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는 신

자아를 내려놓는 법

by 고민지

나는 종교, 철학, 윤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고등학생 때 전공 외에 가장 재미있게 느꼈던 과목도 윤리와 사상이었으니까.


우리 집은 외할머니는 천주교, 친할머니는 불교, 시댁과 우리 부부는 개신교다. 아직도 개신교 집안에 시집온 내가 스스로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도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절대 ‘홀리한 사람’은 아니다..


대학 시절, 성가대 솔리스트로 주일마다 성실히 예배를 드렸지만 청년부에 끌려갈까 봐 목사님들을 무려 3년간 피해 다녔던 사람이다.


그 시절 읽었던 책이 있다.

팀 켈러 목사님의 《내가 만든 신》. 스물일곱 살 무렵, 라이언 홀리데이의 《에고라는 적》 이후로 가장 깊은 울림을 준 책이었다.


《에고라는 적》은 ‘병든 자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한다.

‘열정이라는 병’, ‘나라는 질병’이라는 표현을 통해 삶을 방해하는 잘못된 자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책을 읽던 날도 나는 여전히 목사님을 피해 다니고 있었다. 그 시기의 나는 경고음이 필요했던 사람이다.


《내가 만든 신》은 십계명 중 첫 번째 계명,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을 네게 두지 말라”는 말씀을 다룬다. 우상이란 보이는 상이 아니라 내면에 있는 자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에고라는 적》과 같은 맥락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해결책이 달랐다.


《에고라는 적》은 스스로 절제하고 통제하라고 말한다.

《내가 만든 신》은 내가 아닌 더 높은 존재가 나를 다스려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나는 후자를 택했다.

왜냐하면 나는 스스로를 통제하기엔 열정이 너무 과하고, 통제 불가한 비숑 같은 인간이니까. 지금도 시원한 맥주가 좋고, 무리한 꿈을 꾸기도 하고, 욕심이 마음을 가득 채울 때도 있다. 나는 여전히 미완의 사람이다.


그렇지만 내 안의 위험한 자아를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나보다 더 높은 존재가 나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믿음이 내가 우상을 만들지 않도록 도와준다.


당신이 무교여도, 나와 다른 신앙을 가졌어도 괜찮다.


이 글은 단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어서 쓴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것은 당신의 마음을 잘 지켜주고 있을까?"


삶이 빠르게 휘몰아치는 이 시대에 잠시 멈춰 자신의 자아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귀한 일이니까.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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