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유

“이번 생엔 잃지 않기로 했다. 되찾은 내 마음의 여유를.”

by 고민지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던 고등학교 1학년부터 결혼을 앞둔 스물일곱까지의 나는 엄마의 빈자리를 스스로 채워가며 생존하듯 하루를 살았다.


여유보다는 버텨내고, 해내고, 흘러가지 않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단단히 붙잡았던 시기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서른 중반이 되자 내가 매 순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건 의외로 ‘마음의 여유’였다.


어린 시절, 어른들은 나를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넉살스럽다.”

“성격 좋다.”

“얘는 어디서든 예쁨 받고 살 거야.”


그러나 엄마는 자주 이렇게 말하셨다.

“행동 좀 빨리해 줄 수 없겠니?”

나는 그 말조차도 웃어넘기던,

천하태평하고 성격 좋은 아이였다.


그런 내가 10년 넘게 생존 모드로 살아가자 주변에서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넌 진짜 빠릿빠릿한 것 같아!”

“무인도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것 같아.”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해요?”

그 시절의 나는 눈에 힘이 들어가 있었고,
흐트러지면 안 된다는 강박에 늘 예민함이 도사리고 있었다.


결혼 후 3년,
정말 말도 안 되게 다투고 입을 꾹 닫기도 하고 눈물을 참으며 서로를 맞춰가던 시간.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내 본래의 기질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예전처럼 누군가의 기준에 나를 맞추지 않아도 된다. 전공을 갈고닦아 채점을 받거나 인정받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드러내기보다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관계가 나를 단단하게 감싸고 있다.


어릴 적 듣던 엄마의 잔소리.

“행동 좀 빨리해 줄 수 없겠니?”

그 말을 지금은 내 남편이 자주 한다.

그런 잔소리마저 이제는 기분 좋게 들린다.


아마도 내가 다시 ‘여유로운 사람’으로 돌아왔다는 증거일 것이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나를 나는 조금씩 다시 만나고 있다.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사람, 느려도 괜찮은 사람,

날씨를 느끼고 마음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이번 생에는,

이 어렵게 찾은 마음의 여유를 절대 잃지 않겠다고.


건강한 것들로 나를 채우고,
적당한 운동으로 내 숨을 돌아보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따뜻한 에너지를 나눈다.

매 순간 분별하기 위해 기도한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오늘도,
여유롭고 풍성한 마음으로 하루가 채워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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