나는 아이의 밥만 챙긴다.
말을 하지 않는 기간 동안 나는 자유롭다.
쉽게 말하면 내 성격에 이와 같은 상황이 잘 맞는다.
이렇게 글을 쓰고 조용히 내 일을 하고 내가 먹고 싶을 때 밥을 먹는다.
편하고 평화롭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웃고 같이 밥을 먹으며 일상을 산다.
이렇게 10년째..
부부는 희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