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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Apr 24. 2016

아빠

(How to hold your sanity)



Art work by OhRoseWong









아빠.




할머니 말에 의하면...


아빠는 충북 청풍의 유지가 집안의 늦둥이 장남으로 태어나 세상에 좋은 것은 다 먹고, 가족들의 예쁨은 다 받아가며 애지중지 컸단다.

시집을 가, 좀처럼 아이를 낳지 못하던 할머니가 정말 집에서 쫓겨나기 전에 임신이 되었는데, 그게 아빠였다고. 



아무래도 그렇게 오냐오냐, 해서 키운 게 문제였는지 국민학교(당시) 때는 공부도 잘하고 착하던 녀석이 중학교 올라가서는 삐딱, 한 넘들이랑 돌아다니다가, 눈에 뭐가 씌워지고 머리가 다르게 돌아가기 시작하더니 결국엔 동네 조폭 놈들 이랑 일한다고 사고를 치고.

 그러다 나의 친엄마와 내 동생의 친엄마를 만나 결혼을 했었고, 나와 내 동생도 생겼는데, 

나중엔 사업한다, 뭐한다 하면서 계속 집에서 돈 가져가고 담보로 뭐해서 사업하고, 사업해서 잘되는 걸 또 간신배 같은 놈들 이거 쥐어주고 저거 쥐어주고 하다 보니 또 망하고...







아빠에 대한 나의 기억은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동에 위치한 작은 반지하 집에 많이 남겨져 있다. 


동생과 나는 바닥에 깐 한 이불 위에서 중간에 크고 긴 베개를 두고 다른 이불을 덮고 잤었는데 우린 종종 아빠가 술 먹고 엄마를 때리지 않게 해 달라고, 베개 밑으로 손을 꼭 쥐고 자곤 했다.

새엄마가 내 친엄마라고 생각하며 살던 때, 아빠가 아직 알코올 중독증에 심하게 빠져 들기 전은 그래도 아빠는 괜찮은 아빠였었다.

없는 살림이었지만 가끔 통닭이나 돈가스도 집에서 해 먹었었고 나는 수학학원을, 동생은 태권도 학원을 다니고 아빠는 내가 숙제를 했는지 안 했는지 검사를 하고 내게 매일 일기를 쓰도록 훈육했었다.



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그는 침착하고, 따뜻하고 똑똑한 사람이었지만, 소주 한 병, 막걸리 한 병에 그는 쾌락과 폭력을 즐기는 폭군, 망나니 었다.



아빠로 인해 내 동생도 결코 쉬운 유년을 보낼 수 없었지만,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빠에게 폭력을 당했고, 그가 특히 '자기가 편한 여자=부인'들에게 극심한 폭력을 가한 것을 보면 

I can only consider him as women abuser.

Sadly, he was.

My own father.



나는 어떤 극한의 상황에서도 언제나 그 사건을 극으로 치닫지 않게 하는, 그것을 굳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어떤 force(마치 스타워즈에서처럼 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빠는 그런 모든 positive force들을 제치고 마치 자기 자신을 파괴한 다크 베이더 같은, 

but logically, he just could not help himself but to be burnt to the ashes. (I mean, literally.)


아빠, 1988년.



1995년 12월 27일 서른일곱의 나이로 그는 세상을 떠났다.

아빠의 사망사유는 '알코올로 인한 심한 간경화 증세'였다.


부검으로 본 아빠의 간은 알코올로 인해 정상적인 사이즈보다 한참 작고 변색이 되어 있었다고 들었었다. 아마 그런 간경화 증세로 인한 고통을 아빠 자신은 한참 동안 알았을 것 같은데 그 누구도 아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해 무엇보다 가족들에겐 엄청난 충격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다들 안도했던 것 같다.

정말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끝없는 블랙홀로 모두 끌고 들어가는 것 같던 아빠의 부재가 마치 모든 사람들의 악몽의 끝처럼.





