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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Aug 30. 2024

충고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투사

사람들은 누구나 누군가를 돕고 싶어 합니다. 특히 사랑하고 신뢰하는 사람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집니다. 그러나 이 진심 어린 마음이 때로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고, 그들의 상처를 깊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만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지 몰라서 마음이 복잡한 상태입니다. 그때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친구를 만나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그 친구는 내 말을 듣자마자 속사포처럼 조언을 쏟아냅니다. “이 방법을 시도해 봤어?”,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이렇게 하니까 해결됐어”, “내가 너라면 이렇게 할 거야.” 이 모든 말들이 다 좋은 의도로 한 것이고, 실제로 그 친구의 경험에서 나온 유익한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대화를 나누는 동안 마음이 이상하리만치 점점 더 무거워지고, 오히려 불편해집니다.


사람이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순수하고 고귀하지만, 그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나 조언을 하게 될 때, 간과하기 쉬운 것은 상대방과 나의 상황, 경험, 그리고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내 경험을 토대로 한 조언이 상대방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며, 오히려 듣는 이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투사(projection)’라고 부릅니다. 투사는 자신이 가진 생각, 감정, 경험 등을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려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투사를 “자신의 희망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으려는 심리”라고 정의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충고를 할 때, 그 충고에는 종종 “네가 보는 현실은 틀렸어”, “내가 보는 시각이 더 나아”, “네가 바뀌어야 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오히려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고, 자신이 이해받지 못하고 홀로 버려진 듯한 외로움과 서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나에게 좋은 것이 남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착각일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들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하는 것이죠. 경청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종종 ‘이해’를 ‘자기 입장의 포기’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이해와 공감은 나의 시각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나는 네 편이야. 너의 시각으로 본다”는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진정으로 조언을 구할 때 비로소 내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충고를 하지 않는 것이 상대방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소통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충고보다는, 더 잘 들어주는 하루를 보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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