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급체가 깨닫게 해 준 "진정한 멈춤"
오늘 새벽 6시,
멈춰버리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토하고, 설사하고, 오한이 오고, 누워 있어도 누운 게 아니고..
그냥 ‘아… 이건 못 버티겠다’ 싶은 고비들이 온종일 찾아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고통 한가운데서 한 생각이 떠올랐다.
요즘의 나는 나름대로 나 자신을 잘 챙기고 있다고 믿었는데, 사실은 아니었구나..
적당히 쉬고,
적당히 멈추고,
적당히 나를 돌보는 요즘이라고 생각했다.
감정 루틴도 만들어 행하고, 매일 감정을 기록하고,
산책하고, 물 마시고, 나름 회복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몸은 그런 나를 전혀 다르게 느꼈나 보다.
멈춘다고 말하면서도 멈추지 않았고,
쉰다고 하면서도 머리는 계속 일했고,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내 안에서 계속 한계를 넘고 있었다.
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오늘 나의 하루를 붙잡아 세웠다.
조용하지만 괴로운 방식으로.
'잠시 멈춘 것 같아도 사실은 멈춘 척만 하고 있었구나. 내가 만든 루틴 속에 숨어 있었구나.'
그걸 몸이 나보다 먼저 알아챈 거다..
어쩌면 누군가는 “감정 루틴으로 회복했다고 하더니, 이번엔 루틴 뒤에 숨었다고요?”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감사하다.
회복된 내일 아침부터 다시 감정 루틴을 행하겠지만,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루틴으로 회복했던 ‘그때의 나’와 루틴 뒤에 숨었던 ‘지금의 나’는 서로 반대되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를 이어주는 다음 단계의 나이기 때문이다.
성장은 이렇게 겉을 지나 속으로,
표면을 지나 본질로 조금씩 깊어지는 과정이다.
나는 지금 그 깊이로 들어가는 중이다.
오늘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온종일 포카리 몇 모금씩 마시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그 무기력함 속에서 나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쉬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참는 방법’을 배운 사람이었다는 걸.
그리고 몸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 그만해도 돼. 너는 지금 멈춰야 해.”
이 글을 쓰고 있는 수요일 저녁 8시,
조금씩 통증이 줄어들면서 나는 느낀다.
'살았다.
그리고 이제야 나를 정말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루틴을 지키는 삶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루틴 뒤에 숨지 않고 몸이 보내는 가장 솔직한 신호를 제대로 듣는 일이 아닐까.
오늘의 갑작스러운 급체가 알려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