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때가 있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되는 이유

by 고민지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어릴 적 들었던 말들을 다시 떠올리는 일이 많아진다.


그땐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던 말들인데 지금은 하나씩 마음에 의미로 새겨진다.


그중 가장 오래 남아 있는 말이 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거야.”


처음엔 그냥 흔한 말이라 여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말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일상을 정돈해 주는 힘이 되었다.


살다 보면 모든 관계는 나를 제외한 타인과의 접점이다. 그 접점이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9년 차 부부인 우리는 남편의 직업 특성상 열흘씩 떨어지는 날도 많다. 그것도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었다.


친구 관계도 그렇다. 같은 학교, 같은 반, 같은 기숙사, 같은 전공… 교집합이 많던 시절엔 자주 마주쳤지만 그 교집합이 사라지면 관계도 조금씩 멀어졌다.


이걸 받아들이고 나서부터 나는 관계에 아쉬움을 덜 느끼게 되었다.


“아, 이건 지금의 때가 그런 거구나.”

“지금은 각자의 시간이고,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몰라.”


이렇게 생각하니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은 남겨둔 채 더 편안하게 보내줄 수 있게 됐다.


배우자, 가족, 친구 모두 마찬가지였다. 때가 되면 만나고, 때가 되면 헤어질 줄 아는 마음이 내 안에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했다.


유치원 시절, 부모님이 늦게 데리러 오시면 혼자 울며 기다리던 아이가 있었다.

그게 나였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어떤 상황에서도 조금은 의연하게 ‘보내는 일’을 받아들이게 됐다.

아마도, 나 역시 의연해질 ‘때’가 온 것 아닐까.


이제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도 이 원리를 자주 느낀다. 수많은 레슨생들과 함께 노래 부르던 때가 있었고, 그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레 작별의 시간이 온다. 강연 문의가 몰리던 시절이 있었고, 잠잠한 시간도 있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이제야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나를 반겨준 엄마와 중학교 2학년에 헤어진 것도, 결국 때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내가 세상을 떠나는 때가 올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도 분명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 일이 두렵지 않다.


그 모든 것은, 자연스러운 ‘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더 소중하게 만들어준다.


오늘을 사는 나, 지금 함께하는 우리.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거야.”

바법같은 문장을 다시 되뇌며 나는 오늘도 고요하게 웃는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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