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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Feb 18. 2020

나는 학원 강사 일을 한다

-직업이 그렇게 중요한 걸까


나는 종합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초중등 전문 학원이라 학원생은 초1부터 중3까지 있다. 과목은 국어인데, 논술도 하고 독해도 하고 이것저것 국어 관련 수업을 하고 있다.     


첫 직장이 학원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취업이 급했던 작년 여름밤, 나는 서울 변두리에 있는 작은 신문사에서 면접을 보게 된다. 카운터에서 업무를 보던 여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사무적인 말투로 내 이름 석 자를 묻고는 대표실로 안내했다. 대표는 면접 자리에서 두세 번 힘주어 말했다.     


“직업의 특성상, 탄력근무제로 일하게 될 거고요. 물론 주말에도 예외는 없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냐는 말이 귀에 둥둥 울렸다. 그래, 기자니까……. 근데 나는 괜찮지가……않아. 카운터의 그 여자도 탄력적으로 밤 아홉 시에 근무하고 있지만……생기 없는 얼굴을 보아하니 탄력이 사라진 듯하고……이곳에 들어가면 나 또한 저렇게 되겠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기자라는 직업정신보다 나른한 주말의 독서시간이 더 중요했다. 그렇게 면접장을 빠져나왔다.     


어떤 일을 갖는 것이 좋을까.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직업에 대해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다. 사실, 남들이 생각하는 좋은 직업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월급은 생계유지 가능한 정도면 오케이. 대신 내 시간이 좀 있었으면 좋겠고, 내 전공과 관련이 있으면 좋겠어.’     

생각은 이 정도로 정리되었다. 그리고 기자 면접을 본 이틀 뒤, 개원을 준비하는 한 학원에서 연락이 왔다. 논술 선생님을 구하고 있는데 생각이 있느냐고.     


사실, 내게는 학원강사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직업이 아닌 아르바이트에 가까운 것. 비정규직. 낮은 연봉. 썩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스타강사를 하고 싶은 건 당연히 아니지, 떼돈을 벌고 싶은 걸까? 안정적인 직업? 안정적이라는 건 무엇일까.    

 

나는 그저 내 글을 쓰고 싶은 것뿐인데. 내 글? 어떤 글?     


나는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고 싶었다. 동화나 청소년 소설. 그동안 짧은 동화들을 써왔지만 아이들을 직접 만날 기회는 없었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모두 글 안에 존재했다. 그렇다면 꽤 좋은 기회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취업을 했다. 그리고 어느덧 칠 개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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