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아니어서 헤어진다는 말. 그 말이 나는 죽도록 싫었다. 좋아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하는 거지, 연이 아니라 헤어진다는 말은 나태한 데다 비겁하기까지 했다. 모자란 의지를 감추려고 드는 것처럼 들렸다. 설령 그게 위로의 말일지라도 들을 때마다 뾰족한 마음이 올라왔다. 꽈배기 같은 반항심이 들었다.
세월은 강산만이 아니라 마음도 바꾸어버린다. 이젠 인연이란 말을, 인연이란 세계관을 받아들인다. 손에 꼽는 사랑의 경험은 뒤돌아 생각해도 마음이 모자랐던 적은 한순간도 없어서, 모자라야 하는 것은 인연이다. 인연밖에는 없다.
“네 인연이 아니었네.” 이별을 한 친구에게 나는 어느새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