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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LA Mar 15. 2019

#5. 동유럽 혼자여행 에세이.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럽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개고생의 날.



                                  

나는 중앙시장을 나와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나오는 거리로 들어갔다.

아마 내가 검색에서 놓친 부분인가 본데, 되게 핫한 여행자의 거리였다.

그 거리를 걸을 때 뭔가 엄청 여행 온 기분이 들어서 너무 신났다.

걸으면서 심심해서  브이로그처럼 영상을 찍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떤 남자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바디 솔트를 손에 발라준다며 발랐다. 

솔직히 팔려고 그러는 건 알았는데 뭔가 할 것도 없고 여행 와서 이렇게 현지 사람들이랑 얘기하는 게 좋아서 손에 바르게 해 줬다. 역시나 발라주면서 매장으로 이끌어서 들어가서 다 들어주었다. 

그랬더니 바디 솔트부터 바디로션까지 판매하길래 돈이 없다고 했더니 학생이면 할인해준다며 갑자기 반값을 불렀다.

'이런 상황은 인도에서 익히 겪었다.'라는 생각을 하며 인도 때의 스킬을 살려 잘 빠져나왔다. 다행히 인도에서와 달리 매너가 좋아서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렇게 거리를 걸으며 기념품 매장에 들르며 구경을 했는데

전날 부다왕궁 쪽에서 봤던 마그넷보다 예쁜 게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역시 기념품은 예쁜 거 봤을 때 바로 사야 한다는 말이 맞다. 

다른 곳을 돌아다니다가 같은 건데 가격이 조금 비싼 게 아무리 돌아다녀도 없는 것보다 낫다........

그 후로 돌아다니면서 사려고 같은 걸 찾아도 절대 없었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도시마다 마그넷을 사는데 이런 일로 인해 부다페스트는 마그넷이 없다.....                          

그렇게 걷다가 반대로 다시 걸어와서 이번에는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 보았다.      


나의 생생한 기분과 느낌을 셀프 영상에 담기 시작하면서 걸었다.

여행 갔다 와서 이런 영상을 보면 그때 내 표정이 어땠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그 거리를 걸었는지 알 수 있어서 사진과는 또 다른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이 골목은 내 예상에 그냥 사람이 살기도 하고 호텔 등으로 사용하는 건물 같았다.

그런데 그렇다기엔 지나치게 거리에 사람이 없었고 상점도 없었다.

미스터리.........

이 거리를 돌아다닐 때 참 기분이 좋았다.

자유로운 기분, 내 마음대로 걷고 보고 느낀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이 날 이후로 내 여행 기록에는 영상이 많아졌다. 나를 찍으며 여행한다는 것이 낯설기도 하고 누구한테 말하는 방식으로 얘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매우 어색했지만 아주 재밌었다.

찍어놓은 영상이 많지만 나는 유튜버가 꿈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내 블로그에 기록하는 걸로 만족한다.


이 날도 저녁 동행을 구해놔서(저녁마다 술을 마시며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꼭 저녁은 동행을 구했던 것 같다)

이제 다시 성이슈트반 성당 쪽으로 가야 되는데 내가 걷던 골목 쪽에서 갈 수가 없어서 엄청나게 걸었다.

진짜 엄청나게 걸었다.


솔직히 여기서 보이는 저 다리가 세체니 다리인 줄 알고 '금방 가겠네~' 하면서

대중교통을 안 찾고 걷기 시작했다.

사실 여행 가서 대중교통 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걸으면서 하나하나 눈에 담고 싶어서 걸은 것도 있다. 

그러나 아주 크나큰 실수였다. 아주매우베리쏘머치


낭만이랍시고 강가 밑으로 내려가서 걷기 시작했다.

Liberty 다리를 건너고 강가를 따라 세체니 다리까지 계속 걸었다.                                     

처음에는 이런 사진을 찍으며

'오 청춘이군. 이렇게 다양한 술을 마시며 놀다니. 나도 끼고 싶다.'라며 낭만을 만끽하며 걸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옆에 사람이 있었군...        

                                        

이렇게 강가를 걸으며 다리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놀았다.                                                

여행을 하면서 아주 많이 돌아다니고 적게 먹으니 살이 빠졌는지 셀카가 잘 나온다며 기뻐하며 

셀카도 찍고 좋았다.


그 후로의 사진은 없다. 왜냐하면 미친 듯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걸은 곳은 사람이 걸어 다니는 곳이 아니었고 아무도 없었다. 

목이 마른데 강가에서 도로로 올라가려 하는데 도로 쪽으로 나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아마 다리와 다리마다 내려갈 수 있게 해 놓았는지 세체니 다리까지 가지 않으면 올라갈 수 없는 구조였다. 

중간에 계속해서 위쪽으로 올라가려 해 보았으나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와 드디어 도로 쪽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걸으면서 목이 너무 마른데 마트는 없고 아무 레스토랑이나 들어가서 물 하나만 사가기엔 아직 여행 초반이라 

쫄보 상태였어서 빨리 레스토랑에 가서 마시자는 생각으로 얼른 걸었다. 

진짜 너무 탈진 직전이어서 트램을 찾아봤는데 세체니 다리까지 가야 탈 수 있었다. 

세체니 다리가 목적지인데 세체니 다리에서 트램을 탈 수 있다니요............. 

진짜 머리가 띵해오고 목이 미친 듯이 말라왔다.         

                                

어찌어찌해서 드디어 동행분들과 저녁을 먹기로 했던 젤러 비스트로에 도착했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그 더운 날 물도 못 마시고 장장 2시간을 걸었다.

탈수가 올 것 같아서 주변 마트에 가서 게토레이 파란색을 사서 그 자리에서 원샷을 하고 앉아있는데도 

목이 계속 말라서 양해를 구하고 다시 마트에 가서 같은걸 사서 또 원샷을 했다. 

그렇게 내가 얼이 빠진 상태로 게토레이 두병을 원샷하니 동행분들이 놀라시며 걱정을 했다. 

아주 많이 힘들었나 보다고....ㅎ 


네.... 저녁 먹으러 오다가 죽을뻔했답니다. 

제가 왜 낭만을 찾으며 강가 밑으로 가서 걷겠다고 했을까요..............



그 후로 다시는 낭만을 찾겠다며 무작정 걷는 짓은 하지 않았다.



                                           

솔직히 너무 어지러워 죽겠는데 저녁을 먹기로 해서 다들 앉아계시니 맛있게 먹었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주는 홈메이드 와인? 이 있었는데 그게 너무 맛있어서 그거 먹으러 부다페스트 다시 가고 싶다.....ㅎ 진심으로 나머지 음식은 양이 적었지만 매우 맛있었다.             

                                   

이건 서비스로 주신 건데, 음식 하나가 늦게 나왔기 때문이다.

미안하다며 주신 당근케이크와 컵케익인데 당근케이크가 짱맛있었다.


그렇게 밥을 먹고 토카이 와인을 사서 어제 갔던 뷰로 가서 마시면서 놀았다.

사실 그때 제정신이 아니었다. 

시차 적응 중에 탈수까지.......... 고단한 하루였다.



유럽여행 중 절대 잊지 못할 순간 베스트 안에 드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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