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라는 지문
"내 아픔은 아무도 모를 거야."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겠지..."라는 생각.
이처럼 우리의 아픔은 참 묘한 것 같습니다. 철저히 나만의 것이면서도, 어쩌면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의 아픔을 생각해 보세요. 그 상황에서 흔히 "이렇게 아픈 건 나밖에 없을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맞는 말이에요. 내가 느끼는 그 특별한 그리움, 그 사람과 함께했던 추억들, 그리고 그 관계가 내 삶에 가졌던 의미는 정말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것이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도 지금 이 순간 비슷한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을 겁니다. 그들도 밤에 잠 못 이루고, 문득문득 눈물을 흘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상처를 달래고 있겠지요. 이처럼 우리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 감정의 색깔은 묘하게도 비슷합니다.
꼭 지문 같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손가락 끝에 있는 지문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모든 사람의 지문은 둥글둥글한 무늬로 이루어져 있지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속에 담긴 세세한 선들의 모양은 사람마다 전부 다릅니다. 우리의 아픔도 이와 비슷합니다. 슬픔, 외로움, 상실감 같은 감정들은 모든 사람이 경험하지만, 각자의 삶에서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전부 다르답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의 예시를 들어볼까요? 모든 우울증 환자들은 비슷한 증상을 겪습니다. 의욕이 없어지고, 잠을 잘 못 자고, 일상생활이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그들 각자가 우울증에 이르게 된 과정과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방식은 전부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때문에, 또 어떤 사람은 오랜 외로움 때문에, 또 다른 사람은 예상치 못한 사고나 상실 때문에 우울증을 겪게 되지요.
이렇게 생각해 보면, 아픔이 가진 특별함과 보편성은 오히려 우리에게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내 아픔이 특별하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뜻이니까요. 동시에 이 아픔이 보편적이라는 것은, 내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각자의 상황과 이야기는 다르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의 색깔은 서로 비슷하니까요. 누군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의 마음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 일 겁니다.
여러분, 혹시 지금 마음이 아프신가요?
그렇다면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보세요. 당신의 아픔은 분명 특별하고 소중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에요. 저 멀리 보이는 수많은 창문 불빛처럼,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봄이 오면 얼었던 강물이 녹듯이, 아픔도 언젠가는 녹아내릴 거예요. 그때까지 우리,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으며 살아가요. 당신의 아픔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아프고, 치유되고, 다시 일어서는 중이니까요. 그것이 바로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