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까이

혼자만의 여행 그 후에

by 민지울

지나고 보면 다 아름다운 기억이지만 실제 내가 어렸을 때 나는 그 안에서 부단히 싸웠어야 했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혼자 독립해서 10년 가까이를 홀로 살았는데 나는 그 무렵 방어벽을 부단히도 세웠었던 것 같다.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 무너뜨리려고 했던 방어벽은 결국 결혼을 하고 난 후 다시 굳건히 세워졌는지도 몰랐다.

결국 사랑하던 남편도 남의편인 것 같고, 아직 말귀를 다 알아듣지는 못하는 아이도 내편도 남의편도 아닌 것 같고.

혼자 여행을 다녀오자는 결심은 정말 많이 했지만 사정상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웠는데 지난 주 결국 혼자만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보낼 수 있었다.

가을의 절경 앞에서 나는 허기짐을 느꼇던 것 같다. 우리 아이가 생각나고 그리고 나와 짐을 나눠줄 남편이 생각났다.

함께 있으면 티격태격, 의견도 안맞고 절경을 느끼기엔 부족한 시간이지만 그래도 함께 하던 우리 모습이 그 절경 앞에서 떠올랐다.

우리도 이렇게 가족이 되어가는 걸까?




어려서 바쁜 아빠를 대신해 4남매의 육아를 홀로 책임진 우리 엄마는 젊어서부터 많이 아프셨다. 얼마나 힘에 부치셨을까 싶다. 엄마를 바라보며 '엄마처럼 살아야지'하기 보다는 '엄마처럼 바보같이 살지는 말아야지' 했는데.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우리 엄마 생각도 났다. 어느덧 엄마처럼 어떤 곳에서든 가족을 떠올리는 우리 엄마같은 엄마가 되어가고 있나보다.

꼭 원대한 꿈을 이뤄야만 행복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내 안에 많은 자아가 말을 하고 있지만 홀로 있는 조용한 방 안에서 나는 내 안에 있는 '엄마'를 발견했다.

'엄마 안고자자'며 자다가도 몇번이나 내게 안기는 아이의 목소리가 왜 그리 떠오르는지... 정작 아이는 할머니 곁에서 잘 잤다는데 엄마인 나는 잠을 설치고 돌아왔다.

경치 좋은 자리에 있는 카페에 큰 창문 앞에 자리잡아 내가 눈길이 가는 곳은 경치보다도 창 밖 테이블에 앉은 아이와 엄마이다.

아이를 갓 낳았을 때만해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생소하고 힘들기만 했던 나는 이제 혼자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에도 왠지 혼자를 즐길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간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운전을 하며 나는 자꾸만 노래가 떠오른다.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노래는 내 귓속을 맴돌고 저녁에 해야할 반찬들을 떠올려본다.

내 자리라고 생각치 않았던 곳이 이제 점점 내가 가장 편한 곳이 되어가나보다.

지금도 행복하다. 내가 혼자서 화려한 싱글이던 순간도 행복했지만 지금 우리 복작복작 세식구의 불협화음도 내게 행복이다.


우리의 불협화음도 어쩌면 더 가까이 하고 싶은 데서 나오는 과정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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