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탔다. 기사님과 대화를 하다가 그가 시한부 암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것도 이미 죽을 날짜를 지난. 의사가 약속했던 날짜는 2월 2일이었다.
서초동에서 논현동.
복잡한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우리는 P턴을 시키는 미련한 내비게이션을 욕했다. 거대한 현수막이 드리워진 차병원을 지나며 그는 그의 나이 마흔이 넘어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가진 아이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가 아직 초등학생일 때 그가 아이 엄마와 이혼했다고 들은 건 그다음 사거리에서였다.
택시는 달렸고, 밖에는 고운 설탕 같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기사님의 머리칼이 꼭 그 눈처럼 하얗게 세어 있었다. 그는 이제 다 커버린 자신의 아이를 여전히 똥강아지라고 부른다고 했다. 얼마 전 똥강아지와 함께 ‘마지막’ 온천 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그를 얼마나 울컥하게 했는지에 대해서도.
그는 나를 보며 ‘아직 미혼이시죠?’하고 물었다. 그리고 ‘결혼하세요’라고 했다. “이혼하지 마세요. 그냥 그 사람이랑 싸우고, 화해하고, 그렇게 사는 거예요.” 하얀 눈이 내려오지만 쌓이지는 않던 검은 도로변에 내려주며 그가 내게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