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

(Body)

by 루나

어김없이 그때가 왔다.

한 달에 한 번.


동굴이 있다면 동굴로 잔뜩 웅크리고 들어가 그것이 끝날 때까지 잠을 자고 나왔으면 좋겠다.

마치 양쪽 다리에 십 킬로짜리 모래주머니를 달고 걸어 다니는 기분,

자궁이 성질이 나 잔뜩 부어가지고 씩씩대고

난 웃고 울고 아프고 성질내고 짜증 낸다.


It's like unlease of 'THE worst of me'

Well, I don't enjoy a bit.

Well, mostly, I despise it because of pain it causes.





나는 경기도 성남시의 숭신여중을 다녔다. 1997년부터 1999년도의 일이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라니...

(하.. 눈 한 번 비볐다.)

그 학교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땐

허리 굴곡, 가슴 굴곡, 종아리 하나 보여주지 않고 꽁꽁 감추게 잘 만든 '감색 세일라 복'에,

귀 끝에 마쳐 일자로 단정하게 자른 칼 단발에, 왼쪽 눈 위로 올라가 탄 단편 가르마에 검정 핀을 꼽고,

심청이와 춘향이의 지조와 정조를 여자의 으뜸이라 여기시던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일주일에 한 번씩 듣고,

삐쩍 말라 별명이 '소말리아'라고 불렸던 그 동네 제일 유명했던 학주 선생님의 눈을 피해 머리에 숱을 치고 치마 길이를 줄여 입었었다.

속 안에 하얀 속옷을 입으라는 규칙도 있었고

일주일에 한 번은 실내화를 빨아와 검사를 맡았고

그리 예쁘지도 않은 교복을 입고 남자 친구와 돌아다니다 교장선생님께 걸려 망신을 당하는 애들도 있었다.

학교가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어 등교할 땐 등산을 하느라 힘들었지만

계절마다 다른 꽃이 교정 가득 흐드러지게 피고,

에어컨 하나 없는 교실에서 사십여 명의 한창 성장기인 여중생들이 모여 종일 세상의 온갖 밝은 것들을 순수하게 작당하는 것은, 그리고 그것을 상상하는 것은 사랑스럽다.




하지만 월경이 다가오는 소녀이든 중년의 여성이든 간악하게 현명한 호르몬의 여파에 좌지우지되는 것은 성경이 말하는 이브의 죄를 감당하는 길일까 아님 생명을 창조할 수 있게 된 거룩한 존재의 딸꾹질 혹은 생명을 만들고 길러낼 거대한 운명을 짊어진 존재가 매번 달이 바뀔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피의 의식 같은 것을 치러내는 것일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Dark Femin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