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반복하기

게으른 나를 바꾼 건, 효율도, 비교도 아닌 사랑이었다.

by 고민지

나는 천성적으로 게으르고 무엇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반복하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같은 말 반복하기, 같은 영상이나 음악 반복해서 보기 등.. 그 모든 게 나에겐 지루하고 귀찮은 일이었다.

업무도 늘 미루고 미루다가 기한 직전에서야 바짝 몰입해서 해치우곤 했다. 그게 나만의 효율이라고 믿었다.


그런 내가 요즘, 반복 연습을 정성을 다해 해내고 있다. 13일째 되는 날,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왜 나는 지금, 반복 연습을 하고 싶어진 걸까? 나는 정말 한 번도 반복 연습을 즐겼던 적이 없었을까?' 기억을 더듬어보면 나와 다르게 엄마, 아빠, 그리고 남동생은 모두 ‘꾸준함’이 자연스러운 사람들이었다.

성실하고 반복에 익숙한 가족 안에서 오히려 나는 게으른 아이였다. 특히나 주말 아침 우리 가족은 어김없이 등산을 갔다. 그 이유는 첫째 딸(나)의 체중 감량.

“여자애가 이렇게 게을러서 어떡하니! 얼른 일어나!” 엄마의 호통 소리에 뭉그적거리며 일어나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산에 다녀온 뒤에는 사우나에 들렀다가, 콩나물밥으로 점심을 마무리하곤 했다. 그게 우리 집의 토요일 루틴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래 지난 지금, 나는 반복의 재미를 다시 배우고 있다. 살림을 정리하는 방식, 하루를 계획하는 리듬, 틈만 나면 책을 꺼내 읽는 습관. 그 모든 순간에 나는 어릴 적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엄마는 마흔 살에 세상을 떠났고, 이제 그 나이와 가까워진 나는 그녀를 다시 떠올리며 그녀가 내게 남긴 ‘반복’의 온도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사실 나는 노래를 사랑하던 시절엔 신나게 반복 연습을 했던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노래를 더 잘 부르고 싶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싶어서. 그 모든 반복의 중심에는 ‘사랑’이라는 동기가 있었다. 무언가를 억지로 할 땐 실패했다.

“나도 다이어트해볼까?”“저 사람 예쁜데 나도 살 빼면 예뻐지려나?”그런 비교에서 시작한 반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제는 안다.

반복의 때는 ‘사랑’을 알게 되는 시기라는 걸. 지금의 나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를 위해 반복한다.


책상 앞에서도,

헬스장에서도,

식탁 앞에서도,

삶의 수많은 자리에서도 나는 사랑으로 반복하기를 선택하고 있다.



“억지로는 오래 못 갔어요. 사랑하니까, 반복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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