 화장 전 날에, 곱게, 허옇게, 마치 살아있는 사람인데 자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아빠를 본 것은 아마 아무리 딸이었어도 11살의 어린 여자아이에게 그리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가 휘몰고 다니던 태풍도, 악몽도 모두 끝난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때부터 그는 종종 그 얼굴 그대로 꿈속에 나타나 나를 위협했다. 

눈을 뜨고 있는 벌건 대낮에도 아빠의 환영이 바람에 흔들리는 불씨처럼 꺼졌다, 들어왔다, 꺼졌다, 들어왔다, 했었다.




현실의 악몽이 꿈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왕 간 거면 꿈에서라도 다정하고 착한 아빠였으면 좋으련만 그는 종종 살아있을 때의 위협적이고 거친 아빠, 나에게 폭력을 가하려고 하는 아빠로 꿈에서도 나타나곤 했다.


꿈속에서 나는 아빠를 피해 영원히 달렸다. 

그에게 잡히면 난 죽는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를 피해 숨고, 

그를 피해 숨이 차는지도 모르고 달렸다.



자신의 아빠에 대한 악몽을 꾸는 딸이 얼마나 있을까.



지독한 악몽을 꾸고 일어나서는 온 몸의 관절 마디마디가 쑤셨었다. 

꿈이란 걸 꿈속에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언젠가는 이 고통이 끝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꿈에서 나는 종종 영원을 경험하곤 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나를 거둬주신 할머니는 한동안 정말 거의 매일 귀에 딱지가 붙도록 말씀하셨었다.

"너네 아빠처럼 되지 않으려면 잘 해. 인생의 선택, 잘 해. 네 아빠한테서 배워 네가, 어떻게 니 삶을 살아야 할지. 어떤 선택들을 해야 너네 아빠처럼 되지 않을지."



나는 고작 열한 살이었지만 할머니 말을 다 이해했다. 

나는 아빠를 잃었고, 친엄마에게 갈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새엄마가 엄청난 아량으로 나를 안아줄 수 있는 처지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나를 키워주신 다는 엄청난 희생을 감당하겠다는 할머니로 인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나는 생각했다.



 

'난 아빠처럼 살고 싶지 않아.'




이건 마치 아주 오랜 시간 나의 심장에 문신처럼 박힌 생각이었다.



아빠에 대한 악몽은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 나에 대한 돌아가신 아빠의 저항이었을까.

I don't know. 

But as I grew, nightmares of him starts to vanish.


But again, it kinda took little effort I call,

'Selective memories'



어렸을 땐 난 우습게도 아빠에 대한 너무 추한 기억들만 내가 갖고 있어서 그런 모든 이미지들과 감정들이 나를 사냥하고 있단 생각에 아빠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들을 잊어버리려고, 놓아 버리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Motivated forgetting is a theorized psychological behavior in which people may forget unwanted memories, either consciously or unconsciously. 


It is not a defence mechanism, since these are unconscious coping techniques used to reduce anxiety arising from unacceptable or potentially harmful impulses. 




(Well, what do I know? There really is psychological term for what I did! :ㅇ)








아빠에 대한 악몽을 언제 마지막으로 꿨는지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Thanks to my careful 'motivated forgetting method',

어쩔 땐, I think of him as someone who actually was nice.

And feel somewhat thankful that I passed him through reality and dreams.



But again, as I grew older, as I know myself deeper, as I see myself clearly even more,

I see him, 

on me.



I mean, sometimes.

Sometimes when I just feel dark.


It doesn't matter how happy I was or how satisfying I was feeling or anything content in that moment, 

there's like a switch or a button, 

and when that is on,

when my dark side is on,



My heart feels heavy without bright air,

I think of unspeakable things in my head,

I can not feel the warmth of tomorrow.



How do I just switch the side and go from white to black?

And that darkness feels like such a force, force me to feel that way, force me to act the worst.




When that happens,

I think of my dad.



How powerful his shadow in me is.




Art work by Christine Wu
Art Work By Sonelion
Art Work By Jeff Simpson






How to hold sanity....


Ask for me, 

dealing with my dad's shadow is. 











-이 글을 쓰는 동안 오혁의 섬(Island)라는 노래를 많이 들었습니다. 

I wish you could hear it when you read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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