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다 화가 나!
분노가 치솟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어떤 자극이 내 마음 어딘가를 건드리면, 감정이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경직되고 불편한 느낌만 들다가, 이내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치는 느낌으로 치닫는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누군가에게 소리를 지르고만 싶어 진다. 감정이 격앙되어 임계치에 도달하면, 이제 남은 것은 폭발뿐이다. 누군가 툭 건드리기만 해도, 쌓아둔 둑이 무너지듯 감정이 홍수처럼 쏟아질 것만 같은 상황이다. 사실, 어느 수준을 넘어선 폭발 직전의 감정은 이성적으로 컨트롤하려 해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해결책은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뀌거나, 사라지거나, 상처 준 이들이 갑자기 사과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를 하기도 쉽지 않다. 일정 수준을 넘어선 분노는 이러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처가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새어 나오는 감정을 억지로 누르는 것도 한계가 있다.
감정의 폭발은 상처를 남긴다. 정제되지 않은 감정이 타인에게 향한다면 대인관계를 그르치게 된다. 감정 섞인 표현은 상대에게 아무런 공감도 자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도 상처가 된다. 쌓여있던 감정이 터져 나오면 잠시 시원할지 몰라도, 이내 자책과 미안함이 몰려든다. 여과 없는 감정 표현 후에 수습할 것들이 많아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감정이 최대로 고조된 순간에 할 수 있는 선택이 많지 않다면, 일단은 터지기 직전의 압력밥솥의 증기를 빼듯 감정의 압력을 조금이나마 줄여주어야 한다.
대처 방법
1. 주의 환기하기: 강렬한 감정이 인식되는 순간 주의를 돌리기
얼음을 꼭 쥐거나, 손목에 찬 밴드를 당겼다 놓는 행동, 뜨겁거나 차가운 물에 샤워하기 등 순간적인 감각으로 주의를 돌린다. 혹은, 친구나 가족에게 전화를 하거나 밖에 나가 주변 사람들의 말, 행동, 표정에 관심을 돌리는 것도 좋다. 과거 즐거웠던 장면을 회상하거나 사진을 꺼내 보기, 주변의 자연경관에 주의를 기울이기, 좋아하는 기도문이나 격언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언제든 실행 가능한 즐거운 활동 목록을 만들어 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그 순간의 격렬한 감정에서 주의를 돌릴 수 있는 무엇이든지 동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목록들이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이 자주 고조되는 상황을 예상하고, 그 순간의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 또, 언제든 실행할 수 있도록 상황을 자주 시뮬레이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2. 이완하기: 감정이 폭발하기 직전 자신의 마음을 이완시키는 방법
격렬한 감정은 인간의 교감신경을 항진시킨다. 이로 인해 온몸이 긴장되고, 머리에 피가 쏠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 흥분된 느낌을 받게 된다. 이완하기는 교감신경의 반대급부인 부교감신경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방법들이다.
3. 우리의 오감을 이용하도록 하자. 좋아하는 음식 냄새, 꽃 냄새 등을 이용하거나(후각), 내가 좋아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그림이나 즐거웠던 경험을 담은 사진을 이용하고(시각), 따뜻한 물로 샤워하거나 애완동물의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는 것도 성난 마음을 위로하는 데 도움이 된다(촉각).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먹거나 달콤한 초콜릿을 먹기도 하고(미각), 즐겨 듣는 음악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거나 창문을 열고 들리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도 있다(청각).
4. 나에게 익숙하고 위로와 위안이 되는 무엇이든 이용할 수 있다. 감정이 고조된 순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그 목록을 작성해 놓고, 감정이 터져 나올 때 그 목록의 것들을 이용해 자신을 위로하는 장면들을 자주 머릿속으로 그려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찰나의 순간에 그 목록들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만든 목록 중 자신에게 가장 적용하기 쉬운 방법을 휴대폰 메모장에 저장하거나, 작은 메모지에 적어 늘 가지고 다니면서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