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깜빡거리거나 코를 찡끗, 목을 긁는 소리
어린이 틱 장애란?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상한 버릇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눈을 깜빡이고 코를 훌쩍이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행동을 보입니다. 이런 버릇은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행동과 비슷한 점이 많아 처음에는 눈의 알레르기 증상이나 감기 증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감기 치료나 알레르기 치료에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면 혹시 틱 장애 증상이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대개 부모들은 나쁜 버릇이라며 혼내고 주의를 주어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호소합니다.
버릇일까 / 틱 장애일까
아동기에는 누구나 한 번씩 이런 버릇을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버릇들이 몇 달간 지속되거나 다른 버릇으로 바뀌어 나타나거나 하는 경우에는 ‘틱 장애’를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틱 장애는 몸을 움직이는 운동성 틱과 소리를 내는 음성 틱으로 나뉩니다. 틱 장애로 인한 증상은 대부분 얼굴에서 먼저 시작이 되어 몸 아래로 진행됩니다. 흔한 증상은 눈을 깜빡이거나 코나 얼굴을 찡그리고, 입을 오물거리고 눈을 흘기며, 눈알을 굴리는 버릇 등입니다. 아무 의미 없이 ‘음음’ 하는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야생마를 길들일 때 말을 꽁꽁 묶는 끈을 틱(tic)이라고 하는데 틱 장애(tic disorder)라는 용어는 여기서 유래됐습니다. 이런 병명이 붙게 된 이유는 마치 끈에 묶인 말이 몸부림치고 발길질하는 것처럼 야생마와 같은 아이들을 길들일 때 이런 버릇이 생긴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틱 장애 30% 정도는 1년 이내에 증상이 저절로 사라집니다. 단순히 몸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운동성 틱이 나타나는 것은 5~7세 무렵입니다. 반면 음성 틱은 9세 무렵에 나타납니다. 틱이 사라지지 않고 증상이 1년 이상 지속되면 만성화된 것으로 틱 증상도 더욱 심해집니다. 따라서 버릇이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되거나 1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눈 깜빡이고 얼굴 찡그리는 ‘틱 장애’/ 욕하고 악담하는 ‘뚜렛 증후군’
가장 흔한 운동성 틱은 눈 깜빡임, 어깨 으쓱거리기, 얼굴 찡그리기, 코 씰룩거리기, 목 경련 등입니다. 단순 운동성 틱이 지속되다가 복합 운동 틱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복합 운동 틱은 동작이 더 느리기 때문에 의도적인 행동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합 운동 틱은 손으로 반복해서 만지기, 빙그르 돌기, 혀 내밀기, 냄새 맡기, 꼬집기, 뛰기, 발 구르기 등이 있습니다.
음성 틱은 헛기침, 끙끙거리기, 꿀꿀거리기, 혀 차는 소리, 침 뱉는 소리 같은 아무 의미 없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단순 음성 틱도 복합 음성 틱으로 변할 수 있는데, 복합 음성 틱은 상황과 전혀 맞지 않은 말을 내뱉는 증상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그대로 흉내 내는 ‘반향언어증’이나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동어반복증’도 복합 음성 틱의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이런 버릇들이 사라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태권도 동작 같은 발길질이나 한 바퀴 빙 돌기 등 복합적인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험담과 성적인 욕설을 내뱉는 ‘뚜렛 증후군’으로 발전되기도 합니다.
뚜렛 증후군이란 여러 형태의 운동성 틱과 음성 틱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를 뜻합니다. 뚜렛 증후군은 1885년에 프랑스의 뚜렛 박사가 처음 보고한 이후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특이하고 괴상한 증상으로 인해 뚜렛 증후군은 최근 몇 년간 일반인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듣기에 민망할 정도의 과도한 욕설을 하는 버릇도 있는데 이는‘ 강박적 외설어증’으로 복합 음성 틱의 가장 심한 증상입니다.
“우리 아이가 욕하는 것을 보고 저는 정말 놀랐어요. 처음에는 화장실에서 혼자 중얼거리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극렬하고 외설적인 욕을 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 욕은 우리가 평생 동안 들어본 적도 없고 말해본 적도 없는 욕설이었어요. 도대체 어디서 그런 욕을 배웠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강박적 외설어증을 가진 아이의 부모들은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이들 부모의 말대로 뚜렛 증후군의 외설어증은 결코 배워서 하는 욕설이 아닙니다. 음성 틱을 보이는 학생들도 본인들이 내뱉는 욕설을 어디서 듣고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이런 심한 복합 음성 틱을 가진 경우는 틱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들 중 10% 정도에서 나타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틱 장애가 심해진다
뇌 과학의 눈부신 발달로 ‘틱 장애’나 ‘뚜렛 증후군’의 원인도 밝혀지고 있습니다. 대뇌 깊숙한 곳에서 운동개시와 복잡한 운동을 조절하는 부위(대뇌 기저핵)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교란되어 나타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틱 장애’가 시작된 지 일 년이 지나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거나 더 심한 ‘뚜렛 증후군’으로 발전하면 도파민을 조절해 주는 약물치료를 1-2년 정도 해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틱 장애는 아이들의 반항적인 의도나 나쁜 버릇, 귀신이 쓰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부모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틱 장애 학생의 부모 또한 틱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흔하지만 자신의 틱 증상을 깨닫지 못하고 단순한 습관으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부모나 친척 중에 틱 증상을 가진 사람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단호하게 “없다”라고 답하는 아버지가 끊임없이 눈을 깜빡거리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집에서 이렇게 도와줍니다.
