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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Nov 24. 2024

당신의 불안이 말합니다

내면의 아이가 보내는 신호

늦은 밤, 이불속에서 문득 찾아오는 불안.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스치듯 느껴지는 떨림. 

중요한 발표 직전, 갑자기 터질 것 같은 심장 소리.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상상할 때면 숨이 막히는 그 순간...


이런 순간들의 느낌. 글로만 전했음에도 분명 몸으로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겁니다. 이럴 때마다 마음 한편에서는 작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괜찮아질까?" "이대로 있어도 될까?" "나는 충분할까?" 그 목소리는 마치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빛 같기도, 때로는 거센 파도처럼 밀려오기도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불안을 단순한 부정적 감정이 아닌, 마음의 중요한 신호 체계로 바라봅니다. 특히 애착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불안은 우리의 가장 원초적인 안전 욕구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위험을 감지했을 때 본능적으로 부모의 품을 찾듯이, 성인이 되어서도 우리는 불안한 순간에 안전과 위로를 갈구하게 됩니다.


불안은 우리 뇌의 편도체가 위험 신호를 감지했을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이는 우리의 생존과 적응을 위해 진화해 온 소중한 방어 체계입니다. 다만 현대 사회에서는 이 메커니즘이 때로는 과도하게 작동하여, 실제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도 강한 불안을 경험하는 게 문제입니다. 특히 새로운 도전이나 변화 앞에 설 때, 중요한 관계에서 상처받을 것 같은 순간, 자신의 가치나 능력을 의심하게 될 때, 또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과 마주칠 때 불안은 더욱 강하게 찾아옵니다. 이러한 불안은 내면의 목소리가 안전과 확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소중한 신호입니다.


불안을 건강하게 다루는 첫걸음은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들, 예를 들어 빨라진 심장 박동, 얕아진 호흡, 긴장된 근육들에 주의를 기울여보세요. 이러한 신체적 반응들은 우리가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불안이 찾아올 때, 자신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 네가 불안해하는 게 당연해. 무섭고 힘들었구나. 내가 여기 있을게."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이러한 자기 연민적 대화는 내면의 불안한 아이를 달래주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구체적인 자기 돌봄 방법을 몇 가지 더 소개해봅니다.

호흡 조절: 4-8 호흡하기 , 4초간 숨을 들이마시고, 7초간 참았다가, 8초간 천천히 내쉬는 4-7-8 호흡법은 불안한 순간에 특히 효과적입니다. 이 호흡법은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신체의 이완 반응을 촉진합니다.

점진적 근육 이완법: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순차적으로 근육을 긴장했다가 이완하는 방법으로, 신체적 긴장을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습니다.

마음 챙김 명상: 매일 15-20분 정도 조용한 시간을 가지며, 현재 순간의 감각과 감정을 비판단적으로 관찰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일상적 자기 돌봄: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건강한 식사는 우리의 정서적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기본이 됩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될 때에는 두려워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불안으로 인해 일상적인 기능이 2주 이상 저하될 때

신체적 증상(심계항진, 호흡곤란, 불면증 등)이 지속될 때

회피 행동이 증가하여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질 때

자기 파괴적 행동이나 중독적 행동이 나타날 때

제가 늘 말씀드리듯, 전문가와의 상담은 결코 약점이나 실패가 아닌, 자신을 위한 현명하고 용기 있는 선택입니다. 상담 과정을 통해 불안의 근원을 이해하고, 보다 효과적인 대처 전략을 발견하며, 더 깊은 자기 이해에 도달할 수 있게 됩니다. 


불안을 다루는 과정은 마치 정원을 가꾸는 일과 같다고 비유를 합니다. 때로는 잡초처럼 보이는 감정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 마음의 소중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오늘 밤, 내 안의 불안이 다시 찾아온다면 이렇게 해보시면 어떨까요?


잠시 눈을 감고, 그 불안을 당신의 어린 시절 모습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아마도 그 어린아이는 지금 따뜻한 품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조용히 속삭여주세요.

"네가 불안해하는 마음, 나는 다 알고 있어." 

"지금 이 순간, 네 곁에 내가 있을게." 

"우리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같이 가보자."


다시 말하지만 불안은 결코 실패가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며, 더 나은 삶을 향한 열망의 다른 이름입니다. 때로는 그저 그 불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마치 흐린 날의 하늘도 우리 하늘의 한 모습인 것처럼, 불안한 감정도 우리 마음의 자연스러운 날씨일 뿐입니다.


오늘 밤, 당신의 불안한 마음에 작은 등불을 켜주세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들이 당신처럼 자신의 불안을 끌어안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조금씩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 밝게 빛나듯이, 때로는 가장 불안한 순간이 우리를 더 큰 성장으로 이끌어주기도 합니다.  밤하늘의 별들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빛을 내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  


우리의 불안도, 용기도, 모두 나라는 존재를 이루는 소중한 빛입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용감합니다. 

지금 이대로도, 당신은 참 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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