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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밍 Mar 17. 2016

인생은 누구에게나 처음이다

인생의 전문가는 없다

내가 20대 후반쯤의 나이가 돼서야 사람들의 인생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마음을 표현하는데 인색해지고 사람을 대함에 있어 솔직해질 수 없었을 때쯤

내 가장 옆에 있는 사람들의 인생이 눈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처음 내 가슴을 가장 먹먹하게 했던 사람이 바로 '엄마'라는 존재였다.


나는 2남매의 막내딸이었고,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독립적이고 고집 센 성격으로 자랐다.

그렇다 보니 사춘기 시절의 나는 더욱 온전히 내 상황과 감정에만 충실했고 나도 모르는 만큼의 어마어마한 양으로 엄마의 마음을 애태웠으리라 짐작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작년 초 추운 겨울, 나는 결혼을 하였다.

그때쯤부터였을까... 결혼을 해서 인지 아니면 타지에서 살아서 일까....

TV 프로그램에서 '엄마'라는 단어만 나와도 가슴이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엄마와 일상적으로 나누는 카톡들에서도 나는 마음을 담아 이야기 하기 시작했고 엄마가 말하는 것들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들에 힘이 되어주고 공감하고 싶어 졌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릴 적 나는, 엄마를 사랑했지만 또 늘 엄마가 미웠었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우리를 낳았을 때의 엄마는 지금의 나보다 5살이 어렸다.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엔 갑자기 왜 이리도 눈물이 나던지.

엄마는 어렸다 지금의 나보다 더.

내가 본 사진 속 엄마의 젊은 시절은 나보다 곱고 반짝였으며 자신감이 넘치던 여자였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 엄마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래,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다.


자식이라는 책임감 아래 엄마는 얼마나 많이 실수하고 후회를 하고 미안해하고 용서하고 사랑을 했을까


내가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가는 삶이 처음인 것처럼 내가 아직은 엄마가 되는 게 낯설고 두려운 것처럼

누구에게나 모든 인생은 처음인 법인데 어렸던 나는 그걸 알리 없었다.


내가 받는 상처에만 슬퍼하고 내가 주는 상처에는 너무나도 무뎠던 나도

그저 처음인 인생이었으니까..

 

그리고 나도 어느덧 엄마가 되어있을 때쯤엔

똑같이 반복될 그 낯섦을 음, 그 어려움을 나는 우리 엄마처럼 견뎌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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