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지 않은 우리의 시작
지난 십수 년간 아동의 심리장애에 대한 학계에서의 연구활동과 임상 장면에서의 치료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12세 이전 아동들의 심리 건강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의 범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행동의 문제이고 또 하나는 정서의 문제입니다. 행동 문제는 분노 조절, 과잉행동성, 주의 산만, 충동성, 반항성 등이 대표적이며, 정서적인 문제는 공포, 우울, 지나친 수줍음, 과도한 걱정, 강박적인 행동, 섭식 문제 등으로 생각보다 흔히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행동 및 정서의 문제를 보이는 아동들의 비율이 지난 30년 동안 뚜렷하게 증가했습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치료가 필요한 아동들 가운데 전문적인 도움을 받은 아이들의 비율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어디에 가야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는 부모들이 많다는 것,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때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는 것, 아이들이 성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내 아이가 심리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거나 남에게 행여 알려질 세라 불편해한다는 것입니다.
성장하면서 자연히 문제가 해결되거나 줄어드는 아이들도 절반 정도는 됩니다만... 부모의 세심한 관심과 적극적인 보살핌이 있는 경우에만 그렇습니다. 아이들의 성장 환경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행동 및 정서의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또한 부모가 아무리 세심하게 관리를 해준다고 해도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자신의 자녀가 심리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매우 불편한 사람들은 유독 주위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까지 염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제는 시대가 성숙해서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제법 비중이 있는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심리 장애로 진단되는 경우들이 사실 남들이 편견을 가지고 볼 정도로 그리 대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사회가 알아준다면 이들의 걱정이 많이 덜어질거라 기대합니다.
대략 30% 정도의 아이들이 행동 또는 정서적인 문제로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정서적인 문제라는 것은 인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따라서 남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행동의 문제를 가진 아이들도 어른들을 걱정시키고 주위 또래들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 아이들 역시 전반적인 인격은 남에게 호감을 주고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은 굳이 전문가가 강조하지 않아도 부모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지요. 다만 정부의 지원을 통해서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보다 부담 없는 비용으로 받을 수 있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아무리 여건이 좋아도 어떤 문제를 어디서 도움 받아야 할지 모른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모든 부모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교육과 예방의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이 오길, 작게라도 도움의 손길을 돼주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