1. 일단 무시해야 합니다.
아이의 틱 증상에 대해 놀리거나 벌을 주거나 지적하면 불안해져 오히려 증상이 악화됩니다. 일단 ‘무시’ 해야 합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일과성 틱은 저절로 좋아집니다. 틱 장애의 부모가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자녀가 눈을 깜빡거리고 끙끙 소리를 내는 것이 의도적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개 부모들은 틱장애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자녀가 이상한 버릇을 가지면 그 버릇을 금지시키려고 합니다. 야단치고 꾸짖고 해서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려다 보면 아이들은 대개 자기 증상을 숨기거나 억누르려고 하기 때문에 나중에는 증상이 더 심해집니다.
2. 공부 스트레스를 줄입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학 직전 부모의 끊임없는 간섭과 공부에 대한 압박으로 틱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 경우에 공부를 절반으로 줄이고 공부에 대한 압박감만 줄여주어도 틱 증상이 훨씬 호전됩니다. 틱 증상은 새 학기를 맞는 3월과 9월에 많이 발생하고 어려운 공부나 새로운 학교 친구나 선생님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악화되기도 합니다.
3.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운동합니다
매일 규칙적인 생활과 꾸준한 운동을 하는 것은 긴장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축구나 농구 같은 조직화된 신체 활동이 틱 장애 학생의 틱 증상을 호전시킬 뿐만 아니라 인격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틱 증상이란 대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므로 다른 신체 활동을 통해서 틱 증상을 억누를 수도 있고, 적절한 신체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어 이중으로 도움이 됩니다. 틱으로 인해 소진되었던 에너지와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방출함으로써 아이들은 틱에 대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분노 해소에도 효과적입니다.
4. 즐거워하는 활동하기
틱 증상을 줄이는 데 있어 아이가 이완하도록 돕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이완을 하도록 돕는 방법과 내용에는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마사지, 목욕, 아이가 즐거워하는 활동하기와 같은 단순한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평소에 즐거워하는 활동을 하는데 일정 시간을 보내도록 생활계획표를 짜 봅니다.
5. 시각적 심상 이용하기
심상을 사용하는 이완도 있습니다. 심상을 이용한 이완이란 자녀들에게 편안한 자세를 취하게 한 상황에서 즐거움 혹은 편안한 감정과 연관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방법입니다. 자녀가 일정 시간 동안 틱을 하게 되면 신경의 사용으로 인하여 두통이 오거나 피로를 호소할 수 있는데, 이때 심상 이용은 효과적입니다. 상상과 같은 추상적인 방법의 이완이 어려울 경우, 조용한 음악을 듣게 하거나 편안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등의 구체적 방법이 사용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6. 습관 반전법
습관 반전은 현재 보이는 틱 증상과 경쟁적 활동이 되는 다른 몸 움직임을 일부러 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볼을 불룩 내미는 틱 증상이 있는 경우 볼을 안으로 당기는 행동을 의도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런 방법으로 증상을 완벽하게 대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사용되어야 합니다.
7. 일부러 많이 하기
공식적 활동에 참여하기 전에 틱을 의도적으로 가능한 한 빨리 반복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목을 흔드는 틱 증상이 있다면 학교에 가기 전, 혹은 학교에서 쉬는 시간 동안 여러 번 자신의 목을 활동적으로 들썩거리게 하는 것입니다.
8. 부모에게 필요한 태도
틱 장애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모의 기다림과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사실은 틱 장애를 가진 아이보다 이를 바라보는 부모가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아동에게 스트레스를 더해주게 됩니다. 따라서 부모 또한 스스로 이완활동을 함으로써 아동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틱장애 Q & A
질문 : 틱 증상을 완치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대답 : 장애는 완치라기보다 최선을 다해서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틱 장애에 대한 두 가지 치료는 첫째는 약물치료이며, 둘째는 행동 요법입니다. 약물치료는 도파민의 수준을 낮추는 항 도파민제를 사용합니다.
질문 : 모든 아이들이 가끔씩 틱을 하지 않나요?
대답 : 맞습니다. 7~10세 사이의 어린이에서 처음으로 많이 나타나며,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질문 : 틱 장애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지는 것이 아닌가요?
대답 : 치료받지 않는 경우에는 틱 장애는 성인기로 넘어가는 20대 초반에 20-30%에서 저절로 증상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질문 : 어떤 약이든 부작용이 있게 마련인데, 틱장애 치료에 반드시 약물치료를 해야 하나요?
대답 : 틱 장애는 치료를 받지 않으면 여러 가지로 고통을 받게 됩니다.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 뿐만 아니라 자라서 사회생활을 하기도 어려워집니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지요. 따라서 틱 증상이 1년 이상 지속된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받는 것을 권합니다.
질문 : 우리 아이가 이상한 소리를 내면 야단을 쳐야 하나요?
대답 : 틱 장애나 뚜렛 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은 자신이 내는 소리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아이를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벌을 주거나 야단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행동입니다.
일과성 틱을 보이는 경우 모른 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대부분 좋아지거든요. 부모는 자녀의 지나친 학업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하고 적절한 운동을 권해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틱 증상에 대해 야단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