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커피

by 루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커피를 내린다.

그 농후하고 무겁지만 신 맛이 집 안의 공기 속으로 안개 깔리듯 흩어지면 그 향을 들이마시며 한 번 잠을 깨고 설탕 한 스푼, 크림 두 스푼으로 중화시킨 그 달고 쓴 맛과 목구멍 끝까지 뜨겁게 달궈주는 그 첫 번째 한 모금에 다시 잠이 깬다.


하지만 한 입, 두 입, 한 잔의 커피를 아무런 방해도, 소음도 없이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요즘의 나에게 사치.

만 두 살 반 딸내미, 이제 청소년기를 진입한 첫째, 만 열 살 둘째 아들, 남편(큰 큰 아들)을 돌보며 시작하는 더 이상 커피 한잔 아니 한 모금도 편히 마실 수 없는 아침.



따뜻할 때 마시지 못해 식은 커피를 보다 버리긴 아깝고 차갑게 마시자니 억울해 전자레인지에 일분 돌려 다시 한번 기분 내렸는데 아이가 똥을 쌌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놀아 주다 보니 점심시간. 커피 한 모금 못 넘기고 점심시간 때까지 식히고 한 번 데운 커피를 발견한 애기가 낮잠 자는 오후 시간이나 되어야 돌아온 내 눈앞 식은 커피.


그냥 새 거 내려 먹어도 될 텐데 왠지 또 아까워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 전자레인지에 다시 집어넣는 아침에 내린 식은 커피.

또 일 분을 돌려 꺼내 마침내 한 모금 마시면 또 젠장 어쩜 그렇게 매번 뭔 일이 생긴다.




커피를 내려 냄새만 찐하게 맡고 한 잔 앉아서 잔을 비우기까지 앉아있기도 바쁘고 버거운


나는 지금 식은 커피를 데워 마시는 사십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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