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푼의 용기를 꺼내 든 날
“민지 씨는 늘 당차고, 자신감 넘치고 겁도 없는 것 같아요.” 학생 시절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기까지 종종 듣던 말이다.
긍정 에너지 한 스푼, 호기심 한 스푼, 장난기 한 스푼이 섞인 표정과 작지만 단단한 기운이 겉모습으로 비쳤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안다.
35년간 나와 함께 살아온 마음 안에 항상 ‘두려움’이 함께 있었다는 것을.
불안은 크지 않은 편이지만, 두려움은 늘 그림자처럼 곁에 머물렀다. 그래서 나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늘 먼저 부딪혀보는 쪽을 택했다.
내면에서는 수없이 용기를 짜내며 살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겪어보면 알 수 있을 거야. 무엇을 더 보완해야 할지, 혹은 이 두려움이 생각보다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그렇게 마음속에서는 스스로를 다독이고, 겉으로는 이렇게 말하며 살아왔다.
“괜찮아요!”
“한번 해볼게요.”
“해보죠!”
지금 이렇게 글로 적어보니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있을까?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더 무서울 것 같다.
물론 두려움의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결국 직면하고, 해보고, 움직여보는 것만이 두려움의 크기를 줄이는 길이라는 건 같지 않을까?
가끔은 지인이 이 글을 읽는다고 상상하면 “제가요?” 하고 웃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 우리는 모두 두려움이라는 알을 깨고 매 순간을 살아내는 같은 존재들이다.
매 순간 나에게 닥친 두려운 문제 하나에 ‘용기’ 한 스푼, ‘추진력’ 한 스푼을 더해 희석시키며 나아간다.
그렇게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딛다 보면
나는 용감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의연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어머니와 이별했던 장례식장 이후의 삶에도, 아버지를 떠나 처음 기숙사에 들어가던 고등학교 1학년의 울보 시절에도, 준비 없이 시작한 초보 아내의 첫 해에도, 겁 없이 창업했던 그 10년 전에도,
그리고…
타자를 두드려 글을 쓰는 바로 이 순간에도.
나는 오늘도 두려움을 향해 한 스푼의 용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깨달았다.
오늘 나는,
어제보다 한 뼘 더 의연한 사람이 되었다.
그것만으로 참 기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