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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고 Apr 23. 2024

회사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과 나의 감정을 분리하는 방법을 아시나요?

외국계 회사에 와서 일하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외국인과 영어로 어쩔수 없이 일을 하게되다보니 어떤 때는 내가 외화속의 한 장면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때가 있었습니다.

약간의 유체이탈과 같은 경험이랄까요?


그래서 '외화 속'에 있기 때문에 나에게 누군가 심하게 챌린지를 하거나 기분 나쁘게 하더라도 나의 감정이 그 순간에 섞이지 않더라구요.

내가 그동안 많은 경우 외국어를 주로 단방향의 콘텐츠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것 같았어요. 영화와 드라마는 쌍방향이 아니잖아요. 그냥 그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결론이 어떻게 지어지는지를 지켜보는 것이지요.

물론 가장 큰 차이점은 나에게 다이렉트하게(direct) 얘기를 한다는 것인데, 이마저도 재택근무와 zoom을 통해 원격으로 미팅이 진행되니 더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부작용이라면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했는데, 그게 나한테 한 질문이라는 느낌이 안들어서 대답이 지연되는 경우가 생겼어요. 


아뭏든, 과거 다른회사들에서 내가 같은 상황을 겪었을땐 분명 가슴이 벌렁거리고, 숨쉬기가 힘들고 머리가 해얘지며 콧등이 시큰해지다가 왈칵 눈물마저 날 상황일텐데, 신기하게도 내가 '외화속에 있고 저 사람들이 나를 해칠 수는 없고 이 영화는 곧 끝난다'라고 생각하니 아무런 감정 동요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런 장치를 다른 상황에서도 적용해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영어가 아니고 한국사람들과 얘기하고 있고 어이없고 억울한 상황이 생겼을때도 똑같이 '나는 영화속에 있고 이 영화에 등장인물들은 나에게 어떤 해도 끼칠 수 없는 허상일 뿐이고, 이 영화는 곧 끝난다'라고 마인드콘트롤링을 해보았지요.


그러니 신기하리만큼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도 회사에서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을 거치면서 때로는 혼자 화장실에서 훌쩍거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들 앞에서 내 감정을 드러내는 미숙함을 보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감정은 주로 억울함, 창피함, 자괴감, 미움 같은 것들이었어요. 다른사람들이 나라는 사람을 짓밟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었죠. 

그리고 반대로 제 언행때문에 상처받고 울었던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들은 일이 잘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같은 쪽을 바라보고 있으며, 따라서 적이 아니며, 내가 한 일의 '결과'에 대해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지 나 자신에 대해서 비난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와 일을 동일시 하지말고 '유체이탈화법'으로 일과 나를 분리해서 바라보세요.




이렇게 '외화프레임'과 '유체이탈화법'을 적용하면 회사에서 일과 감정을 섞을 일이 없어집니다. 회사생활이 편해질거에요.


아래 8단계로 생각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1. 회사의 모든 사람들은 일이 잘되기를 바라고 있다.

2. 나는 내 나름의 방식으로 일이 잘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3. 그런데 내가 생각한 방향과는 달리 결과가 긍정적이지 못하다.

4. 아무도 이 일의 결과가 어떤 '근본적인 원인'에 기인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5. 나의 상사/동료들은 이 '일'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불편한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

6. 나도 '역시' 이 '일'의 '결과'에 대해 안타깝다.

7. 이 불편한 얘기를 하는 자리는 한시적이다(곧 끝난다)- 결말이 있다.

8. 나는 상사/동료와 이 일의 근원을 찾을 의지가 있다.


일은 나의 자아도 아니고, 나의 분신이나 지체도 아니고, 내 소유물도 아닙니다.

일은 그냥 내 옆에 있는 '어떤 것'입니다. 


저도 퇴사를 한 후에야 알았습니다. 내가 '외국계테크사의 임원'이라는 모자를 벗는순간 나는 내가 해왔던 일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을요.

나는 '멋진작가'일수도, '사랑스러운 엄마'일수도, 누군가의 '선생님' 모자를 쓸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러니 일이, 나의 직장상사가, 나의 직장 동료가, 나의 클라이언트가 내 기분을 망치게 놔두지마세요.

나는 그것보다 훨씬더 가치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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