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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Dec 02. 2024

내 마음의 정원 가꾸기

한 해를 정리하며...

차가운 겨울비가 창가를 두드리는 12월의 아침을 맞이하며 떠오른 생각들을 끄적여 봅니다. 


20여년간 심리상담을 하며 매년 이맘때면, 많은 분들이 제게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올해도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계획했던 것들을 이루지 못했어요", "내년에는 꼭 변화해야 할 것 같은데..." 마치 꽃 한 송이 피어있지 않은 겨울 정원을 바라보며 한숨 쉬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의 삶, 그리고 우리의 마음은 꼭 아름다운 정원과 같습니다. 매 계절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생명력을 피워내지요. 봄날의 화사한 꽃들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겨울정원의 고요함도, 앙상한 가지 사이로 비치는 은은한 햇살도, 그리고 차가운 대지 속에서 봄을 준비하는 깊은 뿌리들도 모두 소중한 생명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으니까요.


지난 한 해 동안 여러분의 마음 정원에는 어떤 계절들이 찾아왔나요? 

설렘으로 가득했던 봄날의 순간들,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했던 여름의 도전들, 그리고 때로는 풍성한 결실을 맺었던 가을의 기쁨도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오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한 해를 돌아보며 스스로를 채찍질합니다. 이루지 못한 목표들을 떠올리며 자책하고, 부족했던 순간들을 후회하며 한숨 쉬기도 합니다. 하지만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보면, 그 모든 순간이 그들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소중한 거름이었는데 말입니다.

우리의 마음 정원에는 다양한 감정이라는 꽃들이 피어납니다. 기쁨이라는 노란 민들레, 슬픔이라는 푸른 제비꽃, 때로는 분노라는 붉은 장미도 피어나죠. 이 모든 감정은 삶의 일부이며,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됩니다.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해서 나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더 깊은 지혜를 얻게 됩니다.


특히 연말이 되면 관계라는 화분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우리 곁에 있었던 사람들을 떠올려보세요. 누구와 함께 있을 때 마음이 따뜻해졌나요? 어떤 만남이 우리에게 힘이 되어주었나요? 반대로 어떤 관계가 우리의 에너지를 많이 소진시켰나요? 이런 점검의 시간은 내년의 더 건강한 관계를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타인에게는 너그럽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곤 합니다.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와 같은 생각들이 마음의 정원을 어지럽히는 잡초처럼 자라나곤 하지요.

진정한 성장은 이러한 자책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마치 어린 새싹을 대할 때처럼 부드럽고 인내심 있게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12월은 특별한 달입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니까요. 이 시기를 잘 보내기 위해 매일 작은 실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잠들기 전 그날의 감사한 순간들을 기록해보세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 누군가의 따뜻한 미소, 차창 밖으로 스치는 겨울 풍경까지도요.

그리고 이번 달, 매주 하나씩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첫째 주에는 올해의 감정들을 돌아보고, 

둘째 주에는 관계를 정리하고, 

셋째 주에는 이루지 못한 목표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며, 

마지막 주에는 내년에 피워낼 새로운 꿈의 씨앗을 심어보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올 한 해 수고한 자신에게 따뜻한 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사랑하는 나에게, 올해도 정말 수고 많았어. 때로는 힘들고 지치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잘 왔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넌 훨씬 더 잘해내고 있어. 조급해하지 마. 모든 꽃들이 같은 시기에 피어나지 않듯이, 우리에게도 각자의 시간이 있으니까. 내년에는 어떤 꽃을 피워낼지 기대가 돼. 지금 이대로의 모습도 충분히 아름다워."


찬란한 봄날의 정원도 아름답지만, 때로는 고요한 겨울정원이 우리에게 더 깊은 위로와 통찰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마음 정원은 어떤 모습인가요? 춥고 쓸쓸한 겨울이라고 느껴진다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모든 계절이 그렇듯 이 시간도 지나갈 테니까요. 그리고 분명 그 자리에 새로운 봄이 찾아올 것입니다.

연말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마음 정원은 각자의 방식으로 따뜻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앙상해 보이는 가지 끝에도, 이미 다음 봄의 꽃봉오리가 준비되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마음 정원에 따뜻한 겨울 햇살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새해에는 더욱 찬란한 꽃들이 피어나시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여러분의 마음 정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내년에는 어떤 꽃들이 피어날지,